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선명성 경쟁’ 시작?

극좌세력 지지 얻어 정계개편 돌파하나
한때 범여권 대선후보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평가받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정 전 총장이 특유의 좌파적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

그는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이전보다 4.4% 상승한 7.4%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특히 전북 출신인 정 장관은 호남의 차세대 맹주로 거론되던 고 전 총리를 대신할 ‘반 한나라당 전선’의 구심점으로 올라설 태세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이 이같은 ‘대세론’에 힘입어 범여권 대선주자로 낙점받을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계개편의 방향을 놓고 범여권의 최대 주주인 노무현 대통령 및 친노-좌파 진영과의 신뢰관계가 수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프라이즈 등 친노성향 토론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친노 네티즌들은 정 전 장관에 대해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고, 정 전 장관 본인도 당내에서 ‘당 사수파’로 대변되는 전통적 친노세력과 껄끄러운 관계다. 일부 친노 인사들은 정 전 장관을 ‘실용파’라고 분류하며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오는 11월경으로 예정된 범여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정 전 장관이 ‘불쏘시개’로 전락하며 유시민 복지부장관,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등 친노인사들에게 대권후보 자리를 넘겨줄 것이라는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최고권력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친노 후보를 상대로 정 전 장관이 범여권 후보단일화 승부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파정권 저지’라는 이념적 지향점에서는 정 전 장관과 친노진영의 생각이 대동소이하다. 정 전 장관은 국가보안법 폐지 정국 당시 찬성 입장을 표명했고, 통일부장관 재임 시절에는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한 북한측 대표단을 ‘동지’라고 지칭한 적도 있다. 2005년 가을에는 연방제 통일의 걸림돌인 헌법 제 3조의 영토조항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우파진영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따라서 정 전 장관이 친노진영에 뒤지지 않는 좌파적 선명성을 앞세워 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친북좌파 세력을 자신의 영향권 내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채택한다면 그는 범여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해 줄 든든한 원군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한총련, 한청, 민주노총 등의 극좌단체들은 지난 2004년 탄핵정국에서 조직적인 인원 동원력을 과시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복귀에 큰 힘을 보탠 바 있다. 특히 우파정권이 출범할 경우 활동반경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이적단체들은 자신들과 같은 이념을 공유하는 극좌 인사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에 대선 본선에서도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동영 전 장관의 지지모임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 출범식에서 3~12세 사이의 어린이들이 ‘국보법 철폐’를 담은 내용의 노래를 합창한 것도 이같은 ‘선명성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정 전 장관이 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정치가 계속해서 갈등을 생산해 내고 시대착오적인 묵은 색깔론을 들춰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역 색깔론’으로 맞선 것도 이같은 의혹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의 이같은 ‘좌향좌’ 전략이 대선 본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북한 핵실험 강행과 일심회 간첩단 사건 등으로 여론의 보수화가 확인되고 있으며 2002년 대선 당시와는 달리 극좌세력의 과격행위에 대항하는 우파진영의 조직화도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국민행동본부, 자유넷 등 자유진영 단체들이 지난 2005년 12월 공개한 ‘대한민국을 부정한 친북인사’ 명단에 김대중 전 대통령, 강정구 동국대 교수, 송기인 과거사정리위원장 등과 함께 포함된 바 있다.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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