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적수와 하는 것

친북좌파의 '평화' 주술에 당당히 맞서야
협상은 적수와 하는 것이다. 굴종자나 동조자가 하는 협상은 협상이랄 수 없고 야합이다. 진전이 있는 듯해도 알고 보면 한편의 실속과 다른 한편의 낭패로 끝나게 마련이다. 그것은 협상이 아니다.

실패한 사례들

해방 후 1948년의 남북협상은 38선 넘어 평양으로 간 김구선생, 김규식박사 두 분의 순박한 동족의식을 속여 넘긴 소련 점령군 당국과 김일성이 연출한 단막극으로 끝났다. 1938년의 뮌헨협정은 히틀러의 식지(食指)를 자극한 쳄벌린의 실패작, 유화정책의 대명사가 되었다. 73년의 파리평화협정은 75년의 베트민·베트콩 구정대공세로 무너지고 베트남 적화통일와중에 무수히 바다로 뛰어든 보트피플을 낳았던 일대춘사(椿事)였다. 애당초 수렁에서 빠져 나가기위한 미국측 계산의 결과였다. 상호 방위조약도, 증원군 약속도 휴지조각이었다.

5억 달러 불법 비밀송금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사서 노벨평화상은 탔지만 北의 숙원인 연방제에 빗장을 풀어주고 핵실험 뒷돈 대기로 남남갈등을 조장, 그 후유증으로 한미관계 까지 악화시킨 6.15선언은 무엇이었다고 할까.
그 출발부터가 적수간의 당당한 협상이 아니었다.

최근 2.13 6자회담 합의 성명 후 관심의 초점은 미국과 북한관계로 모아지고 있다. 당면해서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립무원의 궁지에 몰린 盧대통령과 여권이 갖은 방법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미·북 관계 해빙조짐에 편승하여 평화세력을 자처하고 강력한 제1야당 후보들을 전쟁세력으로 몰고자 한다고 열이면 열사람이 모두 그렇게 보고 있다.

미·북 관계를 조정하여 동북아 평화체제구상 실현에 소위‘균형자’노릇을 하겠다고 자처한 정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좌파정권의 재집권이 여권이나 김정일에게 공동과제로 등장해있다. 작년부터 특히 북의 당·정·군 기관지의 금년 신년사설에서 일제히 한나라당을 거명하며‘親美수구’니‘전화(戰火)에 휩싸인다’느니 공갈해 왔고 이에 맞장구쳐‘남북전쟁’이 난다고 한술 더 뜬 여권의원도 나왔다.

제1야당 까지도

그 뿐인가. 제1야당의 정보통이라는 의원도 韓·美·北 3자 또는 韓·美·北·中 4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으니 한나라당의 對北정책에 진일보가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여기서 문제는 한나라당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정세에 뒤지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길이냐에 있다.

하필 제1야당뿐 아니라 자유민주진영 일부 사람들은 최근의 정세변화에 당황하거나, 그것이 대선에 미칠지 모르는 영향을 두고 초조해하는 빛이 아닌지 걱정이다. 그래서 급하게 대응한다는 것이 우리도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도 개성공단에 소속의원들을 보내야겠다고 당 지도부에서도 나서고 있다. 이를 보고 우익인사 중에는 이제는 제1야당마저 나라의 정체성 수호에 동요의 빛을 보이는 것 같아 지지를 철회해야겠다고 비판하고 있다. 북측은 조롱조 독설로 이를 공격했다.

원칙과 정도로 가자

그러나 침착해야 한다.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주변정세의 변화에 놀라지 말고 차분히 자기의 발밑을 다시 볼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세계사에 가장 처참한 6.25남침 동족상잔을 겪었으면서도 1970년을 전환점으로 이념과 체제가 다른 북한과의 평화공존정책을 주도해 왔다. 적십자회담, 7.4남북공동성명, 유엔 동시가입으로 내딛은 지 이미 오래다.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을 일방적으로 깨고 핵무장으로 나온 것은 북측이다.

