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3일 북경에서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합의라는 걸 발표하자 한국의 언론과 좌파들은 마치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이 이런 북한과 당장 수교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필자는 2005년 9월 북경 합의가 휴지조각이 된 것처럼 2.13 합의도 김정일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김정일 자신이 대량살상무기 그 자체인데 이 자를 해체하지 않고는 핵무기도 핵무기보다 더한 강제수용소나 화학무기도 절대로 해체할 수 없는 것이다. 핵무기를 포기한 김정일을 도대체 어느 나라가 돌봐준단 말인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김정일이 미쳤다고 핵무기를 포기한단 말인가?
김정일은 핵실험으로 화가 난 중국에 아부하고 남한으로부터 쌀 비료를 다시 받기 위하여, 그리고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여 있는 비자금을 돌려받고, 이를 계기로 하여 국제금융시장을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합의 문서에 도장을 찍어준 것이다.
김정일은 퍼주기를 못해서 안달이 난 남한의 노무현 정권으로부터는 받을 것을 다 받아 챙겼다. 김정일이 아직 초기 단계의 실천도 하지 않았는데도 盧 정권은 쌀과 비료를 퍼주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김정일 비자금이다.
미국은 이 비자금이 불법자금임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에 돌려주도록 조치했으나 중국은행이 중계역할을 거부하고 나오는 바람에 북한은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써 김정일은 자신의 착각을 알았을 것이다. 그는 미국이 방코 은행의 비자금을 해제해주면 국제금융시장도 북한자금에 대해 기피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던 듯하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국제금융계는 이제 북한자금을 취급하면 범죄관련은행으로 낙인이 찍혀 미국은행들과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되거나 信認度가 떨어진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이제는 自社의 판단으로 북한 돈을 받아주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사태는 미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제금융시장에 의한 對北금융제재는 자동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미국 정부의 힘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자신에게 속은 김정일은 남한으로부터 받을 것은 챙겼으니 이제부터는 배짱을 내밀면서 다시 애를 먹이는 작전으로 나올 것이다. 美北관계의 개선이나 핵개발 포기 실천은 한국의 언론과 한나라당이 예상했던 대로 급속히 진행될 것 같지가 않다.
이렇게 되면 바보가 되는 것은 한나라당이다. 호들갑을 뜨는 언론에 놀아나서 對北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한다고 나팔을 불다가 김정일의 태도가 경색되니 어리둥절해진 셈이다. 미친 사람들이 모두 팬티를 벗는 것을 보고 줏대 없는 어느 여자도 따라서 팬티를 벗었다가 미친 사람들이 갑자기 옷을 입고 사라져버린 후 낭패해하는 꼴이다.
이념무장이 안된 한나라당, 그 중에서도 평소 애국적 인사로 분류되었던 의원들이 보인 추태가 머지 않아 웃음꺼리가 될 듯하다. 이념이 가장 큰 전략인 이유는 이념무장이 되어 있으면 언론의 호들갑에 一悲一喜하지 않고 여론변화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화된 신념이 없는 인간은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그 분위기에 휩쓸려 들어가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한다.
간첩 잡던 사람이 갑자기 좌파인사와 손잡고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나섰다가 북한으로부터 거절당하는가 하면 한나라당 일각에선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이게 만드는, 개정이 불가능한 헌법제3조 영토조항까지 손을 대겠다고 나온다. 신념 없는 인간들의 부평초 같은 행태이다. 이런 바람개비들은 아래 세 가지 기사를 읽어보고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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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시설 폐쇄 시한 넘길듯
宋외교 “BDA처리 시한내 안될 수도”
이하원 기자 May2@chosun.com
북한 핵의 불능화(disablement)를 추진키로 한 2·13 합의가 벽에 부딪혔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목소리가 4일 한·중 양국 정부에서 잇달아 나왔다. 2·13 합의에는 불능화의 초기 조치로 영변 핵 시설의 폐쇄·봉인을 60일 이내(4월 14일)에 마치기로 돼 있지만, 4일 현재 아무 진전이 없다. 결국, 합의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도를 방문한 송민순 외교부장관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기본적으로는 (시한 내에) 처리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안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BDA 북한자금 송금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2·13 합의의 초기 60일 조치 중에서 지난 50일 동안 이행된 것은 ▲5개 실무그룹회의 가동 ▲6자회담 개최에 불과하다. 지난달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미국 방문, 엘바라데이(Elbaradei)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방북으로 마치 북한 핵 문제 해결이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지만 본질에서 변화는 없었다.
