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원하면 손님은 들어줘야지”

존 틸러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 인터뷰
[조선인터뷰] “집주인이 원하면 손님은 들어줘야지”
존 틸럴리 前 주한미군사령관
北核·미사일 등 안보상황 더 악화돼 한국민에게 무엇이 좋은지 생각해야
한쪽 강해지면 다른쪽 힘빠지기 마련 그런 과정 통해 동맹관계는 성숙해져


존 틸럴리(Tilleli)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8일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시기를 둘러싼 논쟁은 그만두고 한국민을 위해 무엇이 좋은가부터 생각하라”고 했다. 한미연합사 이희원 부사령관 초청으로 방한한 틸럴리 전 사령관은 “한국사회의 작통권 논쟁이 ‘국가안보’가 아닌 ‘언제 할 것인가’의 문제로 변질된 것을 보고 걱정스러웠다”고 했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통권 이양시기에 대해 한국은 2012년, 미국은 2009년을 제안했다.


“이 심각한 문제가 왜 이양시기 논쟁이 됐는지 모르겠다. 날짜 잡는 일이 왜 중요한가. 가장 핵심적인 논쟁거리는 작통권 이양이 한국과 한국민, 한국의 장래에 도움이 되는지, 한미동맹 유지와 지역안정에 필요한지, 대북(對北) 억지력 유지와 한반도 위기시 한미 공동 대응능력에 도움이 되는가 여부이다.”


―작통권 이양 이전에 한미 양국이 먼저 점검할 문제는.


“그런 전략적 결정을 할 때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북핵위협을 약화시킬 방안이 있는지, 현재 한국의 군사력이 작통권을 단독행사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투명한 이양절차가 마련됐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이런 조건이 맞을 때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조기 이양을 제안한 배경에는 군사적 평가뿐 아니라 악화된 한미관계 등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


“원칙은 ‘한국이 주인, 미국은 손님’이라는 것이다. 집주인이 손님에게 뭔가를 요청하면 손님은 그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 정부가 요청하면 미국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지금이 논의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보는가.


“대단히 위험한 시기다. 아직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북한은 최근 동해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작통권을 이양하려면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선결요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그 후에 양국이 서로의 능력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논의할 수 있다. 그런 준비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이양시기가 올 것이다. 지금 동맹관계에 변화를 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지난달 “솔직히 북한이 한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달라진 것인가.


“북핵과 미사일 문제까지 고려하면 예전보다 더 위험하다. 한반도에는 심각한 위협이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동맹이 중요한 것이다.”


―작통권 이양시기에 대해 미국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국의 한 야당 의원이 미국을 방문한 결과, 미국 국방·국무부간 견해가 일치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유연성은 한미동맹을 보호해주는 긍정적인 요소다. 10월에 열릴 연례안보협의회(SCM)가 유연성이 발휘될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한미 양측이 좀 더 유연하기를 바란다.”


―작통권 이양은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지고, 그럴 경우 미 의회에서 4성 장군을 한국에 두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


“나는 미국이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4성장군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 테러전을 위해 전 세계 미군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고 보는가.


“아니다. 동맹의 필요성도 그대로다. 동맹은 상호보완적이고 호혜적인 것이다. 한쪽이 강해지면 다른 한쪽의 힘이 줄어들기도 한다. 그것이 동맹이 성숙해가는 과정이다.”


―청와대는 한국의 작통권 단독행사로 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미국이 지원 역할을 하는 군사협조관계를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support)’은 낡은 개념이다. 양국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10월 SCM에서 논의될 것이다. 이런 세부사항이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


―한국이 작통권을 단독 행사하게 된 후 한반도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증원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근거 없는 걱정이다.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지킨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있다. 미국은 약속을 지킬 것이다. 미국은 친구를 버리는 나라가 아니다. 물론 이런 태도가 늘 인정받지는 못한다(웃음).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보다 북한의 위협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한미연합사가 있을 때와 해체됐을 때 유사시 미국의 지원은 달라질 것으로 보나.


“한미연합사가 없다면 보조를 맞추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연합사가 하는 일은 한국군과 미군이 매일 훈련을 같이 받고 계획도 함께 만들어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같이 갑시다(한국말로 이렇게 표현했다)’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서로 얽혀 있지 않다가 갑자기 위기 시에 호흡을 맞추려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 와서 한국군의 옛 동료들도 만났을 텐데.


“양국 군 지도자들은 거의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한미동맹은 세계에서도 모범적인, 잃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관계다. 은퇴한 군인들의 걱정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가치 있는 교훈이다.”


―1973년 미국이 베트남과 방위각서를 체결했지만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의회와 여론이 지지하지 않았다. 한반도 유사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지 않은가. 베트남은 좋은 비교사례가 아니다.”


―한국정부가 작통권 단독행사 이전에 해야 할 일에 대해 조언한다면.


“이양을 위해 필요한 그 많은 일을 하기엔 2009년이든 2012년이든 시간이 너무 짧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각각 어떤 시점을 제안할 때는 사전에 연구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악마는 세부사항 속에 깃들어 있다’는 말이 있다. 세부적인 정리가 충분히 끝나기 전에 날짜부터 정하려고 서둘지 말아야 한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37년 군복무를 마치고 은퇴한 틸럴리 전 사령관은 1996~1999년 12월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냈다. 이전 사령관들과 달리 한국 근무경력이 없었지만, 한국 근무를 마친 후에는 “한국이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에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반미감정과 한·미동맹 약화가 문제되자, “양국 관계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봐야지 일정 시점의 사건적인 시각에서 보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 한·미동맹의 유지와 강화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펜실베이니아 군사학교 출신으로 베트남전과 걸프전에 참전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국방부 작전기획 담당 부참모장보, 육군성 부참모장, 육군참모차장, 육군전력사령부 사령관을 역임하는 등 워싱턴에서 작전기획과 군 정책 분야에서 일했다. 이번 방한에는 토머스 슈워츠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동행했다.


강인선기자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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