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당신도 또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새로 정당을 만들어 대통령 후보가 되어보겠다는 것은 망발에 또 망발이 아닌가.

기원 전 44년 3월의 일이었다. 줄리어스 시저는 로마의 원로원 앞에서 자객들의 칼에 몸을 33곳에나 찔린 채 쓰러지면서 “부르터스, 당신도 또”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고 전해진다.

왕조시대는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해방이 되고 정부가 수립된 뒤에도 이 나라의 정치판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2007년 12월의 대통령선거를 바라보면서 국민은 정치에 대하여 상당한 희망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5년 임기를 다 채우기도 전에 노무현의 여당은 여지없이 추락하고 파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반면에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감으로 적어도 세 사람의 인물이 등장되어 민심의 흐름이 대북관계에 있어 주체성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민주적 절차는 완전히 외면한 여당을 이기고 정권교체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희망에 가슴이 부풀었던 것은 사실이다.

야당의 대통령 후보에 물망에 오른 사람끼리 서로 옥신각신한다 하여 국민의 마음은 허전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래도 국민의 지지도가 이미 40%를 넘는다는 이명박 후보나 20%는 더 된다는 박근혜 후보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져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에 있어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을 20만 명으로 잡고 8월에는 후보지명을 끝낸다는 대원칙에 합의를 보았다고 하여 매우 다행스럽게 여기는 동시에 손학규 후보도 처음부터 물망에 오른 세 후보 틈에 끼어 나머지 두 후보와 함께 경선에 참여해 주기를 국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손학규 후보는 학문적인 실력도 갖추었고 경기도 지사로 있을 때의 업적이 높이 평가할 만하여 그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이 적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은 항상 한 자리를 맴돌아 그 사실을 서글프게 여긴 이들도 많은데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자리를 따내기는 어렵겠다고 믿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 손학규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새로 정당을 만들어 대통령 후보가 되어보겠다는 것은 망발에 또 망발이 아닌가. 욕설을 퍼부으며 한나라당을 떠나는 꼴도 보기 싫거니와 그를 믿었던 사람들의 입에서 “손학규, 당신도 또”라는 한 마디가 뛰어나오지 않을 수가 없구나.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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