앞으로 남은 열흘 동안 2·13 합의에 명시된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IAEA 감시단원 방북 ·활동개시 ▲핵포기 대상 모든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 ▲중유 5만▲ 지원 개시가 모두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더욱이 북한자금을 어떻게 송금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부시(Bush) 미 행정부는 중국,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불법자금’으로 규정된 북한 자금을 받아들이려는 은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500만달러를 현금으로 찾을 수는 없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어렵게 마련된 2·13 합의의 동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결국 북한에만 유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통일연구원 전성훈 선임연구위원은 “BDA는 이제 미국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돼 버렸다”며 “남한으로부터 지원이 재개돼 숨통이 트이게 된 북한은 이 상황을 관망하면서 앞으로의 전략을 다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7-04-05, 09:45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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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달러 유통은행으로 돈을 보내라고?
조선무역은행은 북한 공무원의 출장비를 내줄 때도 위조달러를 섞어 준 은행이다.
(趙甲濟/조갑제닷컴}
오늘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오전 베이징(北京)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미 정부의 BDA 자금 해결 원칙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 요지는 '미국과 북한은 마카오의 BDA(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예치된 북한과 관련된 동결자금의 처리에 대한 이해에 도달했다'며 '북한은 BDA에 동결된 대략 2천5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베이징 중국은행에 개설된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보낼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성명은 또 '북한은 6자회담 대화의 틀 안에서 이 돈을 인도적이고 교육적인 목적을 포함, 북한 인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데만 사용하기로 서약했다'고 강조했다.
북한당국이 2500만 달러를 보내달라고 제시한 '중국은행내 조선무역은행 계좌'의 주인 조선무역은행은 위조달러를 유통시켜온 범죄은행이다. 최근 필자가 만난 한 고위급 탈북자는 이렇게 증언했다.
<1998년 무렵 대만으로 출장을 갈 때 조선무역은행에서 7000달러의 출장비를 찾아갔다. 2000달러는 新券이었다. 臺北에 도착하여 호텔에 들었다. 100달러를 숙박료로 카운터에 냈다. 직원이 위조지폐 감별기에 걸었다. 위조라는 판정이 나왔다. 나는 의심이 생겨 2000달러 新券을 전부 감별해달라고 부탁했다. 전액이 가짜 달러였다. 귀국하여 조선무역은행을 찾아가 항의했다. 그들은 딱 잡아 뗐다. 그런 돈을 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탈북자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은 북한이 국제범죄를 저지를 때 이용하는 돈세탁용 은행이었다고 확인해주었다. 자신도 몇 번 그런 돈을 이 은행에 넣어준 적이 있다고 했다. 필로폰 밀매, 무기 판매 대금이 주로 이 은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 은행이 위조달러를 유통시키는 데 관여했다는 것은 여러 차례의 수사로 이미 밝혀진 대로이다.
미국은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해서 그런 범죄은행에 면죄부를 주었다. 더구나 동결된 돈을 또 다른 위조달러 유통 은행으로 보내달라는 북한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태세이다. 해방직후에 유행했던 말이 생각난다.
<일본은 일어난다. 소련에 속지말고 미국을 믿지 말라>
自國의 안보를 他國의 자비심에 맡겨놓고 농땡이 부리고 싸움박질하는 민족은 또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게 되어 있다. 그것도 잠시동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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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꼬리 3년 묻어도 黃毛가 안 된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에도 무수하게 반복되고 있는, 북한의 협상행태가 전형적인 ‘앵벌이’ 수법임을 보여준다
(李東馥/전 국회의원)
6자회담의 敎訓: “개 꼬리 3년 묻어도 黃毛가 안 된다”
지금 베이징으로부터 들려오는 6자회담 얘기는 “개 꼬리 3년을 묻어도 황모(黃毛)가 되지 않는다”는 우리의 속담을 새삼 상기시켜 준다. <2.13 합의>에 의거하여 베이징에서 19일부터 열리게 되어 있는 제6차 6자회담이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 (BDA) 은행에서 18개월 만에 동결이 해제된 북한측 계좌의 예금 2천5백만 달러 문제로 연 사흘째 회의를 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은 새삼스럽게 2000년6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당시)의 평양방문을 앞두고 일어났던 일을 회상하게 만든다.
그때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은 남의 박지원과 북의 송호경 사이에 중국에서 남 몰래 진행되었던 ‘밀실(密室) 거래’를 통해 남이 4억5천만 달러(또는 그 이상)의 ‘검은 돈’을 뇌물로 북에 건네주는 ‘검은 흥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렇게 이루어진 거래에 따라 김대중 씨가 원래 평양으로 떠나기로 한 날은 6월12일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6월12일 평양방문 길에 오르지 못했다. 북한 쪽에서 이를 가로막은 것이다. 뒤에 알려진 그 이유가 황당했었다.
