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냐 대화냐

한평생 역사를 공부했는데 대화로 해결된 일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당근과 채찍”이란 표현은 사람이 끌고 다니거나 타고 다니는 말에나 적용될 수 있는 표현이다. 북을 놓고 당근과 채찍 운운하는 것은 北을 인격으로 다루는 것 같지 않아 불쾌하다.

김정일에게는 인격은 없고 욕심만 있는지 모르지만 그의 폭정에 시달리는 2천만 동포는 당당히 인권을 누려야 할 우리와 꼭 같은 선량한 사람들이다.

최근에 있었던 하노이의 APEC 정상회담에서 당근이니 채찍이니 하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겠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제재가 효과적인가 대화가 효과적인가 하는 것으로 요약된 것 같다. 그것은 훨씬 인격적인 표현이다.

나도 한평생 역사를 공부했는데 대화로 해결된 일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장사에 관한 일이나 과실치사 또는 과실상해로 발생한 문제 그리고 개인이나 집단에 명예훼손 등에 관한 일은 법정에까지 가지 않고 대화로 풀리는 경우가 많지만 국제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대화로 풀리는 일이 거의 없다.

대화로 히틀러의 야망을 꺾으려던 영국의 챔버린은 실패하였고 2차 대전을 막지 못했다. 워싱턴에서 열렸던 군축회의가 일본의 야망을 달래지 못하고 진주만의 폭격은 감행되었다. 그렇게 해서 터진 태평양전쟁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의해 종식되었다.

대화에 치중한다는 것은 때로는 시간만 끌어 불법자에게 더 많은 불법을 행할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반성할 일이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