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영화 보고 싶어

그의 삶이 왠지 슬프게 다가온다.
8시30분 출근, 9시까지 노동신문 독보회, 9시부터 12시까지 노동신간,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노동시간, 오후6시부터 -생활총화, 학습회, 강연회, 사상투쟁, 각종정치행사 진행, 저녁8시 퇴근.

북한의 평범한 주민들의 하루 일과이다. 일 년 365일 다람쥐 채 바퀴 돌듯 계속해서 이어진다. 여기에 개인의 시간은 저녁에 집에 퇴근하여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없다. 오직 조직에 복종해야할 의무만 있을 뿐 이다.

탈북자들에게 남한에 와서 제일로 생소했던 말들을 꼽으라고 했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말 잘 보내세요.’라는 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남한사람들에게 아주 평범한 주말이 북한사람들에게 없다.

남한사람들에게 저녁시간 가족과 단란하게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보고 공원을 산책하는 행복한 자유를 누리는 것이 북한사람들에게 없다. 우리에게는 있는 것,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없는것이다. 만약에 북한의 처녀가 남자친구와 영화보고 싶어 우상화 정치행사에 빠졌다면 당장에 사상투쟁감이 될것이다.

아래의 사진에는 공장에 경비를 서고 있는 공장 보위대( 공장 보위대는 준 군사 조직으로 대체로 처녀들로 구성되어 있다.) 처녀의 매서운 눈초리와 그 옆 칠판에 씌여진 정치행사 일정표가 보인다. 저녁6시 중앙보고대회가 있고 다음날 저녁6시에도 강연회가 있다. 20대 처녀로 보이는 사진의 주인공도 남자친구가 있을진데 황금같은 저녁시간을 중앙보고대회에 참가해하는 그의 삶이 왠지 슬프게 다가온다.


오늘은 중앙보고대회 , 래일은 강연회, 정치행사없는 그날은 언제 오려나.

사진은 하루일과를 마치고 가족과 그리고 연인과 단란한 행복을 누려야 할 시간에 김정일 우상화를 위한 정치행사에 끌려 다녀야 하는 북한사람들의 가슴 아픈 삶을 보여주는 단편적 장면이다.

김기혁 기자 kgi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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