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돌출발언...손학규의 속마음은?

선명성 경쟁? 탈당 명분 쌓기?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대한 범여권의 영입 제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당론과 거리가 있는 손 전 지사의 ‘돌출 발언’이 계속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손 전 지사는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동아일보 김학준 발행인에게’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리고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던 것으로 갑작스런 옹호가 아니다”며 대북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0일자 사설을 통해 햇볕정책에 대한 손 전 지사의 입장 표명을 비판한 바 있다.

손 전 지사는 1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는 “한나라당의 대선 패배가 시대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냉전수구세력에서 벗어나 개혁번영의 선진화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한나라당 및 우파 진영을 ‘냉전수구세력’이라고 비하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좌파 진영 인사들의 ‘역 색깔론’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손 전 지사의 이 같은 돌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1월 YTN과의 인터뷰에서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같은 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에는 김용갑 의원의 ‘광주 해방구’ 발언에 대해 “이효선 광명시장의 호남 비하 발언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면서 “이러니까 한나라당이 보수꼴통당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김 의원의 ‘광주 해방구’발언이 호남인들이 아닌 극좌-이적단체들을 겨냥한 것이었음에도 역 색깔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손 전 지사는 고진화-원희룡 의원과 관련해 최근 불거진 정체성 논쟁에서도 ‘타임머신 타고 옛날로 돌아간 느낌’, ‘도로민정당 하자는 말이냐?’며 고 의원 및 원 의원을 측면 지원한 반면 우파 진영을 향해서는 날을 세웠다.

민생대장정 중이던 지난해 8월에는 좌파 언론인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념은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는 부질없는 것이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는 지역적 차이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의 성향을 ‘친북 반미’라고 규정한 대다수 국민들 및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생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 프리존미디어 DB

탈당 명분 쌓기? or 선명성 경쟁?

손 전 지사의 이념적 스탠스에 대한 우파 진영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대한민국 적화보고서’의 저자인 김성욱 전 미래한국신문 기자는 12일자 칼럼에서 “북한해방, 자유통일, 선진강국이라는 원칙을 버린 채 김정일에 굴종하고, 좌파들을 등용하며, 역적들과 타협하는 한나라당 집권이라면, 그 집권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만악(萬惡)의 씨앗인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손학규는 정말 아닌 듯 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나라당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우파 진영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손 전 지사가 이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는 두가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 소속 정창인 박사는 “손학규의 햇볕정책 지지선언은 자신의 낮은 지지도와 친북반미반역세력의 러브콜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제한 뒤, “발은 한나라당에 붙여 놓고 손짓은 친북반미반역세력을 향해 하고 있는 꼴이며, 역시 기회주의적 행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손 전 지사의 행보가 탈당 및 범여권행을 위한 명분 쌓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지난 10일자 사설에서 “지금 여권 일각에서 손 씨에게 영입 손짓을 하고 있다”며 “그의 최근 행보는 ‘정치적 변신’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것인가”라고 손 전 지사의 행보가 범여권행을 암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내에서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나라정책연구원 김광동 원장은 손 전 지사의 ‘보수꼴통’ 발언이 논란이 됐던 지난해 12월 “손 전 지사는 같은 당 대선주자인 원희룡 의원과 선명성 경쟁을 벌이려는 생각일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이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양분된 지금, 중도 좌파 성향의 범여권 유권자들을 흡수해 자신의 지지도를 상승시킨 후 경선에 대비하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과 이념 성향이 유사한 원희룡 의원과의 선명성 경쟁이 필수적이고, 이 과정에서 돌출 발언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범여권행을 선택하더라도 별다른 이득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범여권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 친노 논객은 “손학규의 개혁성은 한나라당내 존재하기 때문에 돋보이는 것이고, 한나라당이란 기반이 있을 때 그의 개혁성이 추가됨으로써 오는 플러스 알파가 승리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떠난 손학규는 현재로선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그의 범여권행을 가로막는 요소다. SBS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범여권 후보로 나서는데 대해 응답자들 중 49.4%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찬성은 22.1%에 불과했다.(신뢰수준 95%에 오차한계는 ±3.1%p)

같은 날 조인스닷컴과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손학규 전 지사가 중도보수 세력과 연합하거나 범여권의 후보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경우, 손 지사를 선택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78.7%가 ‘없다’고 응답했다. ‘지지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9.8%에 그쳤다. (전국 700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7%p)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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