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감정 격화, 좌익세력에 치명타 되나

동북공정, 토막살인 등 연이은 악재 발생


김주년 기자

지난 2002년 12월 대선 당시 유권자들의 표심을 뒤흔든 이슈 중 하나는 ‘반미 촛불시위’였다. 주한미군의 ‘공무중 과실치사’를 과도하게 문제삼은 재야 친북-극좌단체들은 친여 언론의 절대적인 지원 하에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연일 반미시위를 감행했고, 이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로 승기를 잡은 노무현 후보에게 사실상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당시 노 후보는 ‘반미면 좀 어떠냐’는 과격 발언으로 반미-좌파세력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오는 17대 대선에서도 범좌파 진영은 한미연합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FTA 역공작 등으로 반미감정을 선동하며 좌익정권 연장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고조시킨 후 한나라당과 우파진영을 ‘친미사대주의 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이 좌파진영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캠페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반미 선동’ 프로젝트에 큰 걸림돌이 등장했다. 최근 동북공정, 동계올림픽 편파판정, 토막살인 등 중국의 횡포가 연일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반중감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노무현 정권이 미국과는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저자세로 일관해 왔다는 사실을 거론하고 있어, 반중감정 고조가 정권 연장을 노리는 범여권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동북공정, 토막살인 등 연이은 악재

수년 전부터 국민들의 반중감정을 자극해 온 이슈는 ‘동북공정’이었다. 지난 2002년부터 5년간 진행된 동북공정은 고구려사뿐 아니라 고조선에서 간도 문제까지 한국사 전반에 대한 문제를 다뤘고, 2004년 한국의 반발에 부딪쳐 일단 축소되는 듯 했으나 은밀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구려 역사를 침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해 ‘이어도가 한국 영토라는 것을 인정못한다’고 밝히며 전선을 동북아 전역으로 확대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중국은 최근 폐막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백두산이 자신들의 영토임을 강조하는 동영상을 홍보하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토막살인’ 사건 또한 국민들과 네티즌들의 반중감정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 97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 불법체류 중이던 중국인 근로자 손모씨는 지난 1월 한국인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토막내서 유기했다 검거됐다. 이는 지난 2002년 당시 주한미군의 ‘공무중 과실치사’보다 훨씬 심각한 ‘고의적 엽기 살인’으로, 네티즌들의 맹비난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공식 홈페이지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며 노골적인 ‘반한(反韓) 행보’를 취하고 있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는 이에 대해 집단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시정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주중 한국대사관도 동해 병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측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중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의 지도ⓒ 중국 정부 홈페이지

노 정권, ‘전략적 동반자’인 중국에게 굴종하나

반면 노무현 정권은 중국의 안하무인식 공세에 ‘솜방망이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국민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간 미국과 일본을 향해서는 ‘단교’를 연상시킬 정도의 공격적인 언행으로 일관해 왔다. 지난 2004년 3.1절 경축사에서는 용산 미군기지를 ‘침략과 외세와 의존의 상징’이라고 저주하는 발언을 했고,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는 미국의 대북 정찰에 대해 ‘너무 나가지 말라’고 극언, 미국인들을 경악시킨 바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외교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으로 일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러나 중국의 지속적인 동북공정에 대해 노무현 정권은 고구려 연구재단을 해산시키는 등 중국에 굴종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2004년초 문화관광부 장관 주재로 외교통상부 국장, 문화재청 관계자, 학계 인사 등이 참석한 동북공정 대책회의에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세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저자세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동북공정을 홍보한 데 대해 분노한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들이 ‘백두산은 우리땅’이라는 퍼포먼스를 실시하자 한국 선수단은 즉각 중국에 유감을 표명하며 사태 수습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행보는 노무현 정권의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스스로를 ‘좌파’로 인정한 친북성향의 노무현 정권이기에 김정일 정권의 실질적 후견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는 대립각을 세우기 힘들며,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한총련, 범민련 등 극좌세력들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한미동맹 해체와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친북세력에게 있어 미국의 잠재적 적국인 중국은 훌륭한 ‘전략적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과 좌파적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이념성향도 ‘친중 외교’의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 2004년 4월 총선 직후에 강원도 양양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워크숍에서 참석자 1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외교통상 상대국이 어디냐'는 물음에 63%가 중국이라고 답한 반면 미국이라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그러나 집권세력의 이같은 친중-반미 성향은 차기 대선에서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 좌익정권의 ‘반미 선동’에도 불구하고 반중감정이 격화될 경우, 국민들의 분노는 친중성향의 범좌파 진영에게로 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한미동맹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질 경우, 미국을 적대시하며 중국에 굴종하는 정치세력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결국 중국의 이어지는 돌출 행보로 인한 ‘반중’ 전선의 구축은 좌파진영의 히든카드 중 하나인 ‘반미 선동’을 상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좌파진영이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반중감정 격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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