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북한을 겨냥한 '다자외교'의 위험성

'임계치'에 도달한 미국의 다자외교 실험
찰스 크라우타머(유태계 네오콘)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다자주의로 선회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미 행정부가 마침내 동맹국들을 포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급격한 변화라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례로 극단적인 일방주의자들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다자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는 동맹국들의 협조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경우, 그리고 어떤 돌파구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 하에서 다자주의를 통해 무언가가 성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을 경우다.

김정일 정권, 핵무기 포기의사 없어

북한 문제를 둘러싼 6자 회담은 두 번째에 해당된다. 북한은 오랜 동안 핵 문제를 질질 끌어왔으며,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에 이어 부시 행정부가 이 문제를 다뤄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핵 무장을 한 국가가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유는 핵무기는 그 자체로서 억지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핵 폐기를 전제로 한 어떤 협상도 북한에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레바논 사태의 경우 이와는 다른 범주에 속하지만 이와 비슷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프랑스와 함께 레바논 사태 해결을 위한 UN안보리 결의안에 합의했으며, 프랑스는 이에 따라 평화유지군을 파견함으로써 남부 레바논에 완충지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레바논 정부가 이 같은 결정에 반대하고 결의안 문구가 수정되길 원한다고 밝히자 프랑스는 미국과 재협상 후 종전 보다 구속력이 약화된 결의안을 통과시킨 뒤, 남부 레바논에 병력을 증파했다. 프랑스의 이율배반적인 행위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초 결의안에서 5천명의 병력을 파병하겠다는 것이 고작 2백 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 적극적인 이란 제재 반대

이와 관련해 프랑스 국방장관은 제한된 권한과 모호한 교전수칙이 적용 된 상황에서 병력을 증파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프랑스에 있었다. 한편, 남부 레바논의 헤즈볼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 바로 이란의 핵 위협이다.

문제는 이란의 경우 아직까지 북한과 같은 핵무기 완성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UN 안보리는 최근 대(對) 이란 핵 개발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란에 대해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당초 안보리는 이란이 UN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즉각적인 제재에 나선다는 초안을 통과시키려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반대했으며, 결국 이란이 거부하면 경제·외교적 제재 안을 결의하겠다는 등의 다소 완화된 내용을 담은 경고성 결의안을 채택하게 됐다. 물론 이란은 이 같은 UN결의안을 거부했으며, 나탄즈의 지하 핵실험을 조사하려던 IAEA 사찰관의 입국을 불허했다. 다자주의를 향한 미국의 실험은 임계치에 도달한 상태이며, 이란은 앞으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다자주의는 환상에 불과, 이란 핵개발 가능성만 열어

미국의 선의(善意)는 현재 모든 면에서 저항에 부딪친 상태다. 따라서 안보리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는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다자주의를 통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다자주의는 환상에 불과한 것으로 결국 이란으로 하여금 대량파괴무기를 획득 하게 되는 문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현재의 다자외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신중한 계획이 선행되어야 하며, 미국은 더 많은 인내심과 조정력을 발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외교적 수단이 한계에 봉착하고 군사적 제재라는 운명의 날이 왔을 때 미국은 영국과 독일 그리고 프랑스로부터 뜻밖의 동의를 얻게 될 것이다.

[원제]Exercises in multilateralism
[출처]미 시애틀 타임스지 인터넷 리뷰 /08/28
[필자]찰스 크라우타머(Charles Krauthammer), 美 위클리스탠더드 칼럼니스트, 1987년 퓰리처상 수상자

번역-정리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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