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최측근 인사 중의 하나인 안희정씨가 연루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비밀접촉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비선라인의 이용’과 ‘아마추어들의 행진’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노출된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 건은 현 정부 실세들이 정상회담에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지를 여과없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물론 현 정권의 386 지도부가 정권 재창출에 남북관계 내지 북풍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자세를 말한다. 하지만 사전에 노출돼 벌써부터 김이 빠지고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공개는 잘 된 것이라고 본다. 정상회담의 정략적 이용은 결과적으로 남북관계를 왜곡시키고 북한측에 잘못된 버릇만 키우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안정적이고 질서있는 운영을 위해서는 구걸하며 매달리며 추진하는 비정상적인 정상회담은 안 하는 것보다도 못하다는 것이 필자의 기본생각이다.
북한이 국정원과 통일부 등 공식라인을 제껴 놓고 비선라인과의 접촉을 타진한 것부터가 냄새가 나는 부분이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비전문가인 아마추어를 접촉의 파트너로 택한 것은 우리측 인사의 한건주의, 성과주의, 영웅주의(공명심)를 최대한 이용하려 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경위가 어떠하든 북한이 놓은 덧에 안희정씨가 걸려든 셈이다.
북한은 프로인 국정원 라인과 접촉할 경우, 이들이 호락호락하지 않게 나올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만만한 비선라인과 접촉해 최대한 이들을 잘 요리하면, 노무현 정권 말기에 적지 않은 실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미 일각에서는 북한측이 평양 방문경비(입북료)로 5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설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열린당 이화영 의원이 지난 해 11월 중국 베이징 방문 당시 방북 대가로 북측이 50만 달러의 현금지원을 요청하자 1만두 규모의 돼지농장을 지어주기로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 참조).
이런 아마추어적 접근과 비선접촉은 100%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기 십상이다. 더욱이 이번 비밀접촉은 지금까지 '비선라인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거나 대북라인을 가동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노 대통령의 말이 거짓말로 판명됐다. 이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이 말로써 말을 많이 만든 분인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거짓말을 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지 않겠는가.
더욱이 노 대통령의 참모인 통일부 장관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통일부장관에 대해 북한주민 접촉신고를 하지 않고 북경에서 북측 인사를 만나도 경고 정도만 하면 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경솔한 발언이다. 안희정씨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위반하여 단순히 북한주민 접촉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북한인사를 만났다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처분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남북정상회담 논의 및 의사타진을 위한 대북 접촉이었다. 그것은 민간인 신분으로서 사실상 남북대화를 한 것이다.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제17조(정부를 대표하는 행위금지) 1호에서는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정부를 대표하여 북한과 교섭 또는 회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20조(벌칙 적용에 있어서의 공무원 의제)는 “공무원이 아닌 자가 (남북회담대표 또는 대북특별사절로 임명되어) 이 법에 의한 직무를 수행하는 때에는 「형법」 제127조 및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에 비추어 민간인 안희정씨는 남북간 접촉을 위한 신임장 수여 등 남북회담대표로 임명되지 않은 채 불법적인 방법(곧 임명 절차 없는 사실상의 임명)으로 대북접촉을 했고,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협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이제 노 대통령은 즉각 비선라인의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과 개헌문제)에 매달리기보다 서민의 삶을 살피고 민생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어차피 누가 됐든지 간에 다음 정권은 노 대통령의 말을 듣지도 않을 터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정권의 수뇌부는 아무쪼록 정권 재창출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그것이 노무현 정부의 살길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그럼에도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지난 2월 중순 2.13 북핵합의 직후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 송민순 외교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이 2.13 후속대책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논의했다고 한다(그리고 작년 12월부터 정부의 공식라인이 정상회담 프로젝트에 가세했다는 이야기가 유력하다). 현 정부가 정상회담에 매달릴수록 정상회담의 가시적인 성과는 저 멀리 도망갈 것이고, 국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정상회담 카드를 통한 정치판 새로짜기나 노 대통령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권(?) 후보 지원(혹은 깜짝 스타 발굴) 등 정략적 이용의 모색을 당장 포기하는 것이 역사가 요구하는 순리가 아닐까 한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는 바이다.
* 하나 더 추가할 것은 필자는 앞의 글에서 작년 12월 둘째 주 홍콩의 모처에서 남북한의 agents들간의 비밀접촉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필자가 들은 바에 의하면, 남쪽에서 2명, 북쪽에서 2명 모두 4명이 만나 정상회담 개최문제와 특사교환문제를 거론했다는 것이다. 이 중 북한측 인사들은 강관주 대외연락부장의 지시를 받아 활동하는 자였다고 한다. 앞으로 이 점에 대해서도 언론이나 국회가 (국정조사 등의 방법에 의해) 밝혀줄 것을 제안한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
정상회담 프로젝트, 당장 접어야
- 제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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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4-01, 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