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6·25 납북'

鄭晉錫 교수가 찾아낸 언론인 284명, 종교인 371명의 비극
정진석 지음/2006년 8월 14일 발행
신국판/312쪽/값12,000원
ISBN 89-91965-82-2
기파랑 편집부 김문영(02.763.8996)


납북자 진상 규명은 가장 시급한 인권 문제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다.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부모는 생업을 전폐하고 방방곡곡을 뒤지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국가는 납치된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무장 특공대를 파견하는 작전도 불사한다. 1976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이스라엘인 105명을 납치해 인질극을 벌이던 테러범들을 상대로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벌였던 ‘엔테베 작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가하면 미국은 북한에서 6·25전쟁 때에 죽은 군인들의 유해를 찾는 작업을 지금 도 계속하고 있다. 유해라도 찾아서 정중한 장례를 치른 후 국립묘지에 안장하여 영혼을 위로하는 일이,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을 향한 최소한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6·25전쟁 중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 북으로 끌려간 그 많은 사람들의 생사확인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더러 그들의 명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납북자의 실태조사와 그 진상규명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인권 문제인 까닭이다.

언론역사, 기독교역사의 숨은 진실 발굴

한국 언론사 연구에 전념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한 저자는 전쟁 중에 납북된 언론인 연구가 없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그 빈 공간을 채운다는 사명감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공간에 활동했던 언론인 가운데 북으로 끌려간 언론인이 249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 때문에 이 책은 한국 언론사의 한 분야를 개척한 특이한 저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독교인의 납북과 학살로 인한 희생에 관해서는 교계의 기존 연구가 있었지만, 전쟁 직후 이승만정부가 작성한 피해자 명부와 적십자사의 실향사민 등록 서류 등을 조사한 연구는 이 책이 처음이다.

언론인의 납북·피살 실태 (36명 피살, 249명 납북)

6.25전쟁 때에 북으로 끌려간 민간인은 8만 2,959명이다. 이름과 주소 등의 신원이 확인된 숫자이고, 납북 피해자가 116만 8,849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름이 밝혀진 피살자는 5만 9,994명이다. 전쟁이 터지기 1주일 전인 6월 19일에 개원한 제2대 국회의원 210명 가운데 27명이 납북 또는 피살되었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법조인, 교수, 의사, 과학자, 문인 등 수많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희생자였다.
북한은 남침 직후 무방비 상태였던 많은 사람들을 살해하고 북으로 끌고 갔다. 이 책은 납북된 8만 3천여 명의 민간인 가운데 언론인과 기독교 교직자들을 찾아내어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납북되었는지를 밝혀낸 연구서다.
언론인 36명이 살해되었고, 249명이 북으로 끌려갔다. 신문사와 통신사의 사장, 편집국장, 부장, 일선기자들이 포함된 피해 인원이다. 언론계 종사자 249명이 다른 체제로 끌려가서 소식이 두절된 채 일생을 마쳐야 하는 비극은 세계 어느 나라의 언론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KBS는 라디오 채널 하나밖에 없었던 시기에 직원 28명이 북으로 끌려갔고, 2명이 살해되었다. 납북 언론인 가운데는 방응모(조선일보 사장), 안재홍(한성일보 사장), 백관수(일제시대 동아일보 사장), 언론인이면서 소설가였던 이광수(李光洙), 방송인 겸 시인 김 억(金億), 방송인 겸 수필가 김진섭(金晉燮) 등 신문과 방송계의 많은 거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5개 일간지의 현직 편집국장도 납북되었다. 경향신문의 신태익, 동아일보의 장인갑을 비롯하여 지금은 없어진 한성일보의 양재하, 자유신문의 마태영, 태양신문의 남국희가 중앙지의 납북된 현직 편집국장이었다.

종교인의 납북·실태(목사, 신부 등 종교인 176명 피살, 195명 납북)

기독교의 목사와 천주교 신부를 포함한 전도사, 장로 등 교직자 176명이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학살당하고, 195명이 납북되었다. 이 가운데는 서양인 선교사 20여 명이 살해되었고, 12명이 납북되었다. 이보다 훨씬 많은 종교인이 희생되었지만 정확한 통계를 잡기도 어렵다. 피해자 가운데 그 이름과 직업을 확인할 수 있는 숫자가 이 정도다.
저자는 1950년대에 정부가 몇 차례에 걸쳐 조사·작성한 《피살자명부》, 《피랍치자명부》와 대한적십자사가 1956년에 희생자 가족들이 등록하여 작성한 《실향사민 등록자 명부》 등 방대한 자료를 정밀하게 조사하여 언론인과 종교인의 이름을 찾아냈다. 납북 당시의 직책, 나이, 주소와 피랍 장소를 비롯하여 피랍 당시의 정황까지 밝힌 것이다.

