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수교(修交)조건 판이(判異)

美 "비핵화-인권개선" ... 北 "北美수교-미군철수"
◎ 美·北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건이 상이(相異)하다는 것은 미국과 북한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실제 수교가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고 인권개선 나아가 위폐제조 등 불법행위를 중단하거나,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을 폐기한 뒤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수교는 가능할 것인가? 2·13합의 이후 미국 對北정책의 변화조짐이 감지되면서, 美北관계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美北관계 정상화」는 흔히 미국의 對北적대정책 철회→정전협정(停戰協定) 폐기 및 종전(終戰)선언→평화협정(平和協定) 체결→미국·북한 정식수교의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주장해 온 관계정상화의 전제조건이 서로 판이(判異)하다는 점에서 그 실현가능성은 회의적인 상황이다.

美, 『인권 개선돼야 관계정상화』

현재 미국이 「美北관계 정상화」를 위해 주장하는 전제조건은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개선」 등이다.

美국무부는 4월5일 발표한 2006년 인권지원활동보고서에서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 중 하나』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에 참여하고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려면 인권문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힐 美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3월26일 美조지타운大 강연에서 『美北간에 완전한 관계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선 열악한 인권(人權)문제 등 북한이 현재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국제적 기준들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는 어떤 종류의 관계도 맺지 않을 것이다. 인도의 사례가 핵을 가진 북한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명백히 북한의 핵무기 폐기, 한반도 비핵화』라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1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상황이 변화했다는 인식 때문에 미국의 전술(tactics)은 부분적으로 분명히 변화했다』면서도 『전략은 변한 게 없다』며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위폐 등 不法활동도 논의돼야』

美北관계정상화는 「비핵화」와 「인권개선」 뿐 아니라 북한이 「불량국가」에서 「정상(正常)국가」가 돼야 가능하다는 언급도 2·13합의 직전 나왔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美대사는 「말」지 2월호에서 『美北관계 정상화라는 것은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1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국의 우선순위는 비핵화』라며 『(향후 비핵화가 이뤄지면) 北美관계 정상화를 논의하는 틀 내에서 위폐(僞幣)문제나 不法활동 등 연관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1월30일 아태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특별 초청 강연에서도 『미국은 북한이 不法행위를 멈추고 국제법을 지키는 과정에서 한 걸음 나아가 美北관계 정상화를 포함해 국제사회와의 관계정상화 등 결과를 금융 회담과 6자회담 모두를 통해 최대한 빨리 얻길 원한다』며 美北관계 정상화에 앞서 북한의 不法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2·13후 『미군철수투쟁 힘 모아야』

「비핵화」 여부는 관계정상화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시각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3월5일 뉴욕에서 힐 차관보를 만나 『우리(북한)를 인도처럼 대우해 달라』며, 2005년 9·19합의, 올해 2·13합의 내용을 무시한 채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수교하는 방안을 미국에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주장하는 美北관계정상화는 「미군철수」라는 對南전략의 일환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미국 주장과 근본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2·13합의 이후에도 북한은 선전매체와 親北단체를 통해 「北美관계정상화 조짐으로 주한미군철수의 길이 열렸다」는 식의 미군철수 선동을 지속해왔다.

先軍정치를 옹호해 온 한국민권연구소(소장 김승교 변호사)는 3월5일 뉴욕 「北美관계정상화실무그룹」 회의와 관련, 『北美 서로가 적대적 관계 청산을 위한 역사적인 첫걸음을 시작함으로써 관계정상화의 최종목표인 수교(修交) 실현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냉전체제를 해체시켜 항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고 나아가 주한미군철수의 길을 활짝 열어놓았다(류옥진 연구원 3월13일 정세분석)』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核물리력에 굴복한 미국은 어쩔 수없이 北美관계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北美관계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면 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군철수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며 『우리는 주한미군철수가 6자회담 진행에 따라 밟게 될 수순이라 해도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한미동맹 구축을 파탄내야 하며 주한미군철수투쟁에 힘을 모아야 한다(양정은 연구원 2월22일 정세분석)』고 선동했다.

『美軍, 분단과 예속의 원흉』 선동 不變

김정일을 『구국의 영웅』 등으로 추종해 온 利敵團體 범청학련은 『北美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흐름은 필연적으로 주한미군의 존재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이 제로에 가까워진 유리한 환경을 놓치지 말고, 주한미군철수 구호를 全사회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주한미군이야 말로 분단과 예속의 원흉이다. 자주와 통일로 가기 위한 근본문제의 해결은 바로 주한미군철수에 있다(3월20일 성명)』고 주장했다.

북한의 對南매체 반제민전은 3월2일 『제반 사실은 미국의 한미연합사 해체나 전시작전권 이양합의란 한낱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그들의 지배주의적 야망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음을 명백히 실증해주고 있다』며 『각계 민중은 미국의 교활한 속셈을 똑바로 보고 反美자주화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려 美帝침략군을 완전히 철수시켜야 할 것』이라고 선동했다.

반제민전은 3월7일에도 『이 땅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강점과 지배가 지속되고 예속적이고 굴욕적인 한미관계가 존재하는 한 우리 청장년들은 미국의 식민지용병의 수치스러운 처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각계 민중은 치욕스러운 「한미관계」를 청산하며 당국의 對美굴종행위를 반대하는 투쟁을 더욱 힘차게 벌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령했다.

美·北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건이 상이(相異)하다는 것은 미국과 북한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실제 수교가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고 인권개선 나아가 위폐제조 등 불법행위를 중단하거나,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을 폐기한 뒤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국책기관에 근무하는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정상(正常)국가가 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고, 미국이 한반도를 포기하고 중국의 패권에 굴복한다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美北관계의 미온적인 타협상황이 지속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관계정상화는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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