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려는 것은 잘못 된 판단일 뿐더러 위험한 발상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이탈리아 동포간담회에서 마셜플랜을 언급하면서 ‘북한판 마셜플랜’ 형태의 대대적인 대북 지원 의사를 밝혔다. 다음은 중앙대 이상돈 법대교수가 2005년 6월 문화일보에 기고한 “`북한판 마셜 플랜`의 허구성”이라는 칼럼 전문.
`북한판 마셜 플랜`의 허구성
- 이상돈 / 중앙대 교수·법학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한 경제를 회생 시키기 위한 대규모 경제지원 대책, 즉 북한판 ‘마셜 플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대한 에너지와 식량 지원을 대 폭 늘리고 경제특구를 건설하는 ‘마셜 플랜’을 통해 북한을 평 화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겠다는 것이 정 장관의 구상인 것 같다.
2003년 초 정 장관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 자격으 로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서 한국이 북한판 마셜 플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 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대규모 대북 지원이 타당한지는 의문이 지만, 그런 논쟁은 해묵은 것이니 여기서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 다.
흥미로운 점은 정 장관이 ‘마셜 플랜’을 경제를 회생시키는 만 병통치약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수준의 교과 서는 제2차 대전으로 파괴된 유럽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당시 미 국의 조지 C 마셜 국무장관이 ‘마셜 플랜’을 제창했고, 이 플 랜에 의해 미국은 유럽에 막대한 경제지원을 해서 유럽을 되살렸 다고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이런 설명은 ‘신화’ 에 불과하다고 본다.
1948~51년 사이 미국은 ‘마셜 플랜’에 따라 유럽에 130억달러 를 제공했는데, 오늘날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1000억달러에 달하 는 막대한 돈이다. 미국은 서유럽이 전쟁으로 인한 피폐에서 빨 리 회복해서 동유럽 공산권의 위협에 대처하기를 기대했다. 미국 의 이런 기대는 크게 어긋나지 않았고, 그래서 마셜 플랜을 성공 한 정책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근래에 마셜 플랜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마셜 플랜이 성 공했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셜 플랜에 의해 지원을 받은 나라 가운데 패전국인 독일의 경 제회복이 가장 빨랐는데, 이는 마셜 플랜 덕분이 아니라 아데나 워 총리가 이끈 기민당 정부가 자유시장경제를 향한 개혁을 신속 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은 마셜 플랜에 의해 제공된 돈을 미군 주둔 비용에 충당하는 등 요긴하게 사용했지만 경제부 흥을 결정적으로 이끈 것은 시장경제 제도로의 개혁이었다.
마셜 플랜의 최대의 수혜자는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이었다. 하지 만 영국의 경제회복은 가장 느렸는데, 이는 노동당 정권이 들어 서면서 사회주의 경제개혁을 했기 때문이다. 돈만 퍼주면 경제가 되살아난다면 영국이 가장 먼저 침체에서 벗어났어야 할 것이지 만, 영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시작한 것은 대처가 총리 가 되고 난 1980년대에 들어서이다. 마셜 플랜이 유럽 경제를 부 흥시켰다고 보는 것이 한갓 ‘신화’임은 영국의 경우가 입증하 는 셈이다. 마셜 플랜으로 제공된 돈이 엉뚱한 데에 쓰이기도 했 다. 마셜 플랜의 지원을 받던 때에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그들이 갖고 있던 해외 식민지 지배권 부활을 위해 군대를 파견하느라고 많은 돈을 지출했다. 달러가 ‘천(千)의 얼굴’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마셜 플랜의 ‘신화’가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데 있다. 동서 냉전시대에 미국은 제3세계에 대해 막대한 지원을 했 지만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나라들은 계속 빈곤의 악순 환에 빠져 있다. 제3세계판(版) 마셜 플랜은 철저하게 실패한 것 이다. ‘퍼주기’식 지원의 실패가 미국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동서독 통일 후 독일 정부는 동독 지역에 대해 무려 6000억달러를 퍼부었지만 동독지역의 경제는 계속 파산상태에 머물러 있어 독 일 자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동독판 마셜 플랜도 처참하게 실패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려는 것은 잘못 된 판단일 뿐더러 위험한 발상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특히 이런 위험한 발상을 북한판 ‘마셜 플랜’으로 포장하여 세일하고 나 선 데 대해선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이상돈 / 중앙대 교수·법학)
http://www.independent.co.kr/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이탈리아 동포간담회에서 마셜플랜을 언급하면서 ‘북한판 마셜플랜’ 형태의 대대적인 대북 지원 의사를 밝혔다. 다음은 중앙대 이상돈 법대교수가 2005년 6월 문화일보에 기고한 “`북한판 마셜 플랜`의 허구성”이라는 칼럼 전문.
