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의 미소

사람이 매우 진지하고 심각해야 할 장면에서 미소를 짓는다면 이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어이없다 느낄 것이다.

북의 핵실험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와중에 신임 일본 총리 아베가 서울을 방문하고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아베는 북이 핵무기를 다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앞으로 일본이 겪어야 할 시련이 염려되기 때문인지 정상회담 중 매우 긴장된 표정을 시종일관 풀지 않고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盧씨는 정상회담 중 내내 명랑한 표정이었다. 그는 앞으로 한국 정부가 종래의 북에 대한 포용정책을 유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는 예기치 않은 발언을 하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정말 그 미소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실없는 웃음이었을까. 아니면 아무리 충고를 해도 듣지 않고 북에 대하여 줄곧 햇볕만을 강조한 자기 자신의 고집이 하도 어이없어서 던지는 쓴 웃음이었을까.

사람이 매우 진지하고 심각해야 할 장면에서 미소를 짓는다면 이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어이없다 느낄 것이며 어쩌면 분한 생각을 금치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대중, 노무현 두 사람 모두 양심의 원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들은 핵을 가지고 불장난하는 오늘의 평양을 어떻게 변명할 수 있겠는가. 그 불장난이 자칫 잘못하면 전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 위험도 없지도 않은 터에 어쩌면 저런 웃음을 띠면서 국민을 대하고 있단 말인가.

김대중이란 사람도 크게 문제이다. 북이 오늘의 한반도와 전 세계의 위기를 초래하는데 원인제공을 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들은 대를 이어가며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전 세계를 존망의 위기 앞에 밀어 넣었다. 그러고도 미소만 지을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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