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4일 나는 일본 도쿄 히비야 공원에 있는 공회당에서 일본 정부가 주최한 북한 납치자 관련 대중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6월 성립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일본 정부는 북한인권계몽주간을 선포하고 여러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많은 탈북자, 납북자 가족들이 이 행사에 초대받았다. 히비야 공회당에선 북한납치자 문제를 잘 다루어 총리가 된 아베씨가 연사로 나왔다. 그는 '내가 총리로 있는 한 납치자 문제 해결 없이는 절대로 북한과 수교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이 대목에서 관중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나는 북한정권에 의한 국제납치 문제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이 대회에 초청받았다.
일본 정부, 국회, 언론이 한덩어리가 되어 납치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國力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중한 일본인들은 좀처럼 본심을 드러내지 않지만 느낌으로선 일본이 미국보다도 오히려 더 강력하게 김정일 정권의 붕괴나 무력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세미나의 결론을 맺은 사토 가쓰미 구출회 회장도 '대량살상무기 그 자체인 김정일의 제거 없이는 납치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의 기준으로는 일본이 김정일로부터 대단한 양보를 받아낸 것 같은 데 일본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2002년 9월 평양회담에서 고이즈미 당시 수상은 김정일로부터 일본인 납치의 자백을 받았고 16명(지금은 17명으로 일본 정부가 확인)의 납치자중 생존자 5명을 데리고 왔다. 일본은 북한에서 사망했다고 주장한 납치자들이 살아 있다고 전제하고 북한에 대해서 진상규명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0월9일의 핵실험 이후 일본은 사실상 對北경제봉쇄에 들어갔다. 세계에서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소리를 치는 나라가 일본인 셈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이 선진국이고 일본은 후진국이었다. 1991년 7월호 月刊朝鮮은 북한공작원 辛光洙에 의한 일본인 하라타다아키 납치 사건을 현지 취재로 상세하게 다뤘다. 당시 편집장으로서 이 기사를 읽어본 나는 일본 경찰이 이 명백한 납치사건에 대해서 쉬쉬하면서 공개수사를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에 의한 납치임이 안기부 수사로 밝혀졌는데도 북한당국에 대해서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나'라고 의아해 했었다.
그런 한국이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한 지금은 후진국이 되어버렸고 일본이 오히려 선진국이 된 것을 이번에 실감하게 되었다. 이런 逆轉은 어떻게 이뤄졌던가? 일본의 용감한 기자들, 현대코리아 그룹 인사들, 그리고 납치자 가족들이 약10년간 끈질기게 조사하여 진실을 밝혀내고 이를 근거로 일본 정치인을 움직이고 일본이 국가적 차원에서 나서고, 드디어 김정일의 자백을 받아내고 그렇게 되니 일본의 여론이 움직이고 역사가 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 1977년 11월15일 니이카다 해안에서 북한공작원이 납치해간 13세 중학생 요코다 메구미 사건이었다. 요코다 메구미를 북한에서 보았다는 탈북 공작원 安明進씨의 증언이 돌파구였다. 요코다 소녀(지금은 40代)의 부모는 수상 이상으로 일본인들에게 잘 알려진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일본에서 천황, 수상 다음으로 기자들을 많이 끌고 다니는 인물이 요코다 시게루(아버지)-요코다 사키에(어머니) 부부일 것이다.
이 부모는 납북된 딸의 實名을 걸고 공개적으로 납치자 문제를 호소했다. 實名을 공개하면 북한당국이 딸을 죽일 것이라고 걱정도 했으나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14일의 집회에서도 요코다 부모가 나와서 한 시간 동안 조용한 강연을 했다. 어머니 요코다 사키에씨의 차분한 설명이 감동적이었다. 사키에씨는 일본 경찰이 일찍 공개수사를 했더라면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딸이 실종된 뒤 지옥 같은 하루 하루의 고통에 대해서 어머니 된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는 '김정일 이 놈이 정말 악마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사키에씨는 경찰이 여자 시체가 발견되었으니 와서 확인해달라는 전화를 걸 때마다 온 몸이 떨리고 맥이 빠졌다고 한다. 20년 동안 깜깜한 속에서 보내다가 차츰 북한의 존재가 드러나고 그때부터 요코다 부모들과 납치자 가족들은 싸우기 시작했다.
