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盧非韓' 중도신당 출범 가능한가

'非盧反韓' 신당은 어차피 좌파신당. 위장이혼이 사실이혼이 될 수도.
28일 열린당 탈당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 그의 이념 성향은 노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임종인, 이계안, 최재천 의원에 이어 천정배 의원마저도 28일 열린당을 탈당하면서 범여권의 정계개편이 가속화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천 의원이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의 탈당은 먼저 탈당한 의원들과는 무게 면에서 다르다는 게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념과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천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과 결별할 이유는 없다. 열린당 원내대표를 지낸 그는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법, 사학법 강행처리 등 노무현 정권의 좌파적 정책에 열성적 지지를 보냈으며, 한나라당과 우파를 적대시하는 그의 이념 성향도 노 대통령과 큰 차이가 없다. 그는 2002년 당시 노 대통령의 민주당 경선 승리와 대선 승리를 도운 ‘특등 공신’이기도 하다.

다만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통합신당파는 현재의 열린당을 가지고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탈당을 감행한 반면, 노 대통령과 친노진영 및 당 사수파는 열린당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노리자는 입장이다.

즉 노 대통령과 천 의원은 정계개편의 방법론에 대해서만 이견이 있을 뿐, 우파정권 집권 저지와 좌익정권 연장이라는 대명제 앞에서는 여전히 ‘동지’인 것이다. 결국 천정배 의원, 김근태 의장 등이 추진하는 통합신당의 정체성이 열린당과 다르지 않은 ‘좌파 신당’일 가능성이 높다.

범여권 통합신당은 ‘좌파 신당’?

이런 이유로 인해 범여권의 분열은 막판 재결합을 전제로 한 ‘위장이혼’이라는 분석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비롯해 각 대선후보 캠프 소속 인사들도 이같은 발언을 수차례 했으며, 여권 인사들도 ‘위장이혼론’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천정배 의원 본인도 탈당 기자회견에서 “어느 위치에 있든 간에 대통령께서 국정수행 잘 하시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노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강조했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친노세력과 재결합할 것이라는 암시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범여권의 이같은 정계개편 시도는 ‘한나라당 집권 저지’라는 대명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파 정당인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극좌-이적단체들과 연대해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온 범여권 좌익세력의 입지가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원칙적인 대북정책으로 인해 김정일 정권이 붕괴하고 ‘평양판 슈타지문서’가 공개될 경우, 좌파진영이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그렇기에 이들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비노 반한’(非 노무현-反 한나라당) 성향 전선 구축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이들의 ‘위장이혼 후 막판 후보단일화’ 시나리오도 정치권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중도 신당’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장이혼 vs 사실이혼

그러나 ‘非盧反韓’이 아닌 ‘反盧非韓’(反 노무현-非 한나라당) 성향의 정치인들을 주축으로 중도 신당이 출범할 경우, 대선 구도는 좌파 진영의 구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노무현 좌파정권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거부감을 가진 중도-우파 성향의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된 ‘反盧非韓’ 신당이 출범하는 정계개편이 발생할 경우, 좌파진영이 구상하는 ‘反한나라당 전선’에도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네티즌은 ‘反盧非韓’ 신당의 출범이 임박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의 지지자로 알려진 ‘또다시’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최근 정치웹진 ‘프리존’ 게시판에 올린 칼럼에서 ‘열린당 내 일부 세력과 민주당 그리고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 등이 주축이 된 중도신당 출범이 임박했고, 이들은 열린당의 친노세력은 물론 김근태 의장과 천-신-정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분당파를 철저히 배제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형태의 신당이 출범할 경우, 범여권의 분열은 위장이혼이 아니라 사실이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범여권은 이같은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저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네티즌은 ‘노 대통령이 자신의 탈당을 전제로 열린우리당의 유지를 호소하는 것도 ‘반노 비한’ 형태의 정계개편을 저지하려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反盧非韓’ 정계개편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을 탈당, 독자출마하며 한나라당과 악연을 만들기는 했으나 2002년 대선을 앞두고는 민주당을 탈당한 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그는 노무현 정권의 좌파적 정책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난해 왔다.

범여권 통합신당이 출범하더라도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연합뉴스-미디어리서치의 26일 여론조사 결과도 ‘중도신당론’의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이미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의 학습효과를 체험한 국민들이 좌파인사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범여권 통합신당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우경화된 여론과 광범위한 反盧정서를 감안할 때, 친노-좌파세력과의 ‘사실이혼’을 약속한 중도신당의 출범만이 한나라당과의 대선승부를 펼칠 여지를 제공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좌파 권력의 개입이 배제된 중도성향의 신당이 대선을 앞두고 선보일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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