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合作에 美부시정권 동조

美의 對北정책 전환으로 한반도 安保정세 급물살
미국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5일(현지시각) 뉴욕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비공개 수교회담을 가졌다. 회담에 앞서 남측 대표단도 미국을 방문, 북측과 사전조율을 거쳤다.

핵문제(HEU 포함), 미북 연락사무소·국교 문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여부, BDA자금 해제 문제 등을 의제로 내건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 노선이 전향적인 국면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대북 강경대응을 견지해 온 부시 정권이 남북합작 노선에 동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이는 한반도 정세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달라진 미국 내 분위기는 김계관 부상에 대한 예우에서도 드러난다.

김계관 부상은 국무부 외교경호실(DSS)의 경호를 받으며 회담에 앞서 미국측 주요 인사들과 회동을 가졌다. 그는 5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한반도 전문가 등이 참석한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 헨리 키신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을 만났고 4일에도 찰스 카트먼 전 한반도 평화회담담당 특사와 식사를 함께 했다. 회담 전날 뮤지컬 ‘더 프로듀서스(The Producers)’를 관람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김 부상은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을 갖고 이른바 ‘2*13 북핵 합의’의 이행 문제를 논의했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2일 워싱턴에서 오찬연설을 통해 “북핵 문제는 대담한 전략(bold strategy)이 필요하다”며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정치·경제적 (대북)투자”를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열린 제20차 남북장관급 회담 결과 쌀 40만톤과 비료 30만 톤 지원을 합의했고 2*13 북핵합의를 계기로 대규모 본격 지원에 나설 태세다.

북한은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 숨 가쁜 외교 접촉을 갖고 있다.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의 방북이 예정돼 있어 현재로서는 북한이 2*13합의 초기조치 이행에 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2*13 합의에서 드러나듯, 부시 정부는 ‘잘못된 행동에 보상 없다’는 기존의 강경론에서 후퇴한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조지프 디트라니 미 국가정보국 북한담당관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HEU 프로그램이 현재 존재하는지에 대해 “중간 수준의 신뢰도(mid-confidence level)를 갖고 있다”고 말해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났음을 시사했다.

미북 관계정상화는 그 동안 북한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해 온 부시 정부의 대북인식을 접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북한정책에 있어 ‘압박’이 아닌 ‘포용’으로 정책전환의 아웃라인을 끝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칙과 이념 중시의 외교에서 후퇴는, 미국에 의한 한국전 종전선언이나 북한의 미군철수 요구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미북 직접협상이 자칫 월남의 공산화를 가져온 파리회담과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 기자 hyc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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