우리 자유 민주 시민들과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정부들은, 캄캄한 골방에서 北核 제조에 뒷돈 대주는 남북정상회담이나 무원칙한 대북접촉을 반대해온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모멸감으로 상하게 한 퍼주기식 대북지원, 심지어 장관이나 고위 기관장의 인사에 까지 北의 비위를 맞추는 10년 세월의 親北좌파정권을 반대해 왔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다지기위한 정상회담에 반대한 일은 없다. 김정일 정권이 핵을 내 비치며‘불바다 공갈’을 하는데도 시비곡직(是非曲直) 불문하고 패색 짙은 대선에 북풍책략으로 써 먹기 위해 구걸하는 정상회담은 불가하니 차기정부에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수년씩 심사숙고해야 할 개헌문제를 잔여임기 일 년 미만에 두 번이라도 할 수 있다고 헛소리하는 대통령이니, 그가 도모하는 정상회담에 의심을 품고 반대하는 것이다. 북핵 폐기는 아직 요원한데 정략적 평화나팔부터 부는 경거망동을 경계하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보라

일찍이 1951년 서독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대회에서 채택된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강령,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히틀러 나치즘은 물론 스탈린 전체주의 독재에도 대항한다는 명확한 노선을 밝혔다. ‘민주사회주의의 목적과 임무’제하에 그들은 사회보장이나 완전고용(후일에 성장과 재정을 저해하는 부담요인이 되어 시정되지만) 못지않게 정치적 민주주의가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61년 동서 베를린 경계에 장벽을 친 소련은 협상을 하자고 당시 브란트 서 베를린 시장을 초청했으나 사민당의 브란트는 기민당의 시의회 부의장의 동행이 이루어지지 않자 이를 거절해 흐루시초프로 하여금 펄펄 뛰게 했던 일도 있었다.
적수와의 협상은 어디까지나 투명하고 당당하게 국민의 통합된 지지를 바탕으로 하겠다는 결의의 표시였다.

우리가 1969년 국토통일원을 개설할 무렵 서독은 70년에 전독(全獨)성을 내독(內獨)성으로 개편, 동독을 국가로서는 인정하지 않고 실재하는 동족의 한 권력실체로 즉 특수 관계로 대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독일 통일의 교훈들

1989년 마침내 20세기의 드라마 공산주의 몰락의 서곡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역대정부는‘접근을 통한 변화’나‘동방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이 원칙을 무너뜨린 적이 없었다.
어느 정치지도자도 헛되이‘연방제’를 들먹인 일도 없었고, 통일만 되면 다른 것은 모두 깽판 쳐도 된다고 허풍을 떠는 일도 없었다. 베를린 장벽붕괴 직전에 한국에 왔던 서독 지도자는, 후일 그렇게 일찍 동독이 무너질 줄은 그때에도 몰랐다고 술회하지 않았던가. 친척 찾아 南으로 가려다 잡힌 굶주린 동포가 공개처형 되어도 말 한마디 못하는 정부는 그곳에는 없었다.

6.25와 같은 만행을 저지르지 않은 동독이었기에 그들은 일찍이 1963년 동독-서베를린 간 통행증 협정 체결을 받아들였다. 53년 에 이미 동독주민 서독방문 152만, 서독시민 동독여행 130만을 기록했다.
3만 4천명의 동독정치범을 서독으로 이주시키는 대가는 모두 34억 마르크의 물자지원이었다. 서독을 방문한 동독 노인들에게는 현찰로 용돈을 지급했는데, 총 25억 마르크의 공공자금이 공명하게 쓰인 것 뿐 이었다.

