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통일전선'붕괴? 反한나라戰線도 '균열'

호남·충청 한나라 지지세 확연···좌파 결속력도 ‘미미’
좌파진영의 전방위적인 ‘反 한나라당’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지지도는 요지부동이다. 특히 친여 성향 네티즌들이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UCC를 만들고 댓글 도배를 감행하는 등 조직적인 여론몰이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반 한나라당 통일전선’이 가시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

특히 북한이 신년 사설에서 ‘한나라당 집권 저지’를 강조하며 좌익세력의 결집을 지시했음에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어 친북좌파 진영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우파정권의 집권을 저지하겠다는 ‘좌익 통일전선’에는 두 개의 핵심 축이 있다. 첫째 지역적으로는 호남-충청 연대를 복원해 지난 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구도를 재현하는 것이고, 둘째는 각종 좌경화 정책에 공감하는 좌익세력을 주축으로 정치무관심층 및 중도세력을 흡수, 한나라당을 이념적으로 포위하는 것이다.

그러나 좌파진영의 이같은 포위망에는 곳곳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호남권과 충청권이 ‘반 한나라당’의 깃발 아래 결집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좌파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호남-충청 ‘반 한나라 연합’ 균열 위기

경향신문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8일 광주, 전남, 전북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 유권자들 중 70.6%가 ‘한나라당 후보는 절대 찍지 않는다’는 설문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감한다’는 비율은 28.7%에 불과했다. (광주, 전남, 전북의 19세 이상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7%p)

여기에 전북지역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은 20%로 1위를 기록했다. ‘반 한나라당 전선’의 지역적 기반이었던 호남 민심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 번의 대선 당시 이 지역에서 5% 미만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또 하나의 지역적 ‘반 한나라’ 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충청권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KBS 대전방송총국과 한국지방정치학회, 대전일보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대전·충남 지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실시한 ‘충청지역 정치현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 소속 대권주자들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지도지사는 각각 43.2%, 23.8%, 3%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범여권이 영입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학교 총장은 이 지역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1%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정당지지도에서도 한나라당은 43% 대 12.3%로 열린우리당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1월에 충청권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행정도시 건설을 위해 여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29.6%의 유권자들만이 ‘동감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58.8%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바 있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재미를 본 ‘수도이전’ 문제가 더 이상 큰 파괴력을 가지지 못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 충청권의 맹주로 군림해 온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도 최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한나라당 지지 의사를 밝혀, 충청권 공략을 노리는 범여권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같은 여세를 몰아 오는 4월 25일 실시될 대전지역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같은 상승세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좌파진영 결속력도 예전과 달라

지역적 ‘반 한나라’ 전선과 함께 이념적으로 한나라당과 대치되는 입장을 취해 온 좌파진영의 결속력 역시 예전처럼 공고하지 않다.

좌파진영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인 고려대학교 최장집 교수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서강대학교 손호철 교수는 최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은 국민이 바라는 의제가 아님을 노 대통령이 모를 리가 없다”며 개헌과 관련한 노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를 지적했다. 이같은 좌파 지식인들의 ‘비협조’ 때문인지, 개헌 논의는 이렇다할 파문을 확산시키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좌파인사들의 한나라당 집권에 대한 반감에도 온도차이가 있다. 최열 환경연대 대효, 상지대 정대화 교수 등이 ‘창조한국 미래구상’이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반 한나라당 전선’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작정 보수파 집권만을 막자고 한다면 안된다”며 “내용도 없으면서 정치적, 이념적 라인을 따라 다시 모여 재집권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지난 2002년 대선에서처럼 여당에 ‘전략투표’를 해줄 것인지 여부도 미지수다. 최근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다가오는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도약한다면 빠른 속도로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에 대한 ‘소신 투표’를 호소했다.

이같은 현상들은 범여권이 구상하고 있는 ‘위장이혼에 이은 막판 후보단일화’로의 정계개편이 예전처럼 막강한 파괴력을 가지지 못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대명제에 대한 범좌파 진영의 공감도가 낮아진다면 반 한나라당 세력의 투표율도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좌파진영이 한나라당을 포위하는 대규모 통일전선 구축에 실패할 경우, 이들의 마지막 카드는 지난 97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분열을 촉진시키는 전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현 정권에서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반드시 분열될 것이고, 분열되지 않으면 분열을 시켜야 하며, 분열이 확정되면 의중의 후보를 내세워 대선승리로 가겠다는 3단계 원칙을 정하고 여러가지 관련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지어 각 후보에 대한 되지 않은 검증 운운하는 자료를 양측 후보 진영에 제공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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