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메아리 칠 때"

안다성의 노래를 패티 킴이 불렀다. 가을단풍 속으로 달리는 車中에서 들으니 더 좋았다.
어제(23일) 오전 10시에 승용차 편으로 서울을 출발했다. 경부고속-영동고속-중앙고속도로를 지나 안동을 거쳐 고향인 경북 靑松(청송)에 도착하니 오후 네 시였다. 오늘 오전에 安德面 노인회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한 시간 동안 時局 이야기를 한 뒤 周王山을 구경하고 서울로 돌아오니 밤 10시였다.

가을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靑松은 사과, 고추, 담배로 유명한 山村이다. 해발 340m 정도의 高지대이고 山水가 아기자기하다. 청송군의 면적은 서울과 같지만 인구는 3만 명이다. 가구당 평균 한 대 이상의 자동차를 갖고 있다. 山地의 면적 비중이 83%이다.

서리가 내린 뒤에 사과를 딴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딜 가나 탐스러운 청송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누렇게, 벌겋게 익은 감나무들이 가을하늘 아래서 출렁이고 있었다.

靑松은 국립공원 周王山으로 유명하다. 높이 700m 정도의 작은 산이지만 절벽 사이로 난 계곡은 설악산, 금강산이 부럽지 않다. 靑松의 작은 강들도 神이 조각공원으로 쓴 듯이 군데 군데 예쁜 바위와 아담한 절벽으로 드라마틱하다. 寶石 같은 자연이라고 하면 고향 자랑이 심하다고 할 것 같아 여기서 줄인다.

왕복 10시간 동안 나는 패티 킴의 노래 테이프를 네 개 들었다.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에 실린 유행가들은 가곡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격이 있는 노래, 품위 있는 정서가 담긴 노래다. 무엇보다 패티 킴은 발음이 정확하여 노래 가사를 한 자 한 자 다 알아들을 수 있다. 이미자도 이 부문에선 마찬가지이다.

패티 킴의 최근 공연을 들어보면 고음이 약간 어려운 듯하여 나는 주로 옛날 테이프를 듣는다. 특히 안다성이 불렀던 '사랑이 메아리 칠 때'를 패티 킴이 부른 것을 여러 번 되풀이하여 들었다. 안다성의 맑은 목소리도 좋지만 패티 킴의 혼을 불어넣은 노래는 정말 대단했다. 이 노래는 가사가 中性이라 여자, 남자 누가 불러도 어울린다.

40여 년 전에 나온 노래이지만 촌스럽다든지, 시대에 맞지 않다든지 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클래식 같은 노래이다. 안다성의 '바닷가에서'도 그렇지만 '사랑이 메아리칠 때'는 특히 노래 속에 시각적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단어들이 많이 나와 노래를 부르면 동시에 머리속에서 그림이 그려진다. 사무친 그리움을 사무치게 표현하지 않고 상쾌하며 애틋하게 펼쳐놓은 노래이다.

40여년 전 이 노래를 부르면서 연애를 했던 분들이 고상한 분들이었을 것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그 가난하던 시기 한국인들의 정서는 결코 가난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랑이 메아리칠 때(박춘석 작곡, 서인경 작사)

바람이 불면 산 위에 올라 노래를
부르리라 그대 창까지
달밝은 밤은 호수에 나아가
가만히 말하리라
못잊는다고 못잊는다고
아아아아아아아---------
진정 이토록 못잊을 줄은
세월이 물같이 흐른 후에야
고요한 사랑이 메아리친다.

꽃피는 봄엔 강변에 나아가 꽃잎을
띄우리라 그대 집까지
가을밤에는 기러기편에
소식을 보내리라
사무친 사연 사무친 사연
아아아아아아아-------------
진정 이토록 사무칠 줄은 세월이 물같이 흐른 후에야
고요한 사랑이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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