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나라에서는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반대하는 국민이 66%를 넘은 가운데 군원로, 전직국방, 외무장관, 치안책임자, 지식인, 종교인, 시민운동단체, 뒤늦게 뛰어든 야당, 주요 일간지의 일관된 논조, 이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미 정상은 지난 15일 한국의 요구대로 전시 작전통제권의 한국 단독행사를 결정하였다. 정부가 내건 구호는 자주국방이었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한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으니) 더 이상 작통권 문제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전시작통권 단독행사는 지난 50여년간 국가 안보의 근간으로서 전쟁을 억지하고 번영의 기반이 되어온 한·미 연합 방위체제의 실질적인 해체를 의미한다. 이는 자주국방의 시현이 아니다.
현 한·미 연합 방위체제는 한국 대통령에게도 한국군의 수십 배에 달하는 미국 전력을 미 대통령과 공동으로 작전통제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작전을 수행하는 최고사령부는 한·미연합사로서 그 임무는 우선 전쟁을 억지하는 것이고, 만일 한국이 외부로부터 침략을 받으면, 한국군 전체가 아니라 지정된 전투부대와 주한미군 및 증원군을 작전 통제하여 이를 격퇴하는 것이다.
그 편성은 한·미군이 동등하게 편성되어 있고 그 예하인 지상구성군은 한국군 장성이 모든 한·미 지상군을 지휘하고, 해·공군 구성군 및 연합 해병대는 미군 장성이, 연합 특전부대는 한국군 장성이 지휘한다. 연합 사령관 에게는 한·미 대통령이 군 통수 기구를 통해서 공동으로 전략지침을 제공한다.
이 체제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연합체제로 인정받고 있다. 연합 사령관이 미군 장성이라는 점 때문에 ‘자주’ 운운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미국은 2차대전 시 연합 사령관으로부터 오늘의 NATO 최고사령관에 이르기까지 미군장성을 임명해 왔다. 미군이 포함된 연합군 편성의 기본조건이다. 따라서 이는 연합방위체제를 택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이지 자주의 문제는 아니다. NATO의 선진국을 포함한 25개국도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미 연합 방위체제의 실질적인 해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유사시 미군의 증원 계획은 휴지화될 것이다. 국방 관계관은 한·미 연합사가 해체되어도 미군 증원군은 변함없이 전개될 것이고 협의 기구를 두어 작전도 함께 할 것이라고 설명하나 이는 솔직하지도 못하고 자주 국방을 내건 정부로서 자주적이지도 못하다.
현대 전쟁 양상은 지상, 공중 및 C4ISR(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 Computer, Intelligence, Surveillance & Reconnaissance)가 통합되어야 하며 여기에 수중 및 해상 세력까지 통합되는 합동작전 개념이다.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협소하여 공역 및 해역은 물론 지상에서도 지휘의 2원화가 힘듦으로 유사시 미 증원군이 온다 하더라도 전선 투입은 매우 힘들 것이다. 공군과 해군의 경우도 매우 제한적이며 상징적인 지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한 미지상군 전투부대는 철수하고 상징적 수준만 잔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많은 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다. NATO 25개국 외에도 한국을 포함한 14개국과 동맹을 맺고 있으며 해외 주둔 병력도 동맹의 수준과 국가에 따라 수만 명으로부터 수십 명까지 다양하다. 정부의 “한·미 동맹은 유지된다”는 설명은 일면 맞는 말이다. 문제는 어떤 수준의 동맹이냐가 문제다.
둘째, 전쟁억지력의 대폭적인 약화를 의미한다. 억지력이란 압도적인 보복능력과 비례한다. 한국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면, 미군은 60여만 명의 병력과 5개 함모전단을 포함한 160여척의 신예함정, 2,500여대의 항공기가 한반도에 전개되어 참전하게 된다. 누구든 감히 전쟁을 도발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침 할 경우 한국군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한다면 북한군의 무력 통일은 저지할 수 있을지 모르나 북으로의 반격은 능력이 모자란다고 본다. 북한으로서는 실패해도 휴전선을 유지하는 밑져야 본전인 셈이니 군사적 모험의 유혹을 느낄 것이며 특히 우발적인 충돌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셋째, 전쟁이 발발하면 전쟁 양상은 다량의 손실을 수반하는 소모전이 될 것이다. 미군은 정밀 유도무기를 비롯한 첨단무기 체계를 가지고 C4ISR 자체를 전력요소로 발전, 통합시킴으로써 결정적인 시기에 결정적인 목표를 공격, 작전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중심의 작전을 수행한다.
이것이 한·미 연합사의 전쟁수행 방법이다. 이러한 새로운 양상의 전투수행 능력은 무기만 구입한다고 달성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군 단독의 전쟁은 미국 대 이라크의 전쟁이 아니라 누구도 이기지 못하고 대량의 피해만 보는 과거 이란 대 이라크의 전쟁 양상이 될 것이다.
넷째, 돈이 많이 들것이다. 미국은 한국 책임 하에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한다는 데 매우 만족하며 환영하고 있다. 책임은 곧 부담을 의미하며 국가 안보에서의 부담은 돈과 노력과 피를 의미한다. 한국은 자주 국방을 위해서 북한핵과 대량살상 무기에 대응하여 핵을 개발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정보 시스템도 갖추거나 아니면 미국으로부터 대가를 지불하고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다섯째, 한국 주도의 통일은 더욱 멀어지고 남·북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만일 한국이 한미 연합 방어 체제 해체에 따른 구체적인 보완을 게을리 한다면 핵과 대량살상무기에 운반 수단인 미사일까지 수백기를 실전 배치한 북한이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굴종하는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을 것이다.
비록 북한 정권이 붕괴된다 하더라도 한국이 단독으로 중국의 개입을 저지하고 북한을 흡수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한·미간의 군사적 결속이 이완되면 소위 ‘우리 민족끼리’이름 아래 남·북간에 획기적인 사건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것 다 깽판쳐도 남북관계만 잘하면 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여섯째, 장기적으로 중국, 러시아 및 일본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억지력의 상실이다. 한국은 국력이 근원적으로 주변 강대국에 비해 열세하다. 여기에 북한이라는 혹까지 붙이고 있다. 영토적 야심이 있는 주변 강대국 사이에 끼어 명실상부한 자주적 주권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필수적으로 우리 국력을 보완할 동맹국이 필요하다. 동맹국 변수는 그 동맹국의 국력과 동맹의 수준, 즉 군사적 결속에 비례한다.
실속 없고 허물뿐인 동맹으로는 국력 신장을 기반으로 패권을 추구하는 대륙 세력을 막지 못할 것이다.
北과 단독 교전시, 대규모 人命살상 불가피
- 박정수 한미우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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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9-29, 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