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운영정보 북한에 보고

국정원 ‘장민호 암호문’ 해독중… 풀리면 ‘핵폭탄’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포섭해온 고정간첩 마이클 장(본명 장민호·44)의 암호(暗號) 보고문이 수사의 핵(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정원은 암호 해독요원 전원을 동원해 장민호 등 관련자로부터 압수한 자료들을 정밀 해독·분석하고 있다. 국정원 주변에선 국내 정치정세 등 주요 정보를 북한에 보고한 대북보고문건의 암호가 풀리면 메가톤급 ‘핵폭탄(核爆彈)’이 터질 것이란 얘기가 흘러 나온다.

◆국정원, “암호 보고문은 화약고”

국정원이 지난 24일 장민호의 집과 사무실 등에서 압수해온 품목은 ▲무선통신 해독용 CD ▲소형 메모리칩(USB포트) ▲지령 수신용 단파 라디오 ▲무선통신 연락 제원표 ▲컴퓨터 단말기 등이다. 국정원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 본체와 USB포트 등에 저장돼 있던 수십 건의 대북(對北) 보고 문건을 출력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수사 관계자가 “출력해낸 자료가 너무 많아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하소연할 정도로 다량이다.

문제는 이들 문건이 모두 암호(음어·陰語)로 작성됐다는 것. 국정원은 이에 따라 장민호로부터 압수한 무선통신 해독용 CD자료집과 국정원 암호해독반이 축적해온 암호 해독 파일 등을 꺼내, 이번에 출력한 자료들과 일일이 대조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 속도가 더뎌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게 국정원 설명이다.

◆일심회원들 활동 내역·보고서 담긴 듯

국정원에 따르면 장민호는 1989년 초 재미교포 김형성(60대 중반·가명 추정)의 주선으로 처음 밀입북해 간첩교육을 받은 뒤 93년 9월 재입북해 노동당원이 됐다. 당시 그가 받은 지령은 “공안사건 전력이 있는 386 운동권 출신들을 중심으로 지하조직을 만들라”는 것. 이후 6년간 꾸준히 접촉 범위를 넓혀가다 1999년 ‘일심회’를 결성했다. 일심회는 반국가단체인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의 강령을 준용했고, ‘자신과 조직 보위에 충실한다’ 등 3대 규약에 선서했다고 한다.

이미 체포·구속된 5명 전원이 일심회 멤버라고 한다. 장민호·손정목은 국내 일반 동향, 민주노동당 간부이던 이정훈·최기영은 정치권 내부 동향과 민주노동당 운영관련 정보, 이진강은 시민단체 동향 등으로 역할 분담을 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5명 중 총괄을 맡은 장민호와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최기영이 높은 차원의 정보를 담당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장민호는 지난 13년간 대외연락부 부부장 유기순, 과장 김정용 등을 중국과 동남아에서 10여 차례 접선하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지령과 공작금을 받아 왔다고 한다. 따라서 장민호를 중심으로 일심회 멤버들이 접촉한 인사들과 지령대로 누설된 국가 기밀이 무엇인지가 향후 수사 대상이다.

◆‘NL계열 386들’ 추가 수사 대상

국정원은 현재 이들이 접촉했던 다수의 인사들을 추가 수사 대상자로 선별하고 있다. 추가 수사 대상은 주로 386 운동권 출신 중에도 ‘PD(민중민주)계열’보다는 대부분 ‘NL(민족해방)계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사파 계열이 ▲주한미군 철수 ▲FTA(자유무역협정) 반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등 반미(反美)운동을 주도한 사실로 볼 때 이번 간첩단사건과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간첩 장민호(44)를 포섭·조종해온 북한 대외연락부는 통일전선부 작전부 35호실과 함께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의 4개 대남 공작 부서 중 한 곳이다. 1947년 조선노동당 5과로 창설돼 연락부, 사회문화부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대외연락부로 확대 개편됐다. 주된 임무는 침투, 포섭, 공작. 간첩(공작원) 남파, 공작원 밀봉교육, 한국 내 고정간첩 관리, 지하당 구축 등이다.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던 거물 간첩 정경희가 대표적인 대외연락부 소속이다. 남조선노동당사건의 이선실, 1995년 부여 간첩 김동식, 1997년 ‘부부 간첩’ 최정남·강연정(자살), 1998년 민혁당사건의 윤택림 등도 대외연락부 소속 공작원이었다.

이항수기자 hang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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