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죽어가고 있다'

美감독이 만든 北내부 반체제 투쟁에 대한 상상력 담은 영화, '말살(Deface)'의 충격
▶체제에 대한 그의 반발심은 체제선전 구호벽화의 낙서로 분출된다. 영화 속 상상력을 통해 북한 내에 현실 가능한 반체제 운동을 가늠해볼 수 있다. (출처:www.defacemovie.com)


미국 캘리포니아 칼라바사스 시에서 매년 열리는 한 인디영화제에서 미국인 감독이 북한 실상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를 제작 출품해 화제가 되고 있다.

존 알로토(John Arlotto) 감독이 제작한 '말살(Deface)'은 20분 분량의 단편으로, 북한의 평범한 공장 노동자인 ‘수영’이 기아로 딸을 잃게 되자 이를 계기로 북한정권의 실상을 폭로하는 대자보를 게재하는 등 반체제 투쟁을 벌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셉 스티븐 양씨 등 한인 1.5세와 2세 연기자 10여명이 출연한다.

주인공 ‘수영’은 체제에 순응하며 삶을 살아온 평범한 공장노동자였지만 사랑하는 딸이 기아로 숨지자 1인 반란자로 탈바꿈하게 된다. 체제에 대한 그의 반발심은 체제선전 구호벽화의 낙서로 분출된다. ‘우리는 행복하다’가 ‘우리는 불행하다’로, ‘우리 민족은 강하다’가 ‘우리 민족은 죽어가고 있다’로 바뀌어지는 식이다. 그는 감시의 눈을 피하지만 대신 무고한 사람들이 체포돼 희생당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갈등을 겪게 된다.

촬영 장소는 한국이나 중국이 아닌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코리아타운으로, 사실감이 높게 표현된 장면장면은 미국 한복판에서 촬영됐다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또한 배우들 역시 북한 사투리를 잘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주인공 수영역을 열연한 조셉 스티븐 양씨는 워싱턴 주립대학에서 연기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연극 영화 TV드라마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1.5세 연기자다.

한국계 미국인을 아내로 둔 알로토 감독은 지난 달 3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내 덕에 평소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터에 북한에 대한 실상을 접했고, 이를 ‘휴머니즘’과 연관해 영화로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해 '말살'을 만들게 됐다며 제작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제작진들과 함께한 5개월 간의 리서치 기간을 통해 접근 가능한 북한 관련 정보 수집은 물론,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 실상을 듣는 노력을 기울였다.

알로토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부터의 해방과 자유 및 존엄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북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홈페이지(www.defacemovie.com)에 접속하면 직접 영화의 줄거리를 감상할 수 있다.

김수연 기자 nks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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