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대통령’ 손학규에 달렸다?

노대통령 탈당, 친노신당 창당 포석?
퇴임을 1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 시기가 확정됐다. 노 대통령은 오는 28일 탈당계를 열린우리당에 제출하고, 자신의 심경을 밝힌 '당원들에게 드리는 편지'를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취임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모두 임기 마지막 해에 여당 당적을 버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당적으로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된 노 대통령은 임기 첫 해였던 2003년에 이미 민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바 있다. 임기 중 두 번 탈당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유일하기에, 이번 탈당 역시 또 다른 신당을 창당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신문 ‘빅뉴스’는 지난 22일 “친노세력들이 이미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캠프를 열고 활동하고 있는 중”이라며 “유시민 장관을 중심으로 신당작업을 하고, 한명숙 총리는 당에 복귀시켜 작업을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힌 정치권 한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한 바 있다.

특히 이같은 친노신당 창당에는 천호선 전 국정상황실장, 안희정씨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이기명 전 후원회장 등이 관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실제로 친노 인사이며 노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알려진 유시민 장관은 긴 침묵을 깨고 연일 민감한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어, 친노신당 창당설이 ‘유시민 대통령 만들기’ 작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장관은 최근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99%이나 국민에 대한 책임성은 1% 미만’이라는 공격적인 발언으로 자신의 정치적 숙적인 한나라당을 겨냥, 정계 복귀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퇴임 후 신변 보장을 위해서라도 자신과 이념적-정파적으로 공동 행보를 취할 친노 신당이 절실히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통합신당파가 민주당과의 재통합에 성공하며 친노세력을 배제시킨 정권 연장에 성공할 경우,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민주당을 배신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노 대통령은 퇴임 후 정치보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통합신당론에 공감하고 있는 민주당측은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세력을 배제한 통합신당’을 줄곧 주장해 왔다.

우파 정치세력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에도 노 대통령이 곤란한 처지에 처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한나라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전직 대통령을 사법처리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중립성을 회복한 공영방송이 이적단체 자금 지원, 남파간첩 민주화인사 승격 등 노 대통령의 이적행위 사실을 일부 보도하고 파문이 확산될 경우, 그는 IMF 주범으로 비난받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이 자신을 보호해 줄 친노-좌파세력을 정치권에 보유하고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큰 차이가 있다.

좌파정권 연장을 노리는 범여권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친노 신당’은 전략적 측면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여당 의원들의 대규모 탈당사태 이후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합신당 추진 모임’은 정당지지도에서 5% 미만의 지지도에 머물고 있다. 통합신당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근태 전 의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의 지지도 역시 전무한 상태다.

‘유시민 대통령’ 작업 시작되나

그러나 노무현-유시민-김두관 등의 인사들이 주축이 된 친노-영남 신당이 출범한다면 한나라당의 지역적 지지 기반인 영남권을 잠식할 여지가 생기고, 이는 막판 범여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를 더해준다.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유 장관의 ‘99%’ 발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 23일과 24일 양일간 실시한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유 장관은 1.8%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그가 친노 신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과의 범여권 후보단일화 승부에 나선다면, 방송-선관위-포털-친여언론 등을 장악한 노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유 장관이 유리할 입장일 수밖에 없다. 이후 친노 진영은 후보단일화 이벤트의 흥행을 통해 한나라당 대선주자를 상대로 2002년의 대역전극을 재현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념적으로 유사한 유시민 장관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은 ‘우파 집권 저지’와 ‘친노정권의 정통성 연장’이라는 두 마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쾌거를 달성하는 셈이다.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이 추진하는 신당에는 참여정부와 이념적 동질성을 과시해 온 한총련, 범민련, 한청 등 이적단체들을 포함한 재야 극좌단체들도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역시 우파정권 출범을 저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노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노진영의 이같은 계획이 성공을 거둘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유석춘 연세대학교 교수는 ‘월간조선’ 3월호와의 인터뷰에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인제 후보를 딛고 올라섰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당시 이인제씨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친노 진영의 ‘유시민 대통령 만들기’ 작업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할 것임을 시사했다. 1.8%의 유시민 후보를 부상시키기 위해서는 ‘불쏘시개’가 필요한데, 그 불쏘시개 역할을 자처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탈당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한나라당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범여권행을 감행할 경우에는 친노진영의 구상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손 전 지사가 범여권 최종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한 후 노무현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유시민 장관에게 패배한다면, 유 장관은 2002년의 노 대통령처럼 급부상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된다.

결국 친노신당 창당에 이은 ‘유시민 대통령’ 시나리오의 실현 여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손학규 전 지사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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