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문도 -
시운이 급박하다.
권부(權府)에는 일손이 없고 국민은 비굴하다. 미사일 사태를 겪으면서 갖는 소감이다. 적의 무력시위(미사일 다발) 앞에 “전략적”이라며 침묵하는 권부, 死活的 사안을 두고 동맹으로부터 외면댱햐는 권부는 정작 번지수가 잘못된 권부라 할 것이다.
[권부에 武的의지 없어- 구한말 망국病]
김정일의 미사일 공세는 나라의 심각한 병소(病巢) 하나를 드러나게 했다. 발사를 전후해서 권부로부터 ‘인공위성이다’ ‘우리보고 쏜 것 아니다’ ‘전략적 침묵이다’ 등의 소리가 흘러나왔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는 권부에 김정일의 공갈을 분쇄할 의지가 없다는 얘기 아닌가!! 즉 우리 권부에 무적의지(武的意志)가 증발되어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무적의지의 결여는 구한말 수준으로 망국의 병이다. 고종 황제가 그랬다.
무적(武的)의지가 없는 자가 권부에, 하루 앉아있으면 폭민이 고개를 들고, 이틀 앉아있으면 내적이 일어나고, 사흘 앉아 있으면 외적이 덮친다.
무적(武的)의지 증발은 항복 상황에서나 있는 현상이다. 항복이란, 적대했던 상대로부터 평화(생명)를 보장받고 대신 적의 의지에 영합, 추종함을 말한다.
DJ가 2000년에 북에 가서 행한, 6.15선언이란 것 이후의 對北정책은 돌이켜보면, 그것은 한마디로 항복정책이다. 조공정책이다. 평화를 위해 퍼줘야 된다 했고, 후계정권까지 핵이다 인권이다 국가보안법, 주한미군문제 등에서 북의 의지에 영합하느라 權府는 분주했고 무리했다.
대한민국의 국가의사가 항복한 적이 있는가? 항복이 있었다면 권부만의 사제(私製) 항복인 것이다.
[햇볕정책은 私製 항복정책]
DJ의 對北 私製 항복의 정책적 표현이 햇볕 정책이었다. ‘햇볕’에 국민은 속은 줄도 몰랐고, 동포가 굶어 죽어가는 불의한 평화에 국민은 자족하려 들었다. DJ의 私製 항복정책에 다수 야당 한나라당이 들러리 서고 방조했던 어릿광대의 역사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김정일의 미사일 공세가 그 동안 잠행 중이던 우리 권부의 私製 항복현상을 일거에 폭로해 준 것은 공이라면 공이다. 미사일로 잠 깬 국민에게 할 일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무릇 모든 국가의 시원과 근저에는 무력(武力)을 딛고선 무적의지(武的意志) 가 있다. 동맹의 구성단위는 무력이기 보다는 국가를 대표하는 자의 무적의지라 해야 맞다.
[깨져나간 한미동맹의 정치 사이드]
그러므로 武的의지 증발이 확인된 파트너에게 동맹대접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은 이리하여,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안을 협의,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권부를 제쳤던 것이다.
한미동맹의 정치 사이드는 김정일의 미사일 몇 방으로 깨지고 말았다. 타성으로 남아 있는 동맹의 군사 사이드 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친북, 부역(附逆)의 무리들이 나라의 울타리인 한미동맹을 파괴하기 위해 읊어대는 ‘자주’의 논리를, 우리 권부가 국방 백 년의 대계이기나 한양 답습함으로써 일은 벌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사람들의 부아를 질러 전면 철수론이 나오고 작전통제권 이양이 서둘러지고, 평택 기지 이전이 벽에 부딪히고, 주둔 공군 훈련을 딴 나라에 가서 할 수 밖에 없다면, 동맹은 해체의 길로 접어든 것 아닌가.
[나라는 스스로 먼저 망한다.,,]
나라의 울타리인 한미동맹을 깨는 바람은 우리 속에서 나왔다. 2천여년전 선철(先哲) 맹자(孟子)가 '나라는 반드시 먼저 스스로를 망하게 한 다음, 타자에 의해 망한다.'(國必自伐, 而後人伐之)고 한 말이 지금처럼 실감으로 들릴 때는 없을 것이다.
