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덕스토리, 美 공연 성황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의 스트라스모어 극장 2000여 좌석 가득차. 정성산 감독"참상을 全세계에 알릴 수 있게 돼 흥분된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신랄히 고발한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4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에 위치한 스트라스모어(Strathmore)극장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이날 첫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만나본 요덕스토리의 정성산 감독과 단원들은 미국 공연을 통해 요덕 수용소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되어 흥분된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요덕 스토리의 연출과 감독을 맡고 있는 정성산 감독은 평양 연극 영화대학교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영화대학에 유학을 한 총망받는 영화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군대에서 남한 방송을 듣다 발각되어 사리원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습니다. 정 감독은 수용소를 탈출해 1995년 남한에 왔습니다.

남한에 정착해서 인기 영화를 각색하며 평범한 영화인의 길을 걷던 정 감독의 인생은 북한에 남아 있던 아버지가 지난 2002년 양강도 정치범 수용소에서 공개 처형당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완전히 변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곳,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요덕스토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정성산: 2002년도에 저희 아버지께서 북한의 수용소에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됐고 그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시작한 것입니다. 작품을 만들다가 하다 보니까 저도 몰랐던 북한의 수용소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세상에 알려야겠다.

정 감독은 요덕스토리 제작을 시작하면서부터 워싱턴 공연을 염두에 뒀다고 합니다. 세계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에서의 공연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북한 동포들에 참상과 인권유린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싶었다는 설명입니다.

정성산: 제가 이 공연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을 고발하거나 북한 당국자를 저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화해와 용서를 통한 사랑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세계의 중심 워싱턴에서 북한 동포들에게 한번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미에서 워싱턴 공연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워싱턴은 세계 정치의 중심입니다.
이곳에서 북한 당국자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메시지는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구요. 워싱턴 공연이 무슨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희 공연을 보시고 나시면 느끼겠지만 저희 공연을 통해 제가 더 나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 치료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요덕스토리의 안무를 맡은 탈북자 김영순 씨는 그동안 쉬쉬했던 북한 인권의 참상을 워싱턴 공연을 통해 전 세계에 알리게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김영순씨는 이번 공연의 무대가 된 함경북도 15호 요덕 정치범 수용소에서 무려 8년을 보냈습니다.

김영순: 자본주의 사회의 화신인 미국 땅에 와서 뮤지컬을 공연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죽음의 함정을 만천하에 알리게 된데 되해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흥분됩니다. 북한의 정치범 수감자들이 5-6개 되는 수용소에서 다 죽어가고 있는 것이 극비에 부쳐집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죠. 누구든지 세상에 알려야 할 것을 저희 탈북자들, 특히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의 고증에 의해 이렇게 작품이 만들어지게 됐고. 세상에 정치범 수용소를 알리게 돼서 마음이 후련합니다.

그런데 요덕스토리를 직접 공연하는 배우들은 모두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남한 시민입니다. 요덕스토리에서 여자 주인공 강련화 역을 맡은 최윤정 씨는 지금껏 수십 차례의 공연을 하면서, 수용소 수감자의 고통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합니다. 강련화는 극 중에서 평양 왕재산 경음악단 수석무용수로 있다, 아버지가 간첩 혐의로 체포되자 가족과 함께 수용소로 끌려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최윤정: 한 30회 이상 공연을 하다 보니까 제가 조금씩 찾아가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연습할 때 보다 조명과 무대와 음악, 점점 한 회 하면 할수록 찾아가는 부분이 있어서 제가 조금 더 강련화 역할에 빠져드는 느낌이 조금씩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같은 민족이잖아요. 많이 이해하려고 공부도 많이 했어요. 같이 아파하려고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처음 역할을 했었을 때는 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일반 뮤지컬 배우였는데요, 그런데 오디션을 통해 제가 강련화 역할을 얻고 작품 한 장면 씩 만들면서 어깨도 많이 무거워 지고 임하는 자세가 이제껏 제가 했던 뮤지컬 공연과는 굉장히 많이 달랐어요.

요덕스토리에서 남한에서 납북되어 온 강원도 어민 김춘배 역할을 맡은 노정욱씨는 무대에 서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점점 김춘배와 한 몸이 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노정욱: 작품의 주제 자체가 ‘북한의 영혼을 구원한다’이기 때문에 작품을 대하는 마음 자체가 틀립니다. 저 스스로도 무대에 설 때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감정이 나도 모르게 격해져서 눈물이 나와서 대사를 못한다거나, 노래를 힘겹게 잘 하지 못한다.

한편, 4일 요덕스토리의 미국 내 첫 공연이 열린 스트라스모어 극장은, 공연을 보기 위해 몰린 관객들로 2천 여개의 좌석이 가득찼습니다. 이번 공연은 5일과 6일 계속됩니다.

워싱턴-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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