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체제'내건 정상회담 가시화

대선용 또는 연방제?
◎ 문건은 『우리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저해하는 초대국들의 내정간섭과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중대한 문제들은 두 분의 상봉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南北좌파정권 간의 소위 정상회담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해찬 前 총리(대통령 정무특보)는 3월7일~10일간 방북 중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사실상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남북정상회담은 대선을 앞둔 여권의 정략적 수단이라는 점 외에도 평화체제구축-국가보안법철폐-주한미군철수-연방제통일 등 북한의 對南적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李 前총리의 방북일정을 수행한 뒤 중국을 방문한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11일 세계일보, 1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李 前총리와 金상임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남북이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남은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으로, 김정일에 이어 북한의 권력서열 2위이다.

李 前총리는 방북 전 남북정상회담은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방북 후 10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4월 중순 이후에는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상회담은 「北核관련 초기 이행계획의 진행을 봐가면서 이행조치 기한인 60일이 끝난 이후 판단할 사항」이라는 제 생각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말해 북한 관계자들과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음을 인정했다.

정상회담 주요의제는 평화체제 전망

소위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평화체제가 될 전망이다. 평화체제는 북한이 對南적화수단으로 제기해 온 연방제의 前단계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북한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조선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인 남조선 强占 미군을 철수시키자(2005년 8월 평양 인민문화궁전결의)』, 『평화체제를 공고히 해 미군을 철거하고 올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진입해야 한다(同年 8월19일 반제민전)』는 등 평화체제를 통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킨 후 연방제로 적화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이화영 의원은 11일과 12일 인터뷰에서 『남북이 인식을 공유해서 이후 실무적인 회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盧대통령은 6·15선언처럼 선언단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가 가능한 조약이나 협정의 서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북목적을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논의』로 밝혔던 이해찬 前총리 역시 10일 베이징에서 『김영남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만나 동북아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며 『북한도 동북아 평화에 대해 진지하고 낙관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같은 날 베이징에서 뉴욕 회담의 성과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으면서 『앞으로 힘을 다해 빨리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수립함으로써 한반도 냉전 산물을 없애 버리자고 (미국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내정간섭 배제, 국보법 해결』문건 파문

정상회담을 위한 정부의 친서(親書)가 전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부출자신문인 서울신문은 『베이징의 한 유력한 소식통이 『李 前 총리가 김영남 위원장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모종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李 前 총리가 김영남 등 북한 인사들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깊숙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며 『북한 관계자들과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 및 전제조건, 시기 등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친서 전달 여부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12일 프리존미디어 칼럼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이 북한에 건넨 것으로 추정되는 비공식 문건」의 주요 내용을 폭로했다.

문건은 『저희들은(남한 정권. 편집자 주) 두 분(노무현-김정일. 편집자 주)의 상봉이 성사된다면 산적되어 있는 많은 문제들을 외세의 개입을 단호히 배제하고 두 분의 의사에 따라 해결함으로써 우리 민족 앞에 드리운 어둠을 일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우리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저해하는 초대국들의 내정간섭과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중대한 문제들은 두 분의 상봉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건은 12월 홍콩의 모처에서 남북 실무자들이 주고받고, 다시 북쪽에서 중국 지역을 거쳐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6·15, 8·15에 개성에서 언급

소위 남북정상회담의 시기는 2·13합의에 따른 60일 이내 초기단계 이행계획이 마무리되는 4월 중순 이후로 관측되고 있다.

문화일보는 南北관계에 정통한 중국 외교가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김대중 前 대통령의 방북과 남북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며 『양측이 진행해온 물밑 접촉 결과 회담 시기로는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6·15와 광복절인 8·15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12일 보도했다.

또 회담 장소에 대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남쪽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남측 주문과 신변보장 문제를 들어 이에 난색을 표하는 북측 입장을 절충해 양측이 한 발씩 양보, 북한 개성에서 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정부가 해빙기에 접어들고 있는 북미관계에 편승해 뒷거래를 통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한다면, 역사의 엄중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며 『해괴한 논리로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고 남북정상회담 추진내역을 상세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정치평론가인 정창인 박사는 『정권재창출을 위한 정략적 남북정상회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특히 평화협정체결이라는 미명 하에 국가보안법철폐-주한미군철수-연합·연방제로 이어지는 북한의 對南노선을 수용하는 회담은 더더욱 저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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