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외국어대학에서 온 편지

북조선 상층부의 조용하고 단합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어제도 오늘도 새빨간 거짓이다.

26일, 중국의 본방 통신원을 통해 평양 외국어대학 관계자의 편지가 전달됐다. 그는 편지에서 “지난 시기 남조선으로부터의 지원 사업 대부분은 ‘김정일장군님께 평화를 구걸’하는 양상으로 북조선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더 이상 남조선으로부터의 지원이 김정일을 살찌우는 계기가 되지 않게 해야 하며…적어도 남조선 인민들이 북조선 인민들을 위해 보내는 사랑의 선물임을 알게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아래는 기고 형식으로 된 평양 외국어대학 관계자의 편지 전문.

<자고로 북조선은 사회적으로 폐쇄체제를 유지하고 정치적으로 왕조체제를 구축하였으며 경제적으로 자립체제를 고집해 왔다.

김정일은 동구라파 사회주의 나라들의 붕괴원인이 사회주의를 변질시킨 수정주의자들의 개혁, 개방정책에 있다고 하면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를 개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경제발전보다 사상 사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 또, 중국과 동구라파 및 구쏘련의 개혁바람이 북한에 들어오는 것을 철저히 막기 위해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구호 아래 외부와의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와 접촉을 제한하고 북조선 사회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특히 남조선을 독재체제에 대한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하고 있는 김정일은, 남조선으로부터 유입되는 정보와 자유주의 사상을 막기 위해 온갖 교류와 협력을 기피하고 있다. 철천지 원쑤라던 미국과는 극적인 접촉까지 시도하지만 무엇이든 요구만 하면 공짜로 주겠다는 남조선과는 전술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 후,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밀리게 되었고 외교적 고립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의 장기적 침체는 김정일에 대한 북조선 주민들의 맹목적인 충성도를 약화시키고 있다.

결국 김정일은 수령과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 저하, 경제 및 정치적 혼란과 불안, 인민군 내부의 동요와 같은 여러 가지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사회 통제체제의 지속적인 마비로 인해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정권에 대한 저항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으며 간부층과 일반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김정일에 대한 주민들의 비판적 시각이 점차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북조선 내부에서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체제는 그 중요한 버팀목인 군부에 의지해 잔명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김정일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북조선의 변화는 없을 뿐더러 민주화도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통일의 전제조건인 북조선의 체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외부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북조선 주민들과 권력 상층부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주민들과 지식인들이 더 이상 김정일 정권을 신봉하지 않고 권력에 충성하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남조선과 외부의 실상이 북조선 주민들 속에 깊이 침투되도록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각방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엘리트층의 분열은 체제변화의 중요한 변수인 것만큼, 현재 남북 간 대부분의 접촉에서 북한 권력의 핵심엘리트들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그들에게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당위성을 주입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북조선의 엘리트들을 위시한, 상층부의 조용하고 단합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어제도 오늘도 새빨간 거짓이다. 실지로는 분열되어 있으며, 어느 때든 환경만 조성되면 들고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히 잠재되어 있다.

남조선 정부를 향해서는 북한에 대한 지원과 협력에 있어, 명분과 실리가 철저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을 하고 싶다. 지난 시기 남조선으로부터의 지원 사업 대부분은 “김정일 장군님께 평화를 구걸”하는 양상으로 북조선 주민들에게 알려졌으며 북조선 인민들이 현 남조선 정부에 분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더 이상 남조선으로부터의 지원이 김정일을 살찌우는 계기가 되지 않게 해야 하며 “주는 동시에 챙기는” 실리의 원칙, 적어도 남조선 인민들이 북조선 인민들을 위해 보내는 사랑의 선물임을 알게 해야 할 것이다.

2007년 3월 6일

정하진 (가명)>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