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리한 짓을

그를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려는 노무현씨의 동기가 불순하다는 데서부터 이 비극은 시작된 것이다.

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를 열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야당이 거부하여 그 동의안의 표결처리가 무산되었다고 전해진다. 임명동의안은 오는 14일 열리는 국회본회의에 다시 상정되기는 하겠지만 그 때까지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헌법재판소 인준은 역사상 처음 파행을 거듭하게 된다.

전효숙 씨가 이화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했을 때 이화대학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매우 감격할 만한 일로 여겨졌다. 그때만 해도 서울법대를 나오지 않고는 판사 검사가 되기가 어려웠고 고려대 연세대법대 출신이 몇 끼어 있을 정도이었다. 도대체 여자로써 법관이 되는 이가 적던 중에도 이화여대 출신이 사법고시에 합격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로 여겨지는 시절이었다.

그는 학생 때부터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자기 일에 열심을 다하는 모범적인 여성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법관의 길을 비교적 평탄하게 걸어오던 중 노무현 씨에게 걸려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하는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안쓰럽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를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려는 노무현 씨의 동기가 불순하다는 데서부터 이 비극은 시작된 것이다. 노 씨와 코드가 맞을 필요가 없는 한 여성 법관이 왜 이런 신세가 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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