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수사 중인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핵심 관련자들은 386 학생운동권 출신들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은 현재 청와대와 정부·여당 등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386 정치인들과 학생운동 시절부터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관련자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여권 386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얻은 중요 정보를 북한에 넘긴 것으로 밝혀질 경우,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대 82학번인 이정훈씨는 K대 ‘삼민투’ 위원장을 지냈고, 85년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에도 참여했다. 대학 졸업 후 런던에서 대학원을 졸업했고, 이후 인기 영어교재 저자로 명성을 얻었다. 이씨는 열린우리당 A씨의 선거운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까지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을 지냈다. 이씨는 국보법 위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국정원은 이씨가 정치권과 어떤 관계였는지도 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씨와 학생운동을 같이 한 여권 관계자는 “평소 말이 없고 신중한 친구였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정치하는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Y대 출신인 손모씨는 서울 대학로에서 식당을 운영했고, 이 식당에 386 정치인들이 자주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학생운동을 일찍 정리한 뒤 사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대 출신 장모씨도 학생운동 출신들과 폭 넓은 인맥을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같이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김승규(金昇圭) 국정원장의 강력한 의지와 지시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7월 취임 직후부터 김대중 정부 말기에 와해되다시피 한 대공수사팀을 부활시킨 뒤 이들을 적극 지원해 왔으며,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화교 간첩 사건, 8월의 직파(直派) 간첩 사건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불쾌한 메시지를 김 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으나 김 원장은 중단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안 관계자는 “첩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김대중(金大中) 정부 이후 최대 간첩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외교·안보라인 교체 때 김 원장이 물러날 경우, 수사가 끝까지 이뤄질 것인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김 원장이 자신의 교체를 앞둔 시점에서 이 수사를 밀어붙인 배경에는, 자칫 이 사건이 묻혀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담겨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정원 일각에서는 김 원장이 교체되면 수사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항수기자 hangsu@chosun.com
정우상기자 imagine@chosun.com
`北공작원 접촉' 고정간첩 혐의 포착
국정원, 민노당 간부 2명 등 5명 신병 확보
민주노동당 전 간부 등과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장모씨가 20여년 간 한국에서 고정 간첩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전날 이정훈 민노당 전 중앙위원, 손모씨 등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장모씨는 1981년 한국에 들어와 고정간첩으로 활동하고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후반 3차례 북한을 드나든 혐의로 국가정보원에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1981년 밀입국한 뒤 사립 S대에 입학했으며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수년 간 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국정원 조사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한편 검찰과 국정원은 전날 영장을 청구한 장씨와 이정훈 민노당 전 중앙위원, 손모씨 등 3명과 별도로 이날 오전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최기영(41)씨와 이모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올해 3월 이정훈씨가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할 때 동행해 모종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들이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고 귀국해 반국가 활동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들의 국내 행적 수사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정원은 특히 북한을 드나든 혐의를 받고 있는 장씨를 주범으로 보고 장씨의 압수물 가운데 다른 인사들과 접촉한 정황이 나타나는 문건이나 파일이 있는지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전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3명과 이날 오전 체포된 2명은 모두 1980년대 중후반 대학 총학생회에서 활동했던 전력에 비춰 이들의 불법 행위에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권이나 재야 인사들도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까지는 국보법상 ‘회합ㆍ통신’ 혐의를 받고 있으나 조사 결과에 따라 국가기밀을 누설한 사실 등이 밝혀지면 국보법 4조에 규정된 ‘간첩’ 혐의로 조사받게 될 수도 있다.
한편 이정훈씨와 손모씨의 영장실질 심사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며 이날 밤 늦게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민노당 간부 등 386 운동권 인사, 간첩혐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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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0-26, 1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