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30대의 한 중견 회사원이 10월9일의 북한에 의한 지하 핵실험 강행 이후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상황, 특히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청소년 네티즌 사이에서 전개되고 있는 논란을 보고 느끼게 된 걱정을 담아서 그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을 옮긴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 보았으면 합니다. 이동복
======================================
오늘따라 어찌나 바쁜지 아침부터 메일만 한 20여통 이상 썼나보다. 팀의 구성원 특성상 우리팀은 똑같은 내용을 중문/영문으로 다 써야 해서 보통 메일 하나 쓰는데 20분씩 걸린다.
아침에 이것 저것 챙길 일이 많아서 끙끙대다가 뉴스를 바라보니 북한놈들이 드디어 저질러 버렸다. 핵실험 했다면서 아예 자랑까지 했단다. 성공했다고..
순간 든 느낌은 Judgment Day...
한국에 있을 때하고 여기 나와서 보는 고국에 대한 느낌은 전혀 다르다. 여기서 매일 만나는게 중국사람, 우리팀에서 매일 보는게 8개국 외국인들. 이들하고 뒹굴며 떠들며 느낀점이라면 한국은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는 것...
뉴스 아래 사람들이 댓글 올린 것을 보고는 거의 경악 수준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입장은 아니겠지만 마치 북한에서 핵을 이미 확보한 거나 다름없으니 미국에서 더이상 건드리지 못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자주적인 방어체계가 구축된 거 아니냐 는 식의 반응이 나온다.
일본이 우리가 매일 욕하는 것처럼 병신이라 미국에 긴다면 천만에 오산이다. 일본이 병신이냐, 바보냐. 그놈들이라고 해서 어디 자존심 없고 배알이 안꼴리겠냐마는. 철저하게 국익을 계산하고 움직이는거다.
현대가 어떤 시대냐. 이런 말 하면 또 거품 무는 사람 있겠지만 철저하게 자본의 시대다. 중국이 왜 이리 공룡이 되었겠나. 돈이 많은 것을 해결한다는 것. 돈이 인생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것은 중국인의 혈관에 피가 통할 때부터의 진리겠지만 이제서야 드디어 돈을 벌기 위한 경주에 나설 수 있는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러시아, 브라질, 다들 드디어 자본주의 경주에 나선 공룡들이다.
우리팀 브라질 아줌마 왈, 호나우두, 호나우딩유, 아드리아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 브라질에선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빈민굴 출신이란다. 모르면 몰라도 어제 한국 박살낸 가나 축구 스타들 어디 압구정동 출신이겠냐. 가나가 한국보다 잘 살겠냐. 에시앙 몸값이 400억이란다. 브라질, 가나 어린이들 미친듯이 축구 할거다. 왜? 돈 버니까.
일본으로 돌아가서. 왜 일본이 미국한테 기겠냐? 미국이 좋아서? 천만의 말씀. 자본주의 유지하기 위해 곡예를 하고 있는거다. 그들 나름대로 처절한 삶의 방식이다. 조아리고 따라가고, 가오 물론 안나오지. 그러면 어떠냐 제품 좋은거 만들어 전세계에 팔아먹고 국민들은 점점 잘 살아서 건강,웰빙이나 신경쓰고 있는 판인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면 10명중에 반은 일본보고 욕할거다 자존심도 없냐고. 속된 말로 자존심이 밥멕여주냐? 2차대전 끝나고 유럽이 왜 나누어져서 반은 NATO, 반은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가입했겠냐? 우선 살아서 국력을 키우고 보는거다. 힘을 길러야 한다. 남들이 욕하던 말던 우선 실력이 있어야 그거 가지고 나가서 싸우던 빌던 깽판을 치건 하는거다.
우리나라는 지금 뭐하나? 내 생각엔 여전히 조선시대 말기다. 점점 더 문은 닫아걸고 세계가 뛰는데 상투매고 담뱃대 휘두르면서 천한 놈들이라고 욕하고 있는거다. 천한 일은 천한 것들이 해야 한다는 의식이 전 국민에게 업그레이드 되면서 이젠 머슴이 없으니 외국인에게 시키고 고상한 지식 강국이나 만들면서 우아하게 맛있는 거나 먹고 노닥거리는 것이라는 잘못된 의식.. 정말 착각도 유분수다. 실력이 있어야 노는거다. 지금 무늬만 백조인 까마귀가 백조 따라가려는 형국..
북한 애들이 핵 실험하면 미국에서 가만 있겠나? 물론 전쟁을 일으키긴 힘들지도 모르지. 북한을 동조하는 자들이나 그 논리를 뒷받침하는 사람들. 그리고 천둥벌거숭이 어린애들인 북한이 핵을 가짐으로써 전쟁 억지력을 가진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벌써 북한이 핵 무기를 가진거냐? 핵 실험하면 그게 무기냐?
미국에서 무기 만들기 전에 가만히 있겠나? 중국이 아무리 미국에 삐딱하게 굴더라도 중국 역시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 결코 낮지 않다. 미국이 중국한테 떡 하나 더 주고 핵 실험한 장소하고 평양시내 몇군데 정밀폭격으로 타격하는 정도에서 타협하면 어떡할거냐? 지금 북한애들 실력으로 하와이까지 혹은 알래스카까지나 가는 미사일 쏠 수 있겠냐?
결국 타겟은 한국이다. 북한 애들 이제 진짜 마지막 카드 깐거다. 그런데 우린 아직도 조선시대 선비놀음 하고 있다. 옆동네 깡패 보고 쯧쯧 혀 차면서 쳐다만 보고 있다. 그 불길이 우리집 마당에 와서 우리 초가삼간 타는건 생각도 안하고 있다.
조선시대 말 유학자와 실학자의 싸움에서 실학이 지배해서 국민 정서가 모두 실용주의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그래도 지금처럼 이러구 있을까?
철저하게 실용으로 가야 한다. 똥고집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잘못하다간 진짜 큰일 날거다. 우리가 아직도 방심하는게 우리나라/북한 한반도 역학관계 운운 하면서 절대 강국간에 충돌 안난다고 안심하고 개기는건데, 정말 최악 상황에서 한반도 정도 없어져도 그만 하고 폭발시켜버리면 어떠냐고 중/러/미/일 합의하면 어떡할거냐? 일본하고 중국사이에 반도가 있는게 낫냐 바다가 있는게 낫냐? 당연히 바다 아니냐?
며칠 뒤에 한국 출장가야 하는데 불안해 죽겠다. 가 있는 동안 미국에서 공격이라도 하면 난 중국 다시 못돌아온다. 마누라랑 잘못하다간 생이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말 걱정된다.
지금은 민족적 자주 운운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총은 우리가 쥔 게 하나도 없다. 지금 상황은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지 않나? 북한애들이 우리가 뭘 아무리 한다 해도 이미 사단이 났는데 씨가 먹히겠나?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나라가 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아직 감상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나라가 살아야 할 판인데.. 정말 정말 걱정이다.
나중에 그냥 '걱정이다' 로 끝나면 정말 좋겠다...
베이징으로부터의 편지
- 이동복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6-10-10, 1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