백 년 전 일본은 카츠라 태프트 밀약으로 미국의 허락도 얻고서 한국을 깔고 앉았다. 그 때의 합중국 대통령 테오도어 루즈벨트는 찰싹 붙어앉은 일인(日人)들의 꼬득임에 빠졌던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한국은 절대로 일본 것이다. 확실하게 조약(한일의정서등)은 한국이 독립을 보지 해야 한다고 엄숙하게 보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자신은 조약의 실행에 무력하다. 한국 스스로가 할 수 없는 것을 타국이 한국을 위해 한다는 따위는 문제 밖이다.』
[미국은 백년 전에도 돌아섰다]
역사는 정말로 백 년 주기로 되풀이되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동맹은 남아있는데 기지(基地)이전을 못하게 하는 한국사람들을 보고서 100년 뒤인 오늘의 부시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제국주의자 T.루즈벨트처럼 가혹하지는 않아도, 한마디 할지 모른다.
「당신들 때문에 깨지는 동맹, 원망일랑 말아라.」쯤으로.
미국은 100년 전에 정을 한번 확실히 뗐던 것이다. 오늘은 그런 일이 없을 것인가?
[국민이여. 발등의 불부터 끄라]
나라가 작으면, 신문지면을 덮기 마련인 대국들의 게임에 정신이 팔려, 제 할 일을 놓치기 십상이다. 우리는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먼저 달려들어야 한다. 그것이 자주다. 4천7백만 국민의 목숨이 김정일의 미사일 공갈에 노출된 채, 유효한 제어책(制御策)은 아직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앞장서야 할 권부에 김의 공갈을 깰 의지가 없는 것이 확실하고, 국제대책인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은 북에 의해 즉각 거부되었다. 호랑이는 나타났는데 울타리인 한미동맹에는 틈이 벌어지고 있다. 6.25 동란 급의 위기다. 그때는 아날로그로 땅으로 기어왔지만, 오늘의 위기는 디지털로 공중으로 날라온다. 불 칼이 우리 머리 위에 닥칠 판인데, 눈 감아서 안 쳐다본다고 물러갈까.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큰 주먹을 휘둘러 공갈을 당했으면, 더 큰 주먹으로 공갈을 제압하든지, 그럴 형편이 안되면 주먹 큰 친구를 바짝 끌어 당기는 것 말고 무슨 살길이 있겠는가? 그게 바로 큰 주먹 한미동맹을 탄탄히 하는 것이다.
김정일의 핵-미사일 밑에서 4천8백만이 살아남아, 기(氣)라도 펴고 살자면, 이것 말고 또 무슨 수가 있겠는가!!
[동맹 지키려면 동맹 깨는 자 밀어내야]
떡만 먹고 구경만 했다 해도 살려두지 않는 불칼이 날아온다. 미사일이 좌익이라고 피해 갈 것인가. 그렇다고 앉아서 죽기를 기다릴 것인가? 동맹을 깨고 있는 자 누구인가? 나라를 벌거벗기려고 드는 자 누구인가? 김정일의 공갈이 닥친 이상은 동맹을 깨는 자부터 제쳐야 살길이 열린다.
무사가 좋고 안일이 좋아, 딴 생각하는 권부를 이고 사는 국민은 비굴하다.
살고자 한다면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권부에 앉아 있으면서 김의 공갈로부터 국민을 지킬 생각이 없는 건달은 내보내야 한다. 그 건달이 나라를 지키는 울타리를 흔들어 댄 장본인이라면 무슨 군말이 더 필요할까.
‘악한(惡漢) '김정일이 봐줘서 (선군정치 덕에) 산다’는 소리를 듣고 사는 국민은 비굴하다.
정권 교체기를 기다릴 여유는 김정일이 없애 버렸다.
북김(北金)의 미사일은 3분30초면 날아온다.
1년 반은 너무 길다. 나라가 망해도 여러 번 망할 것이다.
許 文 道
전 통일원 장관(2006.08.08)
*** 2006년8월11일 자 조선일보 광고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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