무슨 이유였든지 분명치는 않지만 남이 약속한 4억5천만 달러의 일부(액수 미상)가 아직 북에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북이 그 잔금이 건네질 때까지 김대중 씨의 평양 방문 출발을 가로막은 것이다. 김대중 씨 쪽에서는 6월12일 국가정보기관이 나서서, 특정 재벌의 돈을 강탈하다시피 해서, 부랴부랴 문제의 ‘검은 돈’ 가운데 나머지 잔금(?)을 마카오 소재 (아마도 이번에 문제가 된 BDA) 은행에 개설된 김정일(金正日)의 비자금 계좌로 송금을 하고서야 다음 날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 등정(登程)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지금 베이징에서는 일은 황당할 정도로 그때 일이 재연되고 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2.13 합의>에 탈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북한을 상대로 명백한 ‘검은 흥정’을 이루어냈다. 동결되었던 BDA 은행 북한측 계좌의 북한측 예금 2천5백만 달러를 전액 풀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동결이 해제된 2천5백만 달러의 행방과 관련하여 지금 엉뚱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사흘이 지나도록 미국과 북한이 이 돈을 이체시키기로 합의했던 베이징 소재 ‘중국은행’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입금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베이징에서는, 19일 열리는 것으로 되어 있던 제6차 6자회담에 참가하기 위하여 남북한과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 6개국 대표단들이 모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김계관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문제의 2천5백만 달러가 ‘중국은행’ 북한측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호텔 방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아예 평양으로 철수해 버리는 바람에 나머지 5개국 대표단은 연 나흘째 회의를 열지 못하고 서성대기만 하다가 결국 열리지도 못했던 회담의 ‘휴회(?)’를 선포하고 각자 짐을 싸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더욱이 황당한 것은 문제의 2천5백만 달러의 문제의 ‘중국은행’에의 입금이 지연되고 있는 사유다. 베이징으로부터 전해지고 있는 소식에 의하면 문제의 2천5백만 달러는 이 돈이 북한으로 넘겨지는 과정에서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기로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중국은행’ 쪽에서 “‘불법성 자금’인 문제의 돈을 처리하는 데 간여할 경우 국제 금융가에서 ‘중국은행’의 신용도 하락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의 돈을 경유시키는 통로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돈의 입금을 허용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은행의 입장은, 물론 북한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미국 재무부가 공식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른다면, 미국과 북한이 문제의 2천5백만 달러가 ‘불법성 자금’이라는 사실을 사실상 확인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글레이저 미 재무부 차관보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미국 정부 공식 발표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담겨져 있다. “별개로 애국법 311조에 따라 재무부가 BDA 은행에 대해 내린 최종 결정은 유효하다. 지난 18개월간의 활동은 세계금융체제에서 이루어진 불법 활동을 우리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기 확산, 테러 금융, 마약 밀수와 그 외 다른 불법 금융활동을 추진한 금융기관은 그들이 직면할 중대한 결과에 대해 인식해야한다.”
