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본 '미끄러운 뱀장어' 潘基文

도대체가 속내를 알 수 없는 새 유엔사무총장님
새로 당선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한창 선거활동을 벌이던 지난 9월말, 뉴욕시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당시의 반장관을 초청해 강연을 한다기에 한 번 가 보았다. 이벤트를 마련한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총재와 시티은행측 사람이 나와 반장관을 소개하고, 강연 뒤 질의응답시간에는 뉴욕타임즈의 유엔특파원이 유엔사무총장선출과정등을 잠시 소개하는 등 꽤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에 보여준 반장관의 모습은, 왜 과연 그가 '미끄러운 뱀장어'라는 별명을 얻었는가를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어떠한 질문이 나와도 모범교과서 답안을 내 놓는 것이 여간한 재주가 아니었다. 탈북자문제, 중동문제, 남북한 대치문제, 미국과 유엔의 관계문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문제 등, 누가 어느것을 물어보아도 어느 한 쪽의 감정이나 신념을 자극하지 않는 중도적인 모범답안만을 계속 내어 놓고 있었다. 이벤트가 끝나고 밖에서 잠깐 일본의 상임이사국진출에 관한 질문을 했던 요미우리신문 기자랑 인사를 했는데, 그 기자 또한 반장관이 자기 질문은 피하고 답변은 결국 내 놓지 않았다고 안타까와 하고 있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야, 저렇게 요리 피하고 조리 피하는 노련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 정권이 이리 바뀌고 저리 바뀌고 하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계속 직업외교관으로 살아남아 오늘 이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겠구나'하는 감탄아닌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토록 아무의 감정도 건드리지 않는 탁월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니, 모든 회원국들의 지지아래 유엔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빨리 일사천리로 사무총장 당선과취임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출신으로 뉴욕에 살면서 유엔에서 일을 하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유엔내에서는 요즈음 반기문이 문자 그대로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하고 그저 시키는 대로 사무만 처리해 내는 훌륭한 '비서' ('Secretary General'을 '사무총장'으로 번역하지만, 'Secretary'라는 말은 그냥 평범한 '사무실의 비서'라는 말로 흔히 쓰인다)가 될것같다는 농담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도저히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흉내내기 어려운 부지런함과 성실한 태도, 그리고 피나는 노력, 이러한 반사무총장의 모습은 반드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도데체 이분이 어떠한 불타는 신념과 정열을 지니고 대한민국의 외교장관노릇을 했으며 앞으로 유엔수장 노릇을 할지는 이 분의 듣기 좋고 매끄러운 말만 들어가지고는 쉽게 속단할 수 없을 것 같다.

潘총장은 1962년에 한국에서 온 고등학생 신분으로 백악관에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고서는 외교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며칠 전 미국 ABC방송의 정치부기자 조지 스테파노폴리스와의 텔레비젼 인터뷰에서도 반총장은, '그 당시 나는 가난했던 한국에서 온 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런 내가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면서 과연 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외교의 길에 몸담기에 이르렀다'고 답했다. 가난했던 나라의 한 학생이 물자가 풍족한 자유의 땅의 대통령을 만나고는 고무되어 '나는 과연 나의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나'하고 생각했다면 이것은 이승만박사가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이 잘 사는 것은 오직 자유의 사상이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나도 반드시 나의 조국을 자유민주주의국가로 만들리라'라고 하면서 두 주먹 불끈 쥐고 다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 때 이러한 생각을 했던 사람이 대한민국의 외교장관과 유엔사무총장의 자리에 올랐다면 응당 오늘날 풍요자유한국을 있게 한 대한민국의 건국,호국 영령들과 자유동맹 미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에 대한 굳은 신념으로, 38선 이북을 비롯한 非자유세계에 무슨일이 있어도 자유를 퍼트리겠다는 그런 비장한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潘총장 스스로도 그의 입으로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대한민국 출신이라 유엔에 이득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렇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단시간내에 식민지, 해방, 전쟁, 빈곤, 산업화, 독재, 민주화, 그리고 풍요를 모두 경험한 성공한 나라이다. 나는 이 과정을 처음부터 모두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경험하였다. 그러니, '인권과 안보, 그리고 사회경제발전'을 근간으로 하는 유엔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될것이다.' 참으로 인상깊은 말이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했던 그가 여태껏 보여준 행동은 어떤 것인가? 그가 이렇게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그토록 깍아 내리지 못해서 안달이 난 노무현정권의 각료로서 태연하게 일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왜 탈북자 구출작업과 국군포로 송환작업에 좀 더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말인가? 왜 참여정부의 이상한 대북노선 외교노선에 의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따를 뿐만아니라 진두지휘까지 했었다는 말인가? 아무런 감정과 신념도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기계공무원이였다는 말인가? 도저히 앞 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저 원래는 자유에 대한 신념, 자유통일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사람인데, 이상한 정권속에서 살아 남으려니, 적당히 타협할 수 밖에 없었을테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권이 바뀌고, 일단 유엔 수장자리에 오르고 나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자유를 위해 용기있게 싸울것이라고 막연히 기대를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왠지 어딘가 영 찝찝하다. 미국도 처음에는 반대했다가 나중에는 적극 반총장을 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미국도 그저 이런 막연한 기대감으로, 다른 나라에서 반대를 안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밀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潘총장이 불타는 자유의 신념으로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에게 대항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런 신념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공무원으로서 성실하게 일하면서 안전하게 오랜세월 살아 남아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클린턴대통령의 보좌관에서 정치부기자로 탈바꿈한 스테파노폴로스 기자가 반장관의 교과서 답변에 지쳐서 '왜 내 질문을 피하느냐? 당신이 왜 미끄러운 뱀장어인지 알겠다. 당신 말대로 언론에 우호적이라서 그렇게 불릴 수도 있으나, elusive한 (파악할 수 없는/종잡을 수 없는) 사람으로 비쳐질 수 도 있는 것이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과연 그의 지적대로 지금의 반 총장은 '속내를 알 수 없는'사람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떤 신념으로 일하는 사람인지 한 번 지켜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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