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 찬성키로
정부가 드디어 오늘 오전 실시 예정인 유엔총회(제3위원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신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의 태도를 보면, 북한인권결의안 찬성이 정말이지 ‘마지못해’ 하는 것이라는 냄새가 역력하다.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인권결의안 찬성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대북 화해협력정책 기조를 견지하면서 식량권 등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성명이 나온 직후에는 통일부 당국자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에 공감을 표시하는 차원'이라며 '제재나 압박을 통한 해결보다는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인권 환경을 개선해 나간다는 정부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견 모순 되어 보이는 이런 상황이 왜 빚어졌는지는 누구의 눈에도 분명해 보인다.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유엔인권이사국으로 선임된 나라가 더 이상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외교부 등 일각의 주장과, 어떤 일이 있어도 인권문제를 거론해 ‘장군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청와대 386들, 열린당 운동권 출신들, 통일부 등의 입장이 엉성하게 타협을 본 것이란 얘기다.
말하는 것으로 보아하니 조만간 ‘장군님’의 심기를 달래기 위해, ‘식량권 등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라는 명목으로 북핵실험으로 중단(?)됐던 대북 비료지원과 식량지원이 재개될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좋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 인권위에서 세 차례,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한 차례 북한 인권결의를 채택하는 동안, 모두 불참하거나 기권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히 진일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의 하나로서 나는 그 의미를 평가절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런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외교부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이제 노무현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할 말이 생겼다.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했다”고 말이다. 아마 정부는 그 연장선상에서 내년 봄 유엔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도 찬성하게 될 것이다.
작은 변화(?)들
그것뿐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인권문제를 외면하는 것으로 일관했던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얼마 전 <북한인권법제연구>라는 책을 냈다.
북한인권유린의 체험과 현장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있으나마나한 북한 헌법과 형사법, 사회-노동법 등에 담긴 인권규정을 연구했다는 것이 황당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국가인권위도 “우리라고 북한인권 문제에 마냥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할 근거는 생긴 셈이다.
“국가인권위가 조만간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표명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 또한 환영할 일이다.
북한인권문제만이 아니다. 작지만 ‘노무현 정권이 조금은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징조들이 보인다.
우선 부동산 정책. 그동안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 오던 청와대가 2선으로 물러나고, 재경부 등 행정부가 정책을 맡게 됐다. 이와 함께 ‘주택공급확대’쪽으로 정책방향이 바뀌었다.
인사면에서는 추병직-이백만 등 국민들을 짜증나게 만들었던 인간들이 결국 물러났다.
재계를 압박했던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도입은 보류됐고, ‘총액출자제한제’의 적용도 다소 완화됐다.
물론 이런 변화들은 아직은 미미한 것들이다. 그에 반대되는 흐름도 존재하는 이상, 거기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른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그러나 앞으로 이런 식의 변화가 계속 축적된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보자.
부동산 정책의 주체와 방향에서 이미 변화를 보여준 노무현 정권이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정책을 180도 선회해서 과중한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실수요자의 주택마련을 돕기 위해 금융대출에 대한 제재를 푼다면 어떻게 될까?
‘환상형 순환출자규제’ 도입을 보류한 정부가 ‘투자활성화’를 위해 전격적으로 총액출자제한제도를 폐지한다면?
전효숙씨에 대한 헌법재판소장 지명을 철회하고, 이병완 비서실장 등 국민들을 짜증나게 했던 인사들을 추가로 물러나게 하고, 한명숙-유시민 등 열우당 출신 각료들을 당으로 돌려보낸 후,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관료나 지식인들로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을 구성한다면?
어렵게 재개된 6자 회담이 다시 결렬되고 북한이 추가로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경우, 이를 이유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각종 대북지원을 중단하고 PSI에 참여한다면?
한미FTA에 부정적인 미국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개원하기 전에 전격적으로 한미 FTA를 타결한다면?
2009~2012년 사이로 결정됐지만 사실상 2009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시기를, 미국 국방장관이 교체된 것을 계기로 2012년으로 늦춘다면?
경찰이 여론을 무기로 삼아 좌익들의 불법시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나선다면?
국정원과 경찰이 다투어 간첩잡기에 나선다면?
교육부가 자립형 사립고 설립 등 사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전교조가 반대하는 교원평가제를 제대로 도입한다면?
거기에 더해 열우당이 ‘열우당 사수’를 주장하는 친노 직계들을 내치고, 민주당과 고건, 한나라당 소장파를 끌어들여 소위 ‘중도평화개혁세력’들로 새 당을 만들고, ‘오픈 프라이머리’을 통해 의외의 참신한 인물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다면?
노무현 정권에 대한 ‘안티’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이런 식의 정책전환이 계속된다면, 아마 주사파, 노사모 탈레반, NGO등은 “개혁의 후퇴”운운하면서 펄펄 뛸 것이다. 보수우익세력들은 “표면적인 변화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경보를 울릴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저들의 본질이 변화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성난 민심을 달래고, 내년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기만적인 우(右)선회'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 가서도 노무현 정권을 ‘북한에 대해 할 말 못하는 친북정권’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을까?
노무현 정권을 경제-사회적으로 좌익정권이고, 대외적으로 반미정권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노무현 5년의 실정(失政)을 가지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아마 대다수 국민들은 그런 변화에 안도하면서,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좀더 희망적인 쪽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도 조금은 더 후해 질 것이다.
그런 상황이 닥치면, 오로지 노무현에 대한 ‘안티’를 추동력으로 삼아 여기까지 왔던 애국세력이나 한나라당은 어떻게 될까?
아마도 십중팔구 타깃을 잃어버리고 갈팡질팡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념도, 철학도, 비전도, 정책도, 투지도 없는 한나라당은 그런 상황 아래서 가련할 정도로 전후좌우 못 가리고 헤매다가 자멸할 것이다.
저들은 ‘좌익꼴통’들이어서, 앞에서 언급한 그런 변화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정치인들은 집권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자들이다.
이미 지난 5년 동안 속았고, 노무현 5년에 질릴 대로 질린 국민들이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인간은 원래 ‘망각의 동물’이다.
위에서 언급한 일들이 현실화되고, 거기에 그리고 방송과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과 달콤한 선물(예컨대 군대갈 나이의 젊은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겨냥한 ‘징병제 폐지’ 공약 등)이 더해진다면?
아마도 적지 않은 국민들은, 물의를 빚었던 정치인들이 슬그머니 재기를 모색해도 제대로 제재하지 못하는 물컹한 한나라당보다는. 다시 한번 ‘중도평화개혁세력’으로 위장한 좌익-기회주의 연합세력을 선택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안티’만으로는 정권을 탈환할 수 없다. 애국세력과 한나라당은 그들이 국가경영능력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저 좌익들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정권을 탈환했을 때,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명한 믿음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을 써서, 이러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안티 노무현'만으로는 안 된다. 단단한 이념과 철학, 비전과 정책, 투지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 10년 좌익 정권을 끝장내고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다.
*이 글은 프리존의 양해로 게재합니다.
집권좌익의 기만적 '右선회'전술에 대비해야
- 강철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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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17, 15: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