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M. 아킨
윌리엄 M. 아킨
William M. Arkin
美 워싱턴포스트지 칼럼니스트(군사전문가)
북한이 핵 실험 실시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미국의 정보기관은 이제 북한이 군사적으로도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판단 하에 ‘김정일 이후의 북한’(post Kim Jong Il state)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상정한 ‘우발 계획’(contingency plans)을 작성 중이었다.
한반도 안보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해온 군 정보기관 전문가들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가 북한 정권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미국은 지난 7월 4일 북한이 실시한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북한이 핵 실험을 실시할 경우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北, 핵폭탄 11개 제조 가능한 플루토늄 확보
미 정보기관은 지난 수년간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다며 기계적인 발언을 해왔지만 지금은 북한이 아직까지 핵무기를 개발 중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약해져 가고 있으며, 남한으로 탈출하는 탈북의 물결을 막을 힘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정권과 체제 유지를 위해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확보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 무장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김정일 정권에게 단호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왔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핵실험은 자국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이 보유한 핵 물질을 토대로 김정일 정권의 잠재적 핵 능력을 추측해왔다. 그 결과 북한은 현재 핵폭탄 11개를 제조할 정도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미 한두 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에 대한 북한군의 강박관념
존 D. 니그로폰테 미 국가정보국장은 올 초 의회증언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황에 대해 “스스로 주장하는 대로 보유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북한은 핵 보유가 한미연합군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대안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 지원을 받아냄으로써 체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북한은 올해 2월 핵탄두를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3일 핵 실험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아직까지 핵탄두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했다. 이처럼 북한이 일으키는 무력시위의 배경에는 미국의 군사적 능력이 재래 전력에 있어 북한을 압도하는 반면 북한의 군사적 능력은 항상 미국에 뒤쳐져 있다는 강박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북한과의 전쟁을 상정한 ‘워 게임’(war game) 보고서에는 북한군이 기존의 재래 전력으로는 남한 군을 상대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의 지상군은 극도로 심각한 장비부족으로 인해 그동안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북한의 장사정포가 장기전에서는 무용지물임이 밝혀졌다. 이와 함께 북한군은 현재 심각한 연료 부족으로 인해 장비의 운용율이 낮아졌으며, 인력에 있어서도 장비 부족에 따른 훈련 부족이 겹쳐 전투력이 떨어진 상태다.
대포동 2호 발사 실패 후 ‘내부 반발’ 심화
한편, 북한의 미사일 전력은 구식 스커드 계열 모델로 정확도가 떨어지며 기술적 결함도 있다. 국방정보국(DIA)과 태평양사령부(PACOM)의 경우 북한에는 사용 가능한 제대로 된 장거리 미사일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미 정보기관은 지난 7월 4일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 놀랐다. 그러나 이후 평가에서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기까지에는 더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상정한 ‘한반도 우발 계획’을 준비 중인 관계자들은 “미사일 발사 실패 이후 개발에 참여했던 기술진에 대한 극도의 내부 반발(severe internal reaction)과 함께 미중 군사교류에 대한 북한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태평양사령부는 중국과의 군사교류를 강화하는 등 북한을 겨냥한 공세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인민해방군 소속의 해군 함정 2척이 샌 디에고를 방문하기도 했다. 펜타곤 일각에서는 중국을 향후 미국의 최대 위협국가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윌리엄 팰런 미 태평양지구 사령관은 최근 중국을 세 번 방문해 투명성과 잠재적인 양국간 협력을 강조했다.
北, 생존 위해 ‘급진적 행동’ 취할 수도 있어
미국은 그동안 동맹국들과 함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북한산 마약, 가짜 담배, 위폐 생산, 돈 세탁 등의 활동을 비밀리에 차단해왔다. 북한은 그동안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생산해 아시아계 은행을 통해 돈 세탁을 해온 것으로 악명이 높다.
정보기관의 비밀 작전을 포함해 2003년 이후 단행된 다양한 종류의 대북 제재는 결국 북한의 불법 활동에 숨통을 조였다. 지금 북한은 허약한 재래 전력을 가지고 설상가상으로 가장 믿을 만한 동맹이라고 여겼던 중국이 미국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은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고, 일본은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동요(internal battles)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해 5월 주한 미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관계자들은 김정일 이후의 북한과 새로이 들어설 정권과 관련해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가장 위험스런 시기로 진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미사일 때문이 아니다. 정권의 생존을 위해 급진적인 행동(radical action)을 취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 스스로 인지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지 인터넷 리뷰 10/05
번역-정리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