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中道), 한나라당 필패(必敗)의 덫

"고진화, 한나라당 떠나라" ...31일 한나라당 참정치 세미나
2002년 보수 26.7%, 중도 32.3%, 진보 41.1% → 2007년 보수 30.2%, 중도 36.9%, 진보 27.1%(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여론조사).

줄어든 진보, 늘어난 중도와 보수의 흐름에서 한나라당은 어디로 가야 옳은가? 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주최로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대선전략」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당 내 소장파인 박형준 의원과 김형준 국민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중도」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유석춘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연세대 교수)과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보수」로 가야한다며 격론을 벌였다.

<중간층, 우파 스펙트럼으로 흡인해야>

유석춘 교수는 『2002년에 비해 진보에서 중도로 넘어 온 국민이 많으니 이들을 잡으려면 한나라당이 「좌로 클릭 이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한나라당이 「좌로 클릭 이동」하면서 정체성을 이동(移動)시킨다면 △정통 우파로서의 정체성은 희석되고 상쇄되어 혼란을 겪게 되고, △汎여권도 중도를 표방하는 상황인지라 양측이 동일한 지분을 확보, 결국 당은 전반적 우위를 점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고정(固定)시키고 정통 우파적 이슈를 선점(先占)·확산(擴散)시켜간다면, 중간 세력을 우파로 흡수해 새로운 지지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우파적 가치를 전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2002년 노무현씨 역시 분배·복지 등 뚜렷한 좌파 이슈를 선점·확산시켰는데 이는 방향만 달랐지 결국 같은 전략이었다』고 지적했다.

柳교수는 『한국은 左와 右의 이슈가 어떻게 쟁점화 되느냐에 따라 중간층이 우파 혹은 좌파의 스펙트럼으로 이동하게 되는 「左右평형상태」일 뿐 아니라 좌파적 노무현 정부의 실정으로 우파적 쟁점 확산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은 당의 정체성을 온건 중도로 수렴해갈 때가 아니라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중간층을 우파의 스펙트럼으로 적극 흡인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중도의 덫」에 빠져든다면, 보수가 시대적 대세인 상황에서 정권탈환에 실패할 수 있다』며 『확고한 보수성 표명이라는 진보·좌익과의 차별화 전략만이 대한민국 전체 뿐 아니라 호남에서의 한나라당 우위를 확보해 나갈 수 있는 첩경』이라고 덧붙혔다.

<열우당 2중대 척결해야>

柳교수는 『국민들에게 진보와 개혁은 무책임·무능력·불신의 상징이 돼 버려 汎여권은 자신들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중도」를 표방하는 전략에 나서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이들의 「중도」의제에 말려들지 말고 상대의 약한 고리, 약점을 공격해야 하며, 이는 한나라당이 선명한 보수성을 드높이 내거는 것이고, 선결과제는 한나라당 내부 열우당 2중대를 척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노골적 친북좌파성향을 보여 온 고진화 의원을 한나라당 열우당 2중대로 거명한 뒤 『한나라당을 떠날 것』을 촉구하면서, 『열우당 2중대를 방치한다면 △친북좌파의 또 다른 숙주 한나라당의 이미지가 강화돼 전통적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될 것이며, △자신의 약점을 희석시키려는 汎여권의 시도에 말려드는 것으로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수층 잃으면 한나라당 궤멸>

이상돈 교수는 『중도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중도 유권자의 마음을 잡지 않으면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한나라당이 「보수층」을 잃어버리면 궤멸한다는 사실』이라며 『전체 유권자의 20%에 달하는 보수층은 인내(忍耐)의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여지며, 이들은 「보수 정체성」을 상실한 한나라당을 버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보수층이 한나라당을 버리는 방법은 △첫째, 「어차피 중도후보니까」 하면서 이미지와 도덕성이 좋아 보이는 소위 통합진보신당의 후보를 대거 찍는 것이고 △둘째, 대선이 중도 후보로만 치러질 경우 쟁점이 사라져 보수층이 대거 기권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보수 신당을 출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1980년, 1984년 선거에서 민주당원 중 보수주의자였던 레이건을 찍은 사람이 많아 레이건 민주당원(Reagan Democrat)라고 불렸던 사례」를 들며 『보수 이념을 내건 후보가 중도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가설은 틀린 것』이라고 말한 뒤, 이어 『미국의 1992년 선거에서 사치세라는 부유세를 설치해 공화당 골수당원들은 기권을 하거나 로스 페로를 찍는 등 보수 유권자층을 이탈시켰다』고 말했다.

<在野 보수세력, 기권·여권 지지 가능>

李교수는 이명박·손학규씨가 자주 사용하는 「시대정신(Zeitgeist)」라는 용어에 대해 『국가사회의 항구적 가치(enduring value)가 존재함을 부정하며 시대에 따라 어떤 것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하고, 『한나라당이 내건 「비핵반전평화」는 1986년 주한미군 핵무기 철수의 슬로건이자, 1980년대 중반 레이건 대통령의 유럽 核무기 배치에 반대한 슬로건』이었다며 『한나라당은 「다양성의 함정(diversity pitfall)」에 빠져서 「정체성(identity)」을 상실했다』

그는 『2007년 대선은 2002년과 다른 점은 재야(在野) 보수세력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며, 이들은 중도를 표방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脫이념의 중도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재야 보수세력은 한나라당에서 이탈하는 의원들과 함께 새로운 보수정당을 창설, 대선 후보를 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변화는 한국 정당이 지역이란 질곡에서 벗어나 이념으로 재편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형준 교수는 『한나라당은 보수가 강화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현실에 안주해 중도를 공략하지 못하면 2007년 대선에서 실패할지 모른다』고 반박했다.

박형준 의원은 『한국의 중도층은 30~40대 화이트칼라와 자영업자들로서 이들의 지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는 보수주의자」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실용주의를 보여줘야한다』며 중도전략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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