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하 수상하니

한때는 반미(反美)가 진보라고 하더니 앞으로는 친미(親美)가 진보가 되는 것인가.

날씨도 옛날 같지가 않다. 우리가 아는 겨울은 몹시 추웠고 봄은 따뜻하였다. 춥지 않은 겨울이 더러 있었고 꽃샘이라 하여 봄은 봄인데 봄같지 않아 쌀쌀한 봄날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 전 세계가, 지구 자체가 경험하는 기상의 이변은 우리로 하여금 여러 가지 걱정을 하게 한다. 남극, 북극의 만년얼음은 자꾸만 녹아내리고 눈이 와야 할 때 비가 오고 비와 와야 할 때 눈이 오는 망측한 세상이 된 것도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 미국과 북한이 춤추는 꼴을 보면 “세월이 하 수상하니 올동 말동하여라”라고 탄식한 김상헌의 시조 한 수를 생각하게 된다. 미국 땅을 다니며 북한 외무성 부상이라는 김계관이 석연치 않은 미소를 띄고 있는 표정을 보면, “이 사람도 웃을 줄을 아는구나”라는 생각에 쓴웃음을 금할 수 없다. 김정일은 평양의 중국 대사관을 찾아가 두 손으로 턱을 고인 채 징그러운 웃음을 웃고 있는 광경이 신문에 실린 것을 보았다.

잘들 노는구나. 언제는 “악의 축”이라고 매도하던 부시도 저 살기 위해 저런 비굴한 타협을 하고 있으니 이제 대한민국에서 “반미친북”을 부르짖던 자들만이 어정쩡한 심정이 되었겠구나. 꼬집어 말하자면 닭 쫓던 개가 지붕만 바라보고 있는 격이 아닌가. 한때는 “반미”가 진보라고 하더니 앞으로는 “친미”가 진보가 되는 것인가.

북의 인민공화국이야 김정일 때문에 제정신 아닌지 오래이지만 남의 대한민국은 누구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가. 좀 두고 보아야 알 일이기는 하지만 참으로 뒤숭숭한 세상이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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