지금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가?

언론인, 목사, 신부와 같은 기독교 교직자 단 한 명이 인질로 잡혀도 국제적이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53년 전 한반도에서 강제로 끌려간 8만 3천여 명의 인질에 대해서 국가는 무슨 일을 해주고 있는가. 납북된 사람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생사를 확인하는 작업과 그들을 구출하는 일은 정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다. 전쟁의 와중에 우익과 국군, 경찰의 좌익에 대한 처단 여부, 양민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죽이는 과오가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정권차원의 조사와 진실규명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연구와 조사에 임하는 인력과 예산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국가예산의 뒷받침을 받는 이런 사업에 비해서 남한에서 북으로 끌려간 피랍치자 문제는 너무도 소홀하다. 저자는 정부가 할 일을 한 개인의 힘과 노력으로 외롭게 진행하여 이 책에 담았다.

송환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6·25전쟁 때에 납북된 민간인 송환을 위해 정부와 적십자사, 그리고 납북자 가족들이 벌인 송환운동도 새롭게 구성했다. 전쟁포로의 송환에 못지않게 납북된 민간인들의 소식을 파악하여 가족과의 제한 없는 재회를 주선하고, 나아가서 자유의사에 따른 송환을 추진하는 일은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사업이다.
전투 중의 포로도 가족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명국가의 국제적인 관행이건만 같은 민족끼리 연락을 차단한 상태로 반세기가 지났다. 20세기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우리는 분단 이후 남북 간에 직접적인 대화의 채널도 없었고, 북한을 압박할 효과적인 수단도 갖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세월이 흐를수록 피랍 가족들의 고통은 국민적 관심사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 책은 모두가 잊어가고 있는,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과거사에 대해 작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도적 차원의 납북 과거사 정리

정부는 과거사를 다시 캐고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매년 수천만 원의 국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납북자 문제야말로 가장 우선적으로 밝혀야 할 과거사다. 8만 여명이 넘는 국민의 생명과 안위에 관한 문제보다 더 절박하고 중요한 과거사 정리가 무엇인가.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한들 국민의 생명에 관련된 문제를 외면하고 망각할 수는 없다.
이 책에서 다루는 언론인과 종교인의 피살과 납북 실태 외에도 정치, 법조, 경제, 문화,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납북되었는지 실상을 밝혀야 한다. 남북 공조를 외치는 북한이 이에 호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남북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연구할 수 있는 방향을 이 책은 제시한다. 이데올로기나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남과 북에 흩어진 채 소식조차 알 수 없었고 만나지 못한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관계를 연구할 필요성이다. 8만 3천여 명의 피랍자들 가운데 이 책이 다루지 못한 정치인, 법조인, 교수, 문화인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저자 소개>
정진석(鄭晉錫)
중앙대학교 영문학과, 서울대학교 언론학 석사, 런던대학교 정경대학(School of Economics & Political Science) 박사.

1964년 이후 언론인으로 한국기자협회 편집실장, 관훈클럽 사무국장을 지냈고, 1980년부터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사회과학대학장, 정책과학대학원장을 지냈다. 그동안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방송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04년에 정년 퇴임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직으로는 재단법인 위암장지연기념사업회, LG상남언론재단, 서재필기념회의 이사와 한국신문협회 정책자문위원으로 언론관련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현대언론사론》, 《대한매일신보와 배설》, 《한국언론사》, 《인물 한국 언론사》, 《언론유사》, 《역사와 언론인》, 《언론과 한국 현대사》, 《한국영어신문사》(3인 공저), 《언론조선총독부》 등 많은 저서를 내었으며, 특히 언론 관련 자료집과 문헌해제를 비롯하여 신문 잡지의 색인과 한말 이래의 여러 귀중한 신문의 영인 작업을 진행했다. 《한성순보-한성주보》,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 해방공간 4대 신문(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경향신문) 등 수십 년 치 신문을 복원하여 언론계와 역사학계의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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