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않고 선진국 가는 길 제시해야

(사설)범여권 대선 주자들이 갑자기 FTA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진짜 이유는 ‘나라 걱정’이 아닐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직전 당의장을 지낸 김근태 의원이 27일부터 한·미 FTA 체결에 반대하는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현 정권에서 FTA를 체결하려면 나를 밟고 지나가라”고 말해 왔다. 김 의원은 이런 다짐대로 막바지에 이른 FTA 협상 테이블 앞에 드러눕겠다는 것이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하루 전인 26일부터 “무능한 협상단에 국가 장래를 맡길 수 없다”며 단식 농성 중이다. 12월 대선에 출마해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겠다는 사람들이 1980년대식 극한 투쟁에 나선 것이다.

汎범여권의 다른 대선 주자 또는 잠재 주자들도 FTA 체결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금까지 협상은 마이너스, 불평등 협상이었다”고 했다. 한명숙 의원은 20여 일 전까지 총리로 재직할 때는 “개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하더니 요즘 들어 “협상 내용을 보고 얘기하겠다”며 태도가 달라졌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준비 없는 FTA 추진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며 협상을 2008년, 2009년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FTA 반대론자들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들어 협상을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가 모든 사전 준비를 마쳐 놓고 FTA를 체결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시장 문을 열고 경쟁하면서 경쟁력을 키워 가는 것이고, 도저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FTA를 체결하는 이유다.

범여권 대선 주자들이 갑자기 FTA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진짜 이유는 ‘나라 걱정’이 아닐 것이다. 김근태 전 의장은 작년 9월 “FTA협상에는 찬성한다. 찬성하면 親美친미, 반대하면 반미라는 식으로 규정하면 안 된다”고 했었다. 천정배 전 장관도 작년 7월 “한·미 FTA는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라고 했었다. 그러다가 두 사람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12월 대선의 ‘票표 계산’ 때문일 것이다. FTA에 반대하는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10%가 안 된다. 이대론 안 되겠으니 FTA 반대 깃발을 쳐들어 좌파 진영의 지지를 결집해 보겠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의원은 27일 “국가 미래를 책임지겠다면서 FTA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개방하지 않고 한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FTA 반대 대선 주자들에게 묻고 싶은 바로 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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