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50% 육박 지지율 비결은?

여권공세-각종악재에도 고공비행 계속
열린우리당 해체와 범여권 통합신당 창당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긴급 회동을 가지는 등, 우파 정권으로의 정권교체를 막기 위한 범좌파 진영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전, 현직 대통령들까지 최전방에 설 정도로 ‘반(反) 한나라당 전선’의 구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정당지지도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문화일보가 창간 15주년 특별기획으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은 43.4%를 기록하며 14%에 그친 열린우리당에 3배 이상 앞섰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조인스닷컴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은 47.2%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13.6%에 그친 열린우리당을 30%p 이상의 격차로 제쳤다. 동서리서치가 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46.5%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50%에 육박하는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끊임없이 논의되던 정계개편이 현실화 단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이처럼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현재의 여당이 아닌 다른 세력이 부상할 것이라는 것이 알려진 상태에서도 ‘부동층’이 아닌 ‘한나라당’으로 민심이 쏠리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정권교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내성’을 확보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층 결집.. 이유는?

한나라당 지지도의 고공비행은 지난해 10월 재보선에서의 완승 이후 지난 5월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꾸준히 계속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추행, 공천헌금, 실언 등 각종 악재가 속출했음에도 한나라당은 5.31 지방선거에서 유례가 없는 압승을 거뒀다. 지방선거 승리 이후 수해지역 골프 파문과 호남 비하 발언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지지도가 하락하기는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도는 50%p대를 향해 줄기차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나라당을 ‘부패-냉전세력’으로 몰아세우는 좌파진영의 총공세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추석연휴 직전이었던 지난 9월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기를 바란다는 응답 비율이 57.2%로 나타났다. 이는 50%에 육박하는 한나라당 지지자들 외에도 지지정당이 없는 부동층 중 일부까지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처럼 한나라당 지지도가 요지부동의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세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첫째, ‘야당’의 일부 허물로는 현재 국민들이 노무현 정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반감을 덮을 수 없을 정도로 노 대통령과 여당이 ‘공공의 적’이 됐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에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한 대북 현금지원을 계속하면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비난에 시달려 왔다. KSOI가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76.2%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 한나라당을 ‘수구냉전세력’으로 매도하려는 집권 좌익세력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대다수 국민들은 이같은 ‘역 색깔공세’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KSOI가 지난 7월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들 중 43%는 ‘수해골프 파문 등 도덕성 문제’를 지목했고 ‘경선결과를 둘러싼 당내 갈등’(29.4%)이 뒤를 이었다. ‘보수적 지도부 출범’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에 불과했고, 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한나라당이 ‘우파 정당’이기 때문에 싫다는 유권자들은 소수이며, 이들은 어차피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을 ‘극좌세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나라당이 도덕적으로 개선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일 경우,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유권자들마저도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설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마지막 이유로는 한나라당 소속 예비 대권주자들의 선전이다. 한나라당 소속 대권주자들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지지도를 합산할 경우 60%에 육박, 당 지지율을 훌쩍 넘어선다. 각각 개성이 뚜렷하고 지지 기반도 다른 세 명의 대권주자들이 중도-부동층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으며 당의 외연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분열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져.. 유일한 변수는 범여권 후보단일화

‘노무현-이명박 연대론’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경선을 앞두고 분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최근에는 잦아든 분위기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6일 당의 경선 방식에 대해 “당이 결정할 사항을 따라갈 예정”이라며 경선 참여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좌파 진영이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던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분열’ 가능성마저도 사실상 소멸한 상태다.

‘제 2의 김대업’을 앞세워 한나라당 대선주자에게 타격을 입히려는 집권세력의 공작도 성공 가능성은 2002년에 비해 낮아 보인다. 이미 여당은 지난 5월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시도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 한오섭씨는 “정치과잉현상을 거친 국민들이 너무 많이 학습되어 있어서, 의도를 가지고 공작하면 다 알아차린다”며 “과거에 비해 야당이 집권하기가 더 쉬워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한나라당 진영에서는 돌출 악재나 내부 분열 가능성보다도 지난 2002년 여당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던 ‘막판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지난 7월 ‘프리존’과의 인터뷰에서 “범여권이 일시적으로 분열됐다가 대선을 앞두고 후보단일화 등의 과정을 통해 재통합하는 시나리오를 다들 경계하는 듯 하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고 이명박 전 시장의 참모인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열린우리당의 분당 등으로 나타날 정계개편보다는 막판 후보단일화가 더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범여권 세력이 선거 직전에 후보단일화 등을 통한 ‘좌파 연합’을 결성할 경우에는 그 파괴력이 상당할 수 있다. 여전히 한나라당의 집권에 반감을 가진 부동층이 많은 데다가 궁지에 몰린 집권세력이 방송 등 친여매체를 총동원한 ‘단일화 이벤트’에 나설 경우에는 선거 막판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지역적으로는 호남, 이념적으로는 중도-정치 무관심층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고건 전 총리가 정통 좌파 성향 후보와 단일화를 감행할 경우, 좌파 진영은 지역적-이념적으로 한나라당을 포위하는 통일전선을 형성하게 된다. 현재 좌파 진영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파 정권이 출범할 경우 지난 수년간 한국 사회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해 온 극좌세력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은 젊은층의 투표율이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보다 높기 때문에 감성적인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反) 한나라당’ 바람이 불 경우, 그 파괴력은 상당한 수준일 수 있다. 때문에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들은 ‘이회창 대세론’, ‘3자대결시 필승론’ 등의 대세론에 안주하며 역전패를 당했던 2002년과는 달리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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