이 발표문의 인용된 대목이 함축하는 의미가 문제다. 요컨대, 이번에 풀리는 2천5백만 달러는 ‘불법성 자금’이라는 것이다. 외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의 ‘군색한’ 변명 거리를 장만하여 이 ‘불법성 자금’을 북한에 돌려주는 데 동의했다. 그 하나는 “불법행위 혐의자에게 직접 예금을 반환해 주지 않는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이 돈을 직접 북한에게 돌려주지 않고 ‘중국은행’이라는 ‘선의의 제3자(?)’에게 실질적인 ‘돈 세탁’을 시키는 ‘군색한’ 편법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으로부터 돌려받는 돈은 “인도적이고 교육적인 목적을 포함, 북한 인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데 국한하여 사용하겠다”는 누가 들어도 곧이듣지 않을 공허한 ‘약속’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결국, ‘떳떳하지 못한’ ‘검은 돈’을 ‘떳떳하지 않은’ 방법으로 북한에게 돌려주는 ‘떳떳하지 않은’ 거래에 ‘중국은행’을 ‘하수인’으로 이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불똥은 엉뚱하게 ‘중국은행’에게로 떨어졌다. ‘중국은행’이, 눈을 뜬 채로, 명백한 ‘불법성 자금’을 넘겨받아서 이것을 ‘합법성 자금’으로 ‘세탁’을 해서 북한으로 넘겨주는 악역(惡役)을 감당해야 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행’이 이 같은 또 하나의 ‘범죄행위’에 연루되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경위로 BDA 은행에서 풀린 2천5백만 달러가 ‘중국은행’으로 이체되는 길이, 최소한 당분간은, 막히게 되었고 돈을 돌려받는 것만이 급한 사정인 북한은 이 돈의 이체(移替) 지연을 문제 삼아 6자회담을 보이콧하는 악순환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남의 김대중 정권이 실정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면서 ‘잔금’을 마카오 소재 은행의 김정일 비자금 계좌로 송금해 주고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을 실현시켰던 것처럼, 이번에는 미국이 어떻게든 중국과 정부 대 정부 차원의 협상을 통해 ‘중국은행’의 ‘이유 있는 저항’을 찍어 누르고 문제의 2천5백만 달러의 ‘중국은행’ 이체 입금을 실현시킴으로써 6자회담의 정상화(?)를 꾀하려 애쓰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2000년6월 남북 간에 생겼던 일보다 더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중국은행’이 미ㆍ중 양국 정부의 요청을 물리치지 못하고 문제의 2천5백만 달러를 ‘통과’시켜 주는 역할을 수락하더라도 이번에는 최종적으로 이 돈을 수취할 북한측 은행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중국은행’이 이 돈을 보낼 곳이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중국측에서는 심지어 개성공단에 설치된 한국 ‘우리은행’ 지점이 이 돈을 넘겨받아서 평양으로 전달하는 터무니없는 편법 동원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소식마저 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번에도 과거에도 무수하게 반복되고 있는 북한의 상투적인 협상행태인 ‘앵벌이’ 수법이 재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노무현 정권과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에 대한 ‘퍼주기’를 통해 “신뢰(?)를 조성”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옳은 표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국제사회가 그 동안 ‘벼랑 끝 외교’라고 근사하게 명명해 준, 문제의 ‘앵벌이’ 행태를 중지시켜 보겠다는 ‘백일몽(白日夢)’에 매달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김정일(金正日)의 북한은 이미 ‘앵벌이’의 다음 단계 수순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거해 주지 않으면 다른 것은 할 수 없다”고 나설 채비임을 보여 주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당연히 <2.13 합의>에 위배되는 것이다. <2.13 합의>에 의하면, 60일 간의 소위 ‘초기조치 이행 기간’ 중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ㆍ봉인”하고 “필요한 감시와 검증을 위해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요원을 북한에 복귀”시킬 것을 약속한 데 대한 반대급부 가운데 하나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는 과정”을 “개시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명기하고 있을 뿐이다. “해제한다”가 아니라 “해제 과정을 개시한다”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그러한 합의서의 문면은 아랑곳함이 없이, “테러지원국 지정의 해제 없이는 다른 어떠한 일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떼쓰기’를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라운드의 ‘앵벌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사실은 2005년 제4차 6자회담에서 타결된 ‘9.19 공동성명’ 발표 후에 보여주었던 북한 특유의 협상(?) 행태로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조속한 시일’ 안에 NPT(핵확산금지조약) 및 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하고 미국 등 다른 5개 참가국들은 “‘적절한 시일’ 안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데 동의”했었다. 문면으로 볼 때 두 행동 간의 선후관계는 명백하다. 북한이 해야 할 일이 먼저고 다른 나라들이 하기로 한 것은 그 다음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경수로를 먼저 주지 않으면 (북한이) 약속한 일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기 시작하여 6자회담을 교착시키기 시작했었다. 마카오 BDA 은행의 북한 예금 2천5백만 달러 동결 문제가 6자회담의 장애 요인으로 등장한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여기서 당연히 제기되는 의문이 있다. 그것은, 친북(親北) 행각이 이미 불회귀선(不回歸線)을 넘고 있는 한국의 노무현 정권은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어째서 북한의 이 같은 무리한 ‘앵벌이’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대답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3중고(三重苦)에서 찾아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 내일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있는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사태, 상ㆍ하 양원을 장악한 민주당으로부터의 정치공세 그리고 석양(夕陽)의 해처럼 짧아지고 있는 임기와 나날이 하락하는 지지도의 3중고에 휩싸여 있다. 이 같은 3중고 속의 부시 행정부가 두려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다. 그것은 김정일의 북한이 또 한 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하는 것이다. 북한이 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이에 대해 대응할 형편도 못 되고 그렇다고 대응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것이 지금 부시 행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곤경이다.
