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제 사변 방관하면 역사적 죄인
- 참여정부 고전 이유는 ‘민심에 대한 무지’
- 한나라당, 독립운동 한다는 각오로 정권교체에 임해야
- 대선출마? 도민들과의 약속이 우선순위
(프) 지난 2004년부터 경남도지사로 재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셨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김) 재미있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2004년 취임 이후에 에쿠스 리무진을 한대 구입했었습니다. 보통 차보다 27cm 정도 공간이 넓은 차죠. 제가 키도 좀 큰데다가 해외에서 경남도청을 찾는 바이어나 손님들이 올 경우 좀 공간이 넉넉한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경남이 너무 넓어서 차로 움직이다 보면 5~6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래서 업무상 편의를 위해 에쿠스를 구입했는데 “무슨 도지사가 취임하자마자 에쿠스를 구입하느냐”는 비판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그래서 3일만에 그 차를 처분하고 그 돈에 추가 자금을 보태서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장만해 줬습니다. 그리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가 잘못했다’고 도민들께 사과했습니다.
그 일로 인해 저는 “지도자는 아무리 명분이 있는 일이더라도 민심이 반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소한 것마저도 민심을 헤아려서 해야 한다는 것이죠.
불법 세력에 대해 분명한 원칙으로 대응해야
(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을지훈련 폐지를 주장하는 성명으로 북한과 코드를 맞추고 있어 국민들을 경악시키고 있는 가운데, 지사님께서 전공노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시면서 네티즌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계신데요, 이런 거대한 좌익단체와 정면대결을 하시는 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으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신 계기가 있으셨다면?
(김) 우파와 좌파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가야할 길을 두고 다른 길로 가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더욱 분노한 것은.. 공무원은 국민의 최후 보루입니다. 노동자의 입장이라기보다도, 공무원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용자의 입장이기도 한 것이죠. 이런 공무원의 입장에서 국가 정체성에 반하는 발언을 했다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됩니다.
특히 요즘에는 사회 곳곳에서 우려할만한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좌파 성향의 단체들이 백주대낮에서 자연스럽게 큰소리를 치는 세상이 됐습니다. 이대로 흘러가다가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암울한 측면들이 보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지도자 그룹에서 우리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쉽게쉽게 가자’, ‘좋은게 좋은 것이다’ 는 식으로는 절대 안되고, 분명한 원칙 하에서만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고 경제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누가 투자를 하고 누가 미래를 준비하겠습니까? 국민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중요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어려움이라도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연방제 사변 방관하면 역사적 죄인
(프) 방금 지사님께서 언급하신 좌파세력들 및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세력들이 대한민국의 실권을 점점 더 장악하면서 결국에는 대한민국의 체제 자체가 흔들릴 거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최종 목적지가 1948년 건국 체제를 뿌리부터 뒤집는 탈헌법적 연방제 통일이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 그렇게 되어서는 절대 안되겠죠. 또 그렇게 되도록 놔둬서도 안됩니다. 그런 불행한 사태를 수수방관한다면 그야말로 역사적 죄인이라고 할 것입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도록 하기 위해서 희생한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피흘리며 지켜온 가치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세력들이 현재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탈헌법적인 연방제 통일 우려가 나오는 것도 저는 당연하다고 봅니다. 이런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곳곳에 멍들어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의 중요한 부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죠. 저는 국민적 공감대나 지지가 없는 통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보고, 탈헌법적 주장을 하는 자들의 주장과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은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지, 무분별한 통일지상주의는 곤란합니다.
(프) 지난 6월경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게도 탈헌법적 연방제 통일 가능성 및 대응 방안에 대한 질문을 드린 바 있고, 그 당시 손 전 지사는 “만약에 노무현 정권에서 국민을 무시하고 야합적-탈헌법적인 연방제 통일을 시도할 경우에는 내가 앞장서서라도 저지하고 싸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 지사님도 같은 생각이시라고 해석해도 좋을까요?
