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와 함께 지난 97년 남한으로 망명한 김덕홍(67, 전 여광무역 사장)씨가 미국 방문을 위해 신청한 여권 발급을 외교통상부가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박성훈)는 ‘김 씨가 미국 출국을 위해 필요한 여권발급 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김 씨가 외교부를 상대로 낸 여권발급거부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 “김씨의 미국 방문, 국익에 도움 안돼”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원고가 지속적인 신변위해 협박을 받고 있고 미국 방문 시 신변에 위해가 발생할 경우 △대북정책의 차질 △안전을 책임진 정부의 국제적 신뢰도 하락 △외교적인 마찰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초청자나 관계기관의 안전 대책이 강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권을 발급하는 것은 국가 이익을 해칠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거부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김 씨는 지난 2003∼2004년 미국의 모 재단과 허드슨 연구소 등으로부터 방문 초청을 받았으나 탈북 고위 인사로서 지속적인 신변위해 협박이 있어 국가 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외교부가 여권발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그동안 김 씨가 여권발급을 요구하며 정부를 상대로 벌여온 투쟁은 한 편의 드라마에 가깝다. 김 씨는 지난 2003년 7월 이후 북한의 인권과 종교 실태에 대해 연설해달라는 초청을 받는 등 미국 보수단체로부터 무려 7장의 초청장을 받았다.
이에 김 씨는 지난 2003년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의 미국 방문과 유사하게 미국에 가서 직접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김 씨에 대한 여권발급이 당국에 의해 줄곧 거부됨으로써 좌절됐다.
노무현 정권, 김씨에 대한 여권 발급 줄곧 거부
김 씨는 지난 2004년 3월 서울 종로구청을 통해 ‘신원조사 미회보’를 이유로 여권발급이 기각되자 미국 방문 성사를 위한 진정서 투쟁에 들어갔다. 7개의 초청장을 첨부한 진정서를 경찰청, 국정원, 외교통상부와 청와대에까지 전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김 씨는 법적 해결 방안을 찾으며 2004년 7월20일 여권발급과 관련된 소송을 서울지방행정법원에 제기했으나 이도 역시 실패했다. 김 씨는 최후 수단으로 2005년 2월15일, 인권위에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해외여행을 제한당해 심각한 인권문제에 놓여 있다’는 청원을 냈으나 인권위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고심 끝에 인권위가 내놓은 해법은 국가인권위원장 주재로 국정원과 김 씨 간의 조정회의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6일에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의 주재 아래 열린 조정회의는 원만한 타협은커녕 김 씨의 강한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김 씨가 인권위가 제안한 ‘발급된 여권의 인권위 보관’ 등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당국이 들고 나온 ‘신변안전’ 요구는 표면적인 이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국이 실제로 걱정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문제 등 민감한 시기에 김 씨가 미국에서 반북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부담과 함께, 김씨가 미국에 도착한 즉시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지난 4월 6일자 보도를 통해 '김덕홍 씨가 5년 전부터 도미(渡美)를 희망하고 있지만, 한국정부가 '신변 안전문제'를 이유로 여권발급을 거부하고 있으나, 실제 배경에는 김씨가 '미국에 가서 김정일 정권의 범죄행위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등으로 말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덕홍,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 비판
김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여권 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다. 민주주의, 법치주의에서 보더라도 우스운 일이다. 자국민의 여권을 발급하는데 어째서 타국의 신변보장 담보가 필요하단 말인가...(중략) 한국의 외교통상부와 국가정보원은 2003년 황장엽 조선로동당 전 비서의 미국방문에 여권을 발급했다. 황씨는 나보다도 '각별한 보호가 필요하지 않은 대상'이라는 것인가. 왜 황씨에게는 여권이 나오고 나에게는 나오지 않는 것인가.”
김씨는 또 노무현 정권이 자신에게 여권을 발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정일의 모든 범죄행위를 세계의 여론에 호소하겠다. 또 한국정부가 경제교류를 통해 평화적 통일을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의 반민족성과 기만성을 폭로할 생각이다. 그러한 나의 행동을 한국정부가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에서의 망명생활에 대해 김씨는 “9년간 자유로운 생활은 하루도 없었다. 한국이 이러한 나라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행동의 자유는 없고 24시간의 경비가 붙어 있는 감금상태와 마찬가지”라고 폭로했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탈북자 김덕홍씨 미국행 잇따라 좌절
- 김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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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10, 13: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