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1960년대에는 ‘반독재’투쟁 때문에, 1970-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때문에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다른 나라들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었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시대의 이슈는 더 이상 ‘민주화’가 아니라는 것을 타일랜드의 경우가, 헝가리의 경우가 보여준다. 타일랜드와 헝가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오늘의 이슈가 한 국가가 정직하게, 성실하게, 그리고 국민들을 위하여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운영되느냐의 여부임을 말해 준다.
대한민국의 오늘의 이슈도 더 이상 ‘민주화’가 아니다. 오늘의 이슈는 소위 ‘민주화 운동가’들이 이룩해 놓았다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인가 아니면 ‘민주주의’를 빙자한 ‘사불상(四不像)’인가의 여부에 관한 것임을 전효숙 헌법재판소 소장 임명을 둘러싼 헌정(憲政)의 파행과 ‘바다 이야기’가 일으키는 거친 파도가 보여준다. 그 뿐이 아니다. 북한과의 ‘민족공조’와 미국과의 ‘안보동맹’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가운데 가열되고 있는 이른바 ‘전작권(戰作權)’을 둘러싼 시비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델로스 동맹의 始末을 음미하게 만든다. 델로스 동맹의 소멸이 아데네의 소멸을 가져왔었다. ‘한미동맹’의 파괴가 그때 아데네의 종말(終末)을 대한민국에게 점지해 주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됨으로써 우리의, 대한민국의, 자녀,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은 대한민국이 오늘 누리는 자유와 번영이 아니라 비참하기 짝이 없는 북한 동포들의 운명을 나누어 갖는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인가. 불행하게도 이러한 것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 세대의 화두(話頭)다.
어제의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들의 ‘타산지석’이었다면 오늘의 시점에서 어째서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 없는 것인가. 과거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들의 ‘타산지석’이 되었을 때 무대의 주인공은 젊은 대학생들과 어린 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때 이 나라의 젊은 대학생들과 어린 고등학교 학생들은 도대체 어디에 가 있는 것인가. 이 나라는 이미 그들이 걱정해야 할 그들의 나라이고 또 그들이 그들의 자녀들에게 물려줄 나라인데도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빚잔치’ 중에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2003년 대한민국의 ‘국가채무’는 165조7천억 원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후인 금년 말의 ‘국가채무’는 283조4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 불과 3년 사이에 118조 원이 늘어나고 있다. 2002년에 비해 2006년 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무려 13.2%나 상승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정부는 독재자 김정일이 지배하는 북한에게 “돈을 퍼주지 못해” 안달이다. 자료에 의하면 1995년부터 2006년까지 12년 동안 대한민국이 북한의 김정일 ‘수령독재’ 정권에 “퍼 준” 경제지원 액수가 물경 6조6천억 원이다. 그 가운데 2003년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3년 동안에 “퍼 준” 액수가 전체의 46%인 3조970억 원이다. 김대중 정권 5년간에 비해도 벌써 2배 이상이다. 여기서 ‘경수로 건설비용’ 분담금을 빼면 노무현 정권이 “퍼 준” 액수는 12년간 총계의 64%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 나라의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행적(行蹟)은 소수야당이었던 옛 민주당의 신 들메를 드는 데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60년대와 70-80년대의 선배들의 정신과 기백, 그리고 애국심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면, 어린 고등학교 학생들은 몰라도 젊은 대학생들은 이 엄청난 문제를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1960년 자유당 정권이 ‘민의(民意)’에 의한 퇴장을 강요당했을 때 대한민국을 양분(兩分)한 화두는 “못살겠다. 갈아보자”와 “갈아봤자 별수없다”였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처지는 과연 어떤 것인가. 뜬 금 없이 불붙고 있는 ‘타산지석’ 논란을 보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상념(想念)들을 적어 본다. [끝]
'他山之石' 논란이 불러 일으키는 想念들
- 이동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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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9-21, 1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