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북핵 합의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기류가 급변하는 가운데 제1당인 한나라당은 북·미 관계의 해빙 조짐에 따라 ‘유연한 대북정책’을 구실로 대북정책의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고 한다. 한 간부는 의원들의 방북을 지원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휴전선이 ‘평화선’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조급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간부는 “소속 의원들의 평양·개성·금강산 방문 등 다양한 대북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쪽으로 당의 방침을 조정해 가겠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서 북핵 문제의 우선 해결과 철저한 상호주의에도 변화(수정)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런 행태는 그야말로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가져온 안보 중시와 보수적인 대북정책 원칙을 팽개치고 열린우리당의 급진적 대북 접근을 뒤따라가면서 중심없이 부화뇌동하는 격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와신상담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정체성 수호를 위해서 각고해온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극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당면 지상목표는 남쪽의 친북좌파 세력과 대연합해서 2002년 대선 때처럼 한나라당을 패배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평화’ 명분을 내세워 원칙없이 대북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고 해서 반한나라당의 한쪽인 북한이 박수를 보낼 것 같은가. 이런 기대는 대선 전략에서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치는 자해행위와 마찬가지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인한 반미운동에 편승, 젊은 표와 좌파 표를 얻으려다가 득표에도 실패하고 우파의 격렬한 분노를 사지 않았던가.
보수 우파를 대변하는 한나라당은 그때의 패배를 거울삼아 2·13 합의가 가져온 한반도의 정치적 변동 조짐을 보다 정확히 읽고 깊이 고뇌하면서 거시·미시적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수교가 아무리 긴요한 목표일지라도 과연 과거·현재·미래의 핵까지 100% 포기할 것인가. 광복후 60년간 무수한 허위·기만·위장평화 등의 행태로 보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핵 없는 북한을 아무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북한 지도부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북한에 있어 핵은 ‘만병통치약’이고 기적을 낳은 요술 방망이였다. 그들을 ‘폭정’ ‘불량국가’로 낙인한 부시행정부와 네오콘마저 굴복시킨 북한 핵이 아닌가.
이런 관점에서 한나라당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는 저절로 답이 나온다. 급변하는 현 상황에서 대북 접근의 주도권은 어차피 여권과 친북세력이 잡게 마련이다. 그런다고 그것이 곧 바로 표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의 변동 상황에 대한 원인 진단과 진행과정 파악 그리고 미래 예측 및 처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시류에 흔들린다면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망가져 보수세력의 불신만 키우고 말 것이다.
한나라당은 어디까지나 견제세력으로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냉철하게 감시, 비판하고 잘못을 시정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조건 없는 남북정상회담과 현금 등 대북 지원 계획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정체성에 합당한 것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 집권 세력의 상투적인 ‘평화’ 구호에 덩달아 맞장구만 칠 게 아니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를 진실되게 받아들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100% 핵폐기를 유도하는 정교한 전략전술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이게 안 된다면 종전선언은 물론 평화체제 합의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목표까지 가기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나 많다. 지금은 겨우 한 발짝을 내디딘 데 지나지 않는다.
여영무 / 남북전략연구소장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對北정책 수정
- 여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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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17, 02: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