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을 무력공격할 태세다. 말로는 이란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이란이 미국 안보의 직접 위협이라는 증거를 공개하며 대(對)이란 무력공격을 위한 명분을 마련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 국방부는 11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란이 이라크 시아파 무장세력들에게 제공했다는 무기들을 최초로 공개했다. 미국은 그동안 수차례 이란이 이라크 문제에 개입, 수니파·시아파 분파 간 폭력을 조장하고 이라크 주둔 미군에 피해를 입힌다고 주장해 왔지만 증거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이란산(産) 무기 공개는 이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
미 국방부는 이라크에서 확보한 박격포탄, 로켓추진 수류탄, EFP로 알려진 도로매설폭탄 등을 공개하며 이 모두가 이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EFP 폭탄은 미국 탱크의 철판을 뚫을 만큼 치명적이서 2004년 6월 이후 이 폭탄으로 170여 명의 미군이 사망했고 620명이 부상했다고 미 국방부 관리들은 밝혔다.
미 당국이 한 무기로 인한 사상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 역시 처음이다.
미 관리들은 이 폭탄이 이란혁명수비대 최정예인 쿠드부대를 통해 이라크에 제공되었고 쿠드부대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토라 하메네이 직속이라는 점에서 이란 최고지도부가 이라크 시아파 무장세력들에게 이 무기들을 공급하라고 명령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이란 최고지도자가 수백여 명의 미군 사상자를 낸 무기를 이라크 시아파에 줬다는 의미로 사실상 이란의 미국에 대한 도발 혹은 전쟁행위(act of war)라는 암시다.
미 공화당은 이란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상원공화당대표인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은 “이라크 내 이란인들이 우리 병사들에게 해를 가한다면 우리는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라크 내부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란으로 공격해들어가는 것은 반대했다. 하지만 존 코민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란 국경안으로 넘어가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부시행정부가 이란 공격을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론 아이더 민주당 상원의원은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전을 개전하기 전 울렸던 전쟁의 북소리가 이란을 향해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행정부는 2003년 이라크전 개전에 앞서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은닉하고 있고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후 이라크 WMD 샘플 관련 증거를 제시했고 그 뒤 이라크를 무력공격했다.
이란은 미 국방부의 증거가 날조된 것이라면서 미국의 무력공격을 대비하는 분위기다. 자바드 자리프 유엔주재이란대사는 지난 8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이 이란을 중동 특히 이라크에서의 실패에 대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며 “이라크에서 이란이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는 조작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9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전 세계 미국의 이익에 대한 이란의 광범위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행정부는 현재까지 이란에 무력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11일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믿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의 무력 공격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새로운 이라크정책을 발표하며 이란과 시리아에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은 (이라크 주둔) 미군 공격을 위한 물자 지원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 및 시리아로부터의 흐름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 안의 우리 적들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이들을 훈련시키는 네트워크를 찾아 파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공화 초당적으로 구성된 이라크연구그룹(ISG)이 이란·시리아 등과 관계를 터서 이라크 안정을 도모하라고 제안한 데 대한 거부의 표시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이라크 주둔 미 군대가 이라크 내 이란전투요원들을 죽이거나 체포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월 26일자에서 이같이 소개하며 핵개발을 중단하라는 유엔결의안에도 불구, 이란 핵개발이 지속되고 이란이 이라크 내 분파 간 폭력을 조장하는 상황에서 이를 억지하기 위해 이란에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부시 행정부가 당초 이란 문제와 관련, 외교적으로 푼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여름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무력충돌에서 이란이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것이 문제가 되자 무력사용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전했다.
부시행정부는 그때까지만해도 이란핵개발 중단을 위해 1979년 이슬람혁명 후 28년간 거부해 오던 이란과의 직접대화도 할 수 있다며 유화적인 자세를 취했었다. 그러나 핵야망을 가진 이란이 알 카에다·헤즈볼라·이라크 시아파 결사대 등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란 정책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은 페르시아만에 항공모함을 추가로 파견했고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했다.
지난 1월에는 이라크 북부 아르빌이라는 도시 내 이란영사관을 습격, 이란인 5명을 체포하고 컴퓨터 파일을 압수했다. 미 당국은 11일 이들 중 한 명이 쿠드부대 장교로 이라크에 이란무기들을 반입하는 데 관여해 왔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은 유엔안보리제재결의안에도 불구,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23일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안보리결의안(1737호)에 따르면 이란은 오는 21일까지우라늄농축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이란이 이때까지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유엔안보리는 추가 제재를 발동하게 되어 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1일 이슬람혁명 28주년 기념식에서 “핵프로그램을 아주 조금이라도 포기하는 자는 이란에서 가장 증오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평화적 목적으로 핵개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란이 18년간 비밀리 핵을 개발해 왔고 수차례 국제사회와의 합의를 어긴 것 등으로 볼 때 핵무기 제조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8일 “게이츠 국방장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미국은 충돌을 향해 가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이 남은 임기 중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잡지는 이란의 분명한 핵개발 의지,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고 이스라엘 파괴를 언급하는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출현, 이라크 및 중동 등에서 미국이 처한 어려움이 이란 때문이라는 부시행정부 내 인식 증가 등으로 미국의 이란 공격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차기 대선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부시 대통령으로서 중동민주화와 대량살상무기를 방지하기 위해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잡지는 분석했다.
워싱턴=이상민 특파원 zzangsm@
美, 이란 武力공격 가능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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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2-16, 13: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