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자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는 모순

"김정일이 있는 한 종교의 자유는 없다"
▶평양에 소재한 칠골교회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남한 교계지도자 30여명은 평양을 방문해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하 조그련)과 함께 14일 칠골교회에서 ‘평양대부흥100주년 기념예배’를 가질 예정이다. 이 예배를 주최하는 평양국제대성회 조직위원회는 위원장인 김기수 목사를 위시로 8명 내외의 기독교계 지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교류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조그련은 남한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측) 등의 개신교 교파들과 봉수교회 재건사업, 교육관 건축사업 등으로 꾸준한 교류를 해 왔다. 남한 교파나 개별 교회 측에서 조그련을 통해 지원한 자금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2,700억원으로, 이는 대북 민간지원의 77%를 차지한다.

그러나 조그련은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조선카톨릭교회협회’ 등과 함께 대남 공작부서인 통일전선부의 산하단체로,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는 종교 단체다. ‘종교적 믿음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북한의 헌법과는 달리 탈북자들의 증언내용은 참혹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북한은 세계 주요단체들이 선정하는 ‘종교탄압국’ 목록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국가다. 2001년 이래 매년 미 국무부가 ‘국제종교자유법’(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Act)에 의거해 선정하는 ‘특별우려대상국’(CPC)로 분류됐으며, 미국의 NGO 국제기독교관심(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 ICC)이 2006년 한해 기독교 박해 강도에 따라 매긴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조그련을 상대하는 것은 성경적 원칙에 어긋나”

14일 평양에서 개최될 예배와 관련해 기독북한인연합 대표 이민복 씨(50세, 1995년 탈북)는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교계가 조그련이 가짜 교회이며 대남 공작기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하는 것은 성경적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그는 “지하교회의 교인들을 처형하는 환경에서 그 처형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는 그만큼 한국 교회의 수준이 낮은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하나님 외에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것이 기독교의 첫째 계명인데, 김일성을 우상으로 비하(卑下)하는 기독교인들이 북한에서는 정치범 중에서 가장 악독한 정치범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성경적 메시지를 담은 삐라들을 풍선으로 북녘에 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는 남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방북하는 것은 “단지 평양 구경을 하러 가는 관광”이며 북한에 실질적으로 종교가 자유롭게 허용되기 위해서는 김정일 정권인 “마귀정권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일이 있는 한 종교의 자유는 없다'

<월간조선> 1월호에 ‘지하 기독교인’으로 보도된 바 있는 정은혜 씨(가명, 23세, 2003년 탈북) 역시 자유북한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유일한 종교는 김일성을 수령으로 섬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대로 기독교 집안인 그의 가정에서는 북한 당국 몰래 가정예배를 드리다 1994년에 발각되어 아버지가 수용소에 잡혀간 후 아직도 행방을 모르고 있는 상태다.

정 씨는 14일 기념예배에 대해 “김정일이 있는 한 어차피 종교의 자유는 없다”며 “형식적인 교회 건물 안에서 예배드리는 것은 굳이 평양에 가지 않아도 남한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북한에 있을 때 교회의 존재여부도 잘 몰랐다는 것.

기독교 단체의 대북지원과 관련해서는 “주민들에게 돈을 손에 꼭 쥐어줘도 정부에서 빼앗아가는 판에 조그련 같은 단체를 통해 후원금이 그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남한 목사들이 북한에서 예배드리고 와서 남북평화를 위해서 큰일을 한 것처럼 말하지만 그 곳에서 기아에 시달리며 힘들어하는 주민들을 한번 생각이라도 해 봤는지 궁금하다”며 일부 남한 목사들의 잘못된 대북 인식을 비판했다.

임소정 기자 imsowo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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