노 대통령의 ‘船長迎入’論과 ‘不姙政黨’에 대한 斷想

노 대통령의 ‘船長迎入’論과 ‘不姙政黨’에 대한 斷想

적어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관한 한, 한국어는 아무래도 평이한 언어가 아닌것 같다. 민감한 현안문제에 관하여 유달리 말하기 좋아 하는 노 대통령이 언급하기만 하면 그 다음에는 필연적인 ‘후폭풍(後爆風)’이 분다. 대변인을 비롯한 그의 청와대 측근참모들이 줄줄이 TV 화면에 등장하여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 왜곡되었다”면서 “본래의 말 뜻은 그런 것이 아니고 이런 것”이라고 애써 해명하는 해프닝이 거의 예외 없이 연출된다.

6일 낮 청와대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가졌던 오찬 회동 뒤에도 그 같은 사태는 어김없이 빚어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열린우리당은 큰 배다. 선장(船長)이 지금 눈에 안 띈다고 하선(下船)하려고 하면 되겠나. 선장 없어도 최선 다하면 바깥에서 좋은 선장을 데려 올 수 있다. 내부에도 좋은 사람 많다. 이 배를 지켜야 한다”는 대목이었다. 이 대목은 이 오찬회동에 배석했던 열린우리당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언론에 브리핑한 것이다.

이 발언에서 세간의 관심을 끈 부분은 당연히 “선장 없어도 최선 다하면 바깥에서 좋은 선장을 데려 올 수 있다”는 구절이었다. 비록 우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내부에도 좋은 사람 많다”는 사족(蛇足)(?)을 첨부했다고 부연하기는 했지만 노 대통령의 문제의 발언이 뜻하는 의미는 한국어를 국어로 사용하고 또 국내 정국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이해하는 평균적 한국인에게는 명료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이 말하는 ‘선장’은 누가 들어도 열린우리당의 ‘대통령 후보 감’이 아닐 수 없었다.

우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선장이 지금 눈에 안 띈다”는 표현과 “선장 없어도”라는 표현을 중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열린우리당 안에는 지금 (마땅한) 대통령후보 감이 없다”는 말 이외의 다른 어느 말도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한국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노 대통령의 말은 “열린우리당이라는 큰 배를 최선을 다해 지키면서 바깥에서 좋은 대통령후보를 영입하자”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ㆍ통신ㆍ방송을 가릴 것 없이 국내의 시청각 언론 매체들은 일제히 그러한 뜻으로 해석하여 노 대통령의 6일 낮 오찬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부 언론 매체들은 성급하게도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의중에 있는 외부 인사가 있다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고건(高建) 전 총리,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朴元淳) 변호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자 7일 오전 청와대로부터 이 같은 “언론의 해석”을 ‘부인’하는 ‘해명’이 쏟아져 나왔다. “자의적 해석에 의한 완전한 오보”라는 것이다. 정태호(鄭泰浩) 청와대 대변인에 의하면 6일 낮에 있었던 노 대통령의 발언은 “열린우리당이 가치와 정체성을 뿌리내려서 탄탄한 거목으로 만들자는 취지의 말씀이 핵심”이고 “민주적 경쟁을 통해 선장을 정하는, 누구든지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의미의 언급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 것인가? 이제 그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필자의 국어 실력으로는 청와대 측의 ‘해명’은 어느 모로 뜯어보아도 납득하기 어려운 군색한 둔사(遁辭)로 들릴 뿐이다. 다른 국민들의 ‘국어 실력’은 과연 필자보다 나아서 청와대 측의 해명을 납득할 것인가? 궁금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이 나라의 대통령은 어째서 민감한 사안을 가지고 얘기할 때만 되면 누가 들어도 오해할 여지가 없는 분명한 단어와 문장으로 얘기하지 않고 이렇게 “녹피(鹿皮)에 가로 왈(曰)” 식 사이비 한국어로 얘기해서 가뜩이나 정치불안, 경제불안, 사회불안, 안보불안으로 지칠 대로 지쳐 있는 국민들을 더욱 피곤하고 짜증나게 만드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답답한 일이 있다. 이번의 해프닝은 노 대통령마저 이 나라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내부적으로 마땅한 대통령후보 감이 존재하지 않는 ‘불임정당(不姙政黨)’”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 정권은 아직도 1년 반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국내외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 중첩된 시기에 대한민국이 이 같은 ‘불임정당’에게 계속 조타(操舵)의 무거운 책임을 맡겨둘 수 있는 것인가?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이 고민해야 할 화두가 아닐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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