(김) 저도 스스로 자문을 많이 해봅니다. 지도자는 적진에 들어갈 때도 가장 먼저 들어가 있어야 하고, 적군을 무찌르고 나올 때도 병사들을 다 내보내고 맨 마지막에 나와야 합니다. 나올 때 적 잔당들에 의해 총알을 맞을 각오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철학이나 각오가 없다면 지도자로서 부적격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손학규 지사님의 ‘내가 앞장서서 싸우겠다’는 말씀에 대해, 지도자로서의 답을 가지신 분이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옳은 생각이고, 저도 그런 입장에 처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여정부 고전 이유는 ‘민심에 대한 무지’
(프) 문화일보가 지난 8월 31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 중 75%가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심이 참여정부에서 떠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국민과 함께 가지 않기 때문이겠죠.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도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한분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비전이라도 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국민들과 가까워지려고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서 국민들을 설득하겠다는 모습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로부터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게 옳으니까 따라와라. 안 따라오면 당신들 수준이 낮은 것이다’ - 이런 식의 논리가 팽배하지 않습니까? 이런 형태로는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을 이끌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참여정부를 국민과 ‘따로따로 정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선회하고, 국민들이 뭘 바라고 있는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프)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가고 있는 세력 중에는 대한민국의 건국 이후 있었던 현대사를 부끄러운 역사라고 하고,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비하하고 저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지사님께서는 대한민국의 건국 이후 현대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김) 우리는 해방 이후에 일천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에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루면서 서구의 발전모델을 압축해서 성장한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루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환경이었죠. 또 공산화를 노리는 세력과의 힘겨운 싸움도 병행해야 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모든 걸 다 충족시키기는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그 과정에서 열심히 노력하신 어르신들과 선배님들의 희생이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지금의 잣대를 가지고 한국 현대사를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입니다.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고 포용하는 지혜를 보여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의 잣대로 태풍 속에서의 상황을 평가할 수 있습니까? 일단은 사람을 구해 놓고 봐야 하는 것이죠. 평상시 개념으로 ‘그 당시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한나라당, 독립운동 한다는 각오로 정권교체에 임해야
(프) 지난 7월 한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갈라서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최근 한나라당 내외에서 당의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는데요,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 우리가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대선 패배로 인한 아픔도 있었죠. 지금 우리 국민들 중 상당수가 ‘지금 이 사회가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번만 더 이런 형태로 정권이 연장된다면 실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의 목소리를 저는 자주 듣습니다.
한 나라의 흥망은 순간입니다. 회사만 보더라도, 사업이 잘 되면 은행에서 돈을 가져다가 쓰라고 권유하지만 망할 징후가 보이면 빌려준 돈도 회수하려고 합니다. 국가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보가 불안하거나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의 방향이 흔들린다거나 하면 은행에서 돈 빠져나가듯이 민심과 자본이 이탈합니다. 이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 대단히 불행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이는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봅니다. 제 2의 독립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모두 훌륭하시다고 봅니다. 따라서 당이 대선 직전에 분열되는 사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프) 내년 12월이 대선이고, 현재 열리고 있는 정기국회는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한나라당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각종 현안들에 있어서 정체성에 맞게, 수권정당의 면모에 걸맞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김) 방향은 옳게 잡았다고 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야당으로서 결연한 모습이 보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언론에서도 웰빙정당이라고 비판하며 수권능력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좀더 비장한 각오로 의원들 개개인이 무장해야 합니다. 또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라는 전제 속에서 전쟁을 한다는 마음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국민들도 ‘한나라당을 믿어도 되겠구나’라고 신뢰를 주실 겁니다. 아직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에는 약간 미흡하다고 봅니다.
대선출마? 도민들과의 약속이 우선순위
(프) ‘강철군화’ 라는 필명을 가진 프리존의 네티즌 필진이 최근 올린 칼럼에서 ‘2007년 대선 가상 시나리오’를 쓰셨는데 그 글에는 김태호 지사님도 내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시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혹시 그런 계획은 전혀 없으신 건지요?
(김) 그런 시나리오도 있나요? (웃음) 경선 참여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 도민들께서 제게 부여하신 일이 대단히 많습니다. 일단 저는 일 열심히 하고 그로 인해서 도민들로부터 먼저 신뢰받고 인정을 받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러고 나서야 다음에 제가 꿈이 있더라도 이뤄지는 것이지.. 지금은 제가 도지사로서 수많은 일을 추진 중이고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도민들과 약속한 게 있으니까요.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