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방송 일본방송 통해 이북소식 듣는 신세

왜 한국의 방송들은 북한동포의 참상에 침묵하는 것일까?
뉴욕에서는 한인들도 많고 일본인들도 많아 여러가지 한국방송 일본방송들이 유선방송의 전파를 타고 집집마다 들어가고 있다. 회사생활로 바빠 TV를 볼 시간이 좀처럼 없어서 나는 유선방송도 설치하지 않고 그저 전국적으로 무료전파되는 무선방송만 보고 있는데, 가끔 뉴욕 뉴저지에서만 볼 수 있는 지역 방송도 시청하게 된다. 이 지역방송 채널중 하나가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한국방송을 하고 10시부터 11시까지는 일본방송 (후지산케이방송) 그리고 11시부터 자정까지 중국방송을 연달아 보여준다. 중국어는 할 줄 모르니까 내가 볼 수 없고, 일어는 할 수 있으니 가끔 저녁에 시간이 나면 한국방송 끝을 보다가 일본방송 첫 머리의 뉴스를 시청하게 된다.

한 두 시간짜리 짜투리 방송이라, 뉴스 반, 드라마 반 이렇게 편성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없어 본국에서 보내는 방송프로그램들중 중요한 부문만 뽑아 짜집기를 하고, 뉴스프로그램도 당연히 중요한것만(혹은 방송국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뽑아서 내 보내고 있다.

어젯밤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일본방송 뉴스를 보게 되었다. 뉴스 첫 머리에 북경에서 곧 육자회담을 열것인데 이에 앞서 북한에 가한 금융제재조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미국의 재무부차관보와 북한의 대표가 만났다는 보도를 했다. 그러더니 연달아 별도의 보도를 통해서 체코에 지금 북한의 노동자들이 (대부분 젊은 여성들) 여러 공장에 파견되어 있는데, 이들이 모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들의 임금은 거의다 이북으로 강제 송금되어 북한당국이 몰수하는등 여러 인권적인 문제가 발각되어 체코 정부가 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앞으로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을 것이며 이미 발급된 비자는 갱신치 않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단 30분도 채 안 되는 뉴스를 통해 일본방송은 항상 이렇게 비중있게 이북소식 (핵문제, 육자회담문제, 일본인납치문제, 북한의 인권문제)을 내 보내고 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 있는 일본인들을 위해서 하는 한시간 짜리 방송에서조차 이러니, 북한과 한국을 지척에 두고 있는 일본 열도 내에서의 김정일과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지대할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어 방송은 북한문제에대해 나몰라라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일본뿐이랴.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는 것은 미국의 언론도 마찬가지다. 작년여름인가. 하루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교육방송(PBS - Public Broadcasting Service)을 시청 하는데 마침 한국으로 입국하려는 탈북자의 여정을 담은 '서울기차'라는 다큐멘타리가 방송되는 것이었다. 어떤사람이 몰래카메라로 북한의 장마당을 찍은 모습으로 다큐멘타리가 시작되는데, 이른바 꽃제비라 불리는 한 아이가 젖은 흙으로 시커멓게 뒤덥힌 장바닥을 헤메며 듬성듬성 앉아있는 상인들의 곁으로 다가가 조금이라도 무엇인가 먹을것 비슷한 것이 떨어져 있으면 냉큼 주워서 먹는 비참한 광경이었다. 찍은 화면이 선명한 컬러여서 그런지 가져다 주는 충격이 더욱 컸다. 나는 순간 생각했다. 한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 미국에서도 북한의 인권문제가 이슈가 되어 이러한 다큐멘타리가 전국적으로 전파를 타는데, 틈만 나면 '민족'타령을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왜 북한동포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일까? 왜 한국의 텔레비젼 방송과 뉴스들은 전세계적으로 방영하는 북한인권 프로그램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방송하지 않을까? 이토록 역사와 후손과 인류앞에 죄를 짓는 일이 또 있을까? 만약 한국의 텔레비젼 방송이 '서울기차'속의 배고픈 어린이의 모습을 한 번만이라도 대한민국 전역에 방송한다면, 순식간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북한의 동포들을 연민하고 김정일에 분노하는 자유통일세력이 되지 않을까? 방송에서 내보내는 프로그램 하나가 자유통일세력이 백번 집회를 하는 것 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까지도 나는 절절한 북한동포의 소식을 미국의 언론이나 일본의 언론을 통해 더 많이 접한다. 한 예로 부시대통령이 강철환씨가 쓴 북한에서의 수용소 체험기 '평양의 어항'을 읽었다는 미국의 언론을 접하고 나서야 이 책의 영문판 수기를 사서 읽어 보았다. 이 책 또한 처음에는 불어로 나오고, 그 다음에 영어로 번역된 후, 부시대통령이 읽었다는 소문이 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한국에서도 한국어판으로 출판 되어 책이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이 책은 응당 한국어로 제일 처음 나왔어야 하고, 노무현대통령이 제일 먼저 읽었어야 하며, 그 뉴스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에서 전국적으로 베스트 셀러가 된 후에 미국으로 건너왔어야 했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가장 적극적이여야 할 대한민국의 정부와 언론이 제역할을 안하고 있으니 해외동포들이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된 북한 소식을 더 많이 그리고 더 먼저 접하게 되는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예전에 김대중씨와 이희호씨가 쓴 자서전을 읽어보니, 자신들이 탄압받던 군사독재 시절, 그때의 한국의 언론을 믿을 수 없어, 재일동포 재미동포를 통해 일본과 미국의 언론을 통해 한국국내 소식을 들었다면서 그 때 그시절을 한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때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자유화된 오늘날의 대한민국언론이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 침묵하고, 오히려 일본과 미국의 언론에서 이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 기현상에 대해서는 과연 김대중은 무어라고 둘러댈까?

인권과 민족을 밥 먹듯이 부르짖으면서 결국에는 동족인 북한동포의 인권을 외면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 모는 한명의 독재자를 감싸는 모순투성이의 한국의 좌파들, 자신들이 감히 두려워 못하는 정의로운 일들을 일본인들과 미국인들이 해 내면, 부끄러워 가만히 있지는 못할 망정 외국인이라고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비열한 한국의 좌파들, 이들은 자기 자신속에 자리잡은 이러한 수많은 모순들때문에 결국은 소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