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에 달라붙은 우리 누이들

태국 탈북자 현장취재/"잘있으라 말하자니 잘 있을 곳이 아니고, 헤어지자 말하자니 도망병 같고"
여기는 태국입니다. 열대기후 나라답게 덥고 건조하며, 오늘 같은 날은 온도가 35도를 웃돌고 있습니다. 더위는 그런대로 참을 만한데 높은 습도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나무 그늘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땀이 철철 흐르는데, 40평도 되나마나한 좁은 공간에 400여명의 탈북자들이 수감되어 있다는 태국 이민국 수용소 안은 얼마나 무더울까요?

태국 이민국수용소 외경.

...어렵사리 이민국 소용소의 철문을 하나, 둘, 셋, 넷, 다섯을 넘고 나니 동물원에서 맹수들을 가둘 때나 사용하는 2㎠의 쇠찰상 안에 우리의 누이들이 시래기처럼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그 습한 대리석 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은 채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우리는 이제 산 사람들이라고 흐느끼듯 “기쁨”을 토로합니다.

철창 너머에서 한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펴고 손을 흔들고 있는데 자라서 저주의 주먹을 틀어쥐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온통 웃통을 까고 더위와 싸웁니다. 그래도 탈북 선배가 왔다고 철창가로 왁작이며 모여드는데, 400여명의 탈북자들에게 물 한 병, 사탕 한 봉지, 생필품 한 가지씩 넣어 주재도 봉고차 한 대가 모자랍니다.

잘있으라 말하자니 잘 있을 곳이 아니고, 헤어지자 말하자니 도망병 같고, 조금만 참으라고 이야기하자니 세상이 너무나 징그러워 보입니다.

무엇 때문입니까. 도대체 누구 때문에 우리 탈북자들은 이리도 모진 수난의 시대를 살아야합니까. 번번히 하는 생각이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탈북자 우리들 모두가 말입니다. 마침 서울에서 오는 10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창립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탈북자들이 모이면, 할 이야기가 정말 많을 것입니다.

탈북자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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