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美와 親北이 동시에 가능한가?

그의 발언 중에 '親美(친미)'는 겉치레로 하는 말이고 '親北(친북)'밖에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노무현 씨는 무슨 목적으로 엄청난 경비를 들여가며 해외 여러 나라들을 순방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인데 이번에는 중동 순방길에 올랐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한 한 가지 사실은 지난 3월26일 쿠웨이트에 주둔하고 있는 디이만 부대를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더운 나라에 가서 고생하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을 만나 그 노고를 치하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다른 고장에 가서는 높은 사람들이나 만나고 좋은 음식이나 먹고 훌륭한 경치나 감상하며 이른바 “대통령직을 즐기는 것”이 고작이던 사람이 진정 애국심을 가지고 쿠웨이트의 부대원들이 애국가를 부르자 눈물을 글썽였다고 전해진다. 대통령 직을 지난 4년 남짓 제멋대로 수행하고 제멋대로 즐기다가 이제 막판에 가서 겨우 제 정신이 좀 들었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25일에 그가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현지 동포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상식이 있는 사람이 감히 이런 말을 하고도 세 끼 밥을 먹을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심경이 매우 착잡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살자면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해야 한다”며 “북한을 원수로 만들어 놓고 그 우환은 언제까지 감당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런 발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매우 모순된 발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팔방미인이라는 말도 있는데 친미와 친북이 동시에 가능하다면 왜 하지 않겠는가. 친미하면 친북이 안 되고 친북하면 친미가 안 되기 때문이 아닌가. 노 씨 논리대로 하자면 대한민국이 살기 위해 친미도 친북도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의 발언 중에 “친미”는 겉치레로 하는 말이고 “친북” 밖에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왜 사람이 그토록 엉성하고 거짓됐는가. “친북”하다 오늘 대한민국이 요 모양 요 꼴이 되었거늘 어찌 씨도 안 먹은 소리를 계속 떠들고 있는 것인가.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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