이날 강연에서 요코다 사키에씨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았다. 6.25 때 한국에서 납치된 10만 명 이상, 휴전 후 납치된 500명, 그리고 북한 강제수용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강제수용소 출신 탈북자 강철환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들으면 참으로 부끄러워 해야 할 말이었다.
지금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다루는 일본의 공무원과 구출회, 그리고 가족회 사람들은 한국인 납치자와 탈북자, 그리고 북한내의 인권탄압에 대해서도 반드시 언급한다. 납치자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이번 북한에 의한 국제납치 문제 세미나에서도 일본 구출회 사람들은 북한공작원들이 타일랜드와 마카오의 여자들을 납치해간 사실을 밝혀내고 타일랜드 납치자의 친척을 데리고 와서 증언하도록 했다.
마카오에서 납치된 '미스 홍'에 대해서는 이 여자를 북한에서 만났던 최은희씨의 비디오 증언이 있었다. 崔여사는 직접 와서 증언할 예정이었으나 수술을 하는 바람에 불참했다.
한국인 납치자 가족들은 일본 정부인사들을 만나면 '한국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 호소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다. 노무현 김대중 정부가 외면하니 이렇게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조국이 버린 가족의 문제를 외국 정부에 대해서 호소하려니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겠는가? 노무현 김대중 정권이 국가 체통을 얼마나 더럽히고 있는지 저주하지 않을 수 없다.
14일 오후 국제세미나 참석자들이 아소 외무장관을 만났을 때도 한국 납북자 가족 대표들로부터 그런 부탁이 나왔다. 아소 장관은 말했다.
'일본 정부는 외국과 정상회담, 외상회담을 할 때마다 반드시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고 협력을 효청합니다. 이것이 내각의 확고한 방침입니다'
아베 수상이 취임 직후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총리에게 납치자 관련 팸플리트를 건네주면서 '북한이 중국사람도 납치해갔으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있으니 일본이 이스라엘 같은 나라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누구나 론 아라드란 이름을 안다. 유명 배우여서가 아니다. 그는 1982년 레바논 전선에서 격추된 뒤 실종된 공군 전투기의 항법사이다 . 이스라엘 정부는 아라드가 이란이 조종하는 테러단체에 의해 억류된 것으로 판단하여 지금까지 끈질긴 탐색 및 구출공작을 펼치고 있다. 이스라엘의 모든 외교관은 외국 외교관을 만날 때 『아라드에 대한 정보를 혹시 갖고 있습니까』라고 묻는 것이 의무가 되어 있다.
납치는 人生 말살 행위이다. 13세 소녀 요코다 메구미가 북한공작원한테 납치되어 가서 공작원 양성소에서 일본어를 가르쳐주는 선생이 되었다. 북한당국은 집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사정하는 요코다양에게 '한국어를 배우면 돌려보내준다'고 속였다. 요코다양은 열심히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북한은 2년 전, 죽은 요코다양의 유골이라면서 뼈가루를 일본 정부에 건네주었다. 일본의 과학자들은 그 뼈가루가 요코다양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요코다 부모는 더욱 딸의 생존을 믿고 있다.
70대에 들어간 이 부모가 살아서 딸을 만나려면 김정일이 하루빨리 제거되어야 한다. 김정일 제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한 인간으로 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토록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왜 하느님은 개입하지 않는 것일까? 기독교인인 요코다 어머니는 그렇게 한탄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일의 동족 납치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으면서 퍼주기만 계속하는 자들이 인권과 평화를 운운한다. 김대중씨는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자칭한다. 그는 김정일로부터 직접 구두지시를 받고 일본인 하라타다아키씨를 납치해간 신광수를 석방시켜 북한으로 보내주어 사실상 김정일의 범죄증거를 말살했다. 그 신광수에 대해서 일본정부는 국제수배를 내려놓고 있다. 김대중씨의 양심이 국제수배당한 셈이다. 동족을 납치해간 자, 이 문제를 알고도 외면한 자들이 죽어서 지옥으로 가지 않는다면 천당도 없다.
북한인권 선진국 일본, 후진국 한국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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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2-19, 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