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어떤 상황서도 정치적 이념보다 중요"

미국 이야기②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어록:"독재자와 死力 다해 싸워도 독재자가 금방 없어지지는 않는다"

20일 오후, 미 의회 도서관에서 열린 인권관련 국제회의 연단에서 극작가이자 반체제 인사 출신으로 체코의 공산체제 붕괴에 기여했던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았다.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 진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北核 협상과 관련하여 핵폐기 등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지적하고 근본적인 인권의 변화가 동반될 때 진정한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벨 전 체코대통령의 말이다.

“국제사회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반체제 인사들을 지원하고 격려해야 하며 인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적 이념보다 중요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언론은 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것으로 반체제 인사들을 도와주어야 하며 국제사회는 자금을 동원하여 민주주의 투사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려고 하는 그 어떤 방법보다 돈이 훨씬 적게 드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는 의회 도서관 대회의실에 콩나물처럼 자리한 참가자들과 기자들을 향해 다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반체제 인사들이나 투쟁세력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며, 특히 해피엔딩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독재자 밑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의 끝은 항상 좋은 것이 아닙니다. 투쟁하는 사람들이 死力을 다해 싸워도 독재자는 금방 없어지거나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반체제 인사들의 해피엔딩입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고,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은 미국 국제민주주의연구소(NDI)의 해리먼상과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의 민주주의 공훈메달을 공동 수상됐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아는가? 참가자들의 기립박수 속에 하벨대통령이 받은 NED의 메달은 우리들의 영웅 강철환, 안혁이 벌써 4년 전에 받은 상이다. 그 뒤 강철환은 아시아의 영웅으로 선정됐으며 북한의 민주화를 위한 탈북자들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탈북자들에게도 이런 영웅들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유북한방송국에서 기사도 쓰고 영어번역도 도맡아 하는 자원봉사자 임소정이 “하벨 대통령을 만나면 싸인을 꼭 받아오라”고 했다. 사정을 이야기 하며 “대통령 각하, 싸인 한 장 해 주시죠”하고 부탁했다.

“싸인은 무슨 싸인…우리 사진이나 한 장 남깁시다.”
“그래. 멀리서 온 친구와 사진이나 한 장 찍읍시다.”

미 국무부 국무차관 도브란스키가 가세했다.

수고스러운 대로 슈잔 숄티 여사가 나의 사진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기의 셔터가 눌러지지 않는다. 메모리에 사진이 꽉 들어찼다는 신호가 반짝거렸다.

메모리 안의 사진 몇 장 삭제하려고 담겨있는 사진들을 살펴보니 지난 주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역에서 방송국 관계자들이 찍은 사진들이 줄줄이 펼쳐진다.

국경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탈북자들의 탈북모습이 담겨져 있는 사진들이다. 강건너 헐벗은 북녘산하의 아픈 모습들이 치열하게 담겨져 있는 사진들이다. 어느 한 장도 지울 수가 없었다.

…한참을 망성이고 섰는 나의 심정을 통역 없이도 알아들었다는 표정들이다. 그래요. 우리 좋은 일 더 많이 하고 좋은 사진 남깁시다. 하벨 대통령이 나의 어깨들 두드렸다.

또 한 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가 이토록 눈물이 헤픈 사람이었던지…예전엔 정말 몰랐었다.

탈북자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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