퍼주기나 굴종은 없었다

처음부터 서독은 서독국민이 동독을 방문할 때, 그리고 동독사람들도 서독을 찾을 때 통과하는 도로를 보수 건설하는 비용, 서독시민이 동독으로 갈때의 통행료, 그리고 환경 및 우편에 투자한 것 모두를 서독측이 쓴 만큼 정부가 지불했던 것이다. 對 동독차관에 적용된 금리는 리보금리보다 1%높게 책정했고 5년 만기 상업차관에는 보증료까지 받았다.
정부차원의 이전(移轉)은 연 평균 3억 2천만 달러로 우리나라 여권사람들이 주장하는 32억 달러의 10분의 1이라고 박 모 전문학자는 통독 후의 의회공식문서를 인용하고 있다. 어디를 찾아봐도 불법비밀 송금이나, 달라는 대로 퍼주기식은 없다.
83년 10억 마르크 차관은 보증이 붙은 것은 물론, 동서독 경계선에 설치된 동독의 자동발사장치(탈출시민에게 쏘는)철거까지 따랐던 것이다.
84년에 아주 철거되었다.

1945년 6월 소련군사행정청 설치로 공산화 작업에 착수, 45년 9월 토지개혁, 기간산업 국유화, 46년 4월 공산당과 소 점령지역내 사민당을 합쳐 독일사회통일당 창당, 중앙 행정기관 발족 등 소련의 동독공산화 작업과 북한의 그것이 아주 흡사한 수순을 밟았는데, 지금 독일은 선전구호 남발 없이도 통일이 되었고, 그 추진력의 기본은 막강한 국력과 일관되고 투명한 對 동독정책 및 국민의 지지기반이었던 것이다.

‘평화’주술에 당당히 맞서야

12월 대선은 다가오는데 자체후보는 자취가 없고 밖에서 끌어오거나 심지어 제1야당 후보 중에서 꾸어가려 한다는 소문까지 도는 마당이다.
2.13합의가 발표되기도 전에 對北지원에 목말라하고 합의문의 단계적 조치가 이행되기도 전에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온 냥 호들갑을 떠는 親北 좌파의 장단에 놀아나지 말아야한다.
그들이 조작하려는‘평화세력 대 전쟁세력’의 주술에 넘어갈 사람은 어차피 親北좌파밖에는 없다.
김정일 집단의 對南전략에 호응하여 韓美동맹 파괴와 연방제 영합에 나서고 연말 대선에서 소위‘통일, 평화세력’간판 하에 자유민주진영 협공 전략에 합세하고 있는 親北좌파는‘적수와의 협상’에 나설 자격이 없다.
적수를 적수로 보지 않고 비위맞추기와 굴종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북풍을 구걸하는 처지에서 무슨 협상인가.

‘대한민국’의 대응을

대한민국을 지키고 자유와 인권을 신봉하는 애국세력은 親北좌파·김정일 연합세력의 어떠한 책동에도 끄떡하지 말아야 한다. 차기정권을 내다보는 정당이라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는 당당한 모습으로 우국시민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그동안 견지해 왔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원칙을 슬며시 거두고 아예 첫 단추부터 걸고 보자는 전술변화를 보인 미국과 고대하던 對美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對 중국견제에도 합세 할 듯 다가서는 북한의 협상전략이 앞으로 적지 않은 고비를 어떻게 타고 넘을 것인가.
이 미묘하고 중요한 국면에 北核폐기에 나라의 안위가 걸려있는 대한민국으로서 어떠한 대응으로 국가이익과 국민의 안전을 슬기롭게 도모해 나갈 것인가에 親北좌파 정권을 대체할 대선주자들은 골몰해야 할 것이다.

양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팔듯, 민족과 통일을 내걸고 핵을 가진 세습유일체제와 당장 연방제로 합치자는 사람이 제 정신인가, 親北좌파정권 10년에 흐트러진 나라를 바로 잡아 선진화의 물결로 북의 개방·개혁을 재촉해 통일의 여건과 시기를 기다리자는 사람이 맨 정신이지.

임방현 (前 국회의원, 現 자유수호국민운동 공동의장)
http://jayusu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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