`북한판 마셜 플랜`의 허구성
- 이상돈 / 중앙대 교수·법학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한 경제를 회생 시키기 위한 대규모 경제지원 대책, 즉 북한판 ‘마셜 플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대한 에너지와 식량 지원을 대 폭 늘리고 경제특구를 건설하는 ‘마셜 플랜’을 통해 북한을 평 화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겠다는 것이 정 장관의 구상인 것 같다.
2003년 초 정 장관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 자격으 로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서 한국이 북한판 마셜 플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 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대규모 대북 지원이 타당한지는 의문이 지만, 그런 논쟁은 해묵은 것이니 여기서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 다.
흥미로운 점은 정 장관이 ‘마셜 플랜’을 경제를 회생시키는 만 병통치약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수준의 교과 서는 제2차 대전으로 파괴된 유럽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당시 미 국의 조지 C 마셜 국무장관이 ‘마셜 플랜’을 제창했고, 이 플 랜에 의해 미국은 유럽에 막대한 경제지원을 해서 유럽을 되살렸 다고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이런 설명은 ‘신화’ 에 불과하다고 본다.
1948~51년 사이 미국은 ‘마셜 플랜’에 따라 유럽에 130억달러 를 제공했는데, 오늘날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1000억달러에 달하 는 막대한 돈이다. 미국은 서유럽이 전쟁으로 인한 피폐에서 빨 리 회복해서 동유럽 공산권의 위협에 대처하기를 기대했다. 미국 의 이런 기대는 크게 어긋나지 않았고, 그래서 마셜 플랜을 성공 한 정책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근래에 마셜 플랜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마셜 플랜이 성 공했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셜 플랜에 의해 지원을 받은 나라 가운데 패전국인 독일의 경 제회복이 가장 빨랐는데, 이는 마셜 플랜 덕분이 아니라 아데나 워 총리가 이끈 기민당 정부가 자유시장경제를 향한 개혁을 신속 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은 마셜 플랜에 의해 제공된 돈을 미군 주둔 비용에 충당하는 등 요긴하게 사용했지만 경제부 흥을 결정적으로 이끈 것은 시장경제 제도로의 개혁이었다.
마셜 플랜의 최대의 수혜자는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이었다. 하지 만 영국의 경제회복은 가장 느렸는데, 이는 노동당 정권이 들어 서면서 사회주의 경제개혁을 했기 때문이다. 돈만 퍼주면 경제가 되살아난다면 영국이 가장 먼저 침체에서 벗어났어야 할 것이지 만, 영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시작한 것은 대처가 총리 가 되고 난 1980년대에 들어서이다. 마셜 플랜이 유럽 경제를 부 흥시켰다고 보는 것이 한갓 ‘신화’임은 영국의 경우가 입증하 는 셈이다. 마셜 플랜으로 제공된 돈이 엉뚱한 데에 쓰이기도 했 다. 마셜 플랜의 지원을 받던 때에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그들이 갖고 있던 해외 식민지 지배권 부활을 위해 군대를 파견하느라고 많은 돈을 지출했다. 달러가 ‘천(千)의 얼굴’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마셜 플랜의 ‘신화’가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데 있다. 동서 냉전시대에 미국은 제3세계에 대해 막대한 지원을 했 지만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나라들은 계속 빈곤의 악순 환에 빠져 있다. 제3세계판(版) 마셜 플랜은 철저하게 실패한 것 이다. ‘퍼주기’식 지원의 실패가 미국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동서독 통일 후 독일 정부는 동독 지역에 대해 무려 6000억달러를 퍼부었지만 동독지역의 경제는 계속 파산상태에 머물러 있어 독 일 자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동독판 마셜 플랜도 처참하게 실패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려는 것은 잘못 된 판단일 뿐더러 위험한 발상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특히 이런 위험한 발상을 북한판 ‘마셜 플랜’으로 포장하여 세일하고 나 선 데 대해선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이상돈 / 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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