6자회담에서 지금 부시 행정부가 보여주는 행각은 부시 행정부의 당면한 최대 관심사가 무슨 수를 쓰든지 북한을 달래서 북한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2.13 합의>와 함께 <2.13 합의>를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이 된 BDA 은행 북한측 계좌의 동결을 해제하는 협상 내용은 물론 이번에 말썽이 난 문제의 2천5백만 달러의 송금 지연에 대한 북한측의 엉뚱한 ‘몽니’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모두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안간힘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사례들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에서도, 북한은 1950년대 초 판문점에서 있었던 6.25 전쟁 휴전협상 이래 북한이 남한을 비롯하여 외부세계를 상대로 하여 벌였던 모든 협상을 통하여 일관되게, 변함없이, 되풀이 하여 보여주었던 상투적인 협상기법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것은 모든 협상을 3개의 단계로 나누어 진행시키는 것이다.
첫 단계는, 보통은 ‘예비회담’이 이 단계에 해당하지만, ‘합의 이전’의 단계다. 북한의 협상행태에서는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북한은 주로 북한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들을 담은 ‘전제조건’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북한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이미 내장된 ‘의제’를 제시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전제조건’을 수용하게 하거나 아니면 북한이 원하는 내용으로 ‘의제’를 설정함으로써 북한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가운데 달성 가능한 것은 달성하고, 불가능한 것은 포기한다.
둘째 단계는 ‘합의’의 단계다. ‘합의 이전’의 단계를 지나서 ‘합의’의 단계가 되면 협상은 ‘파먹은 김치 독’의 처지가 된다. 이 단계가 되면 북한은 ‘합의’를 생산하는 데 호응한다. 그러나, 이 때 이루어지는 ‘합의’는, 부분적으로 구체성을 띈 ‘합의사항’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예외 없이, ‘원칙적 합의’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되면 문제의 ‘원칙적 합의’에 대해서는 쌍방 간에 반드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 같은 ‘해석의 차이’ 때문에 ‘하나의 합의’가 ‘두개의 합의’로 변질되어 실천ㆍ이행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이 같이 ‘합의’의 실천ㆍ이행이 불가능해지면 등장하는 것이 북한의 장기(長技)인 선전ㆍ선동이다.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셋째 단계는 ‘합의 이후’의 단계다. 이 단계가 되면 북한은,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면서, 이루어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아니면 ‘해석의 차이’가 들어나서 실천ㆍ이행이 불가능해진 ‘원칙적 합의’의 ‘재해석’ 또는 ‘재합의’를 위한 ‘재협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원칙적 합의’를 대체할 ‘새로운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낸다.
반세기를 넘긴 그 동안의 분단사를 통해 북한이 남한과 외부세계를 상대로 벌여 온 다양한 ‘협상’ 전개 과정에서 북한이 이 같은 전형적인 3단계 협상 공식(公式)으로부터 예외를 보여 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번의 6자회담의 전개 양상은 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북한의 협상 행태 역시 그 같은 협상 공식에서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해 주고 있다. 김정일의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협상행태는 “3년이 아니라 60년이 지나고도 황모가 되지 않는 개 꼬리”일 뿐인 것이다.
지금 베이징 6자회담에서 특히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行步)가 우리의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것을 인지(認知)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지만, 6자회담에서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유화적(宥和的) 대북 행보는 한국의 국내 정치에 매우 파괴적인 방향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는 지금 한반도에서 노무현 정권의 대북 ‘퍼주기’의 걸림돌을 제거해 주고 ‘남북정상회담’의 길을 열어 주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의 ‘좌파’ 세력들로 하여금 오는 12월의 대선(大選)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를 막고 ‘친북ㆍ반미’ 정권 재창출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치적 여건을 조성하는데 미국을 역으로 이용하는 아이러니를 허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02년 소위 ‘효순이ㆍ미선이’ 사건에 서투르게 대처함으로써 ‘친북ㆍ좌경ㆍ반미’적인 노무현 정권의 출현에 결정적으로 공헌했던 미국이 이번에는, 어처구니없게도, 북한 핵문제를 어설프게 다룸으로써 한국에서 ‘친북ㆍ좌경ㆍ반미’ 정권의 재창출에 기여한다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에 임하고 있는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협상 행태는 “불을 보고도 끊임없이 달려드는 불나방이”를 연상시킨다. 과연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질 것인가? 끊어진다면 그것은 과연 언제일 것인가. 아마도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지속되는 한 이 같은 악순환은 한없이 반복되어야 하는 것 같다. [끝]
호들갑 언론 따라가다가 바보가 된 한나라당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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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4-06, 01: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