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불경기 아닙니다"

"그렇게 느낀다면 그건 풍덩 풍덩 못 써서 그러는 겁니다."
어제 저녁 광화문에서 개인택시를 타고 집까지 오는 도중에 60세 기사와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그는 反FTA 시위로 막히는 신문로를 지나가면서 말했다.
'아니 여당한다는 의원들이 왜 이제 와서 단식을 하고 난리예요? 그 사람들은 1년 전엔 왜 가만 있었어요? 바보들 아닙니까?'
그는 '선거 때 투표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내가 '투표 때는 좋은 사람을 골라 찍는 게 아니라 덜 나쁜 사람을 고르면 된다고 생각하세요'라고 했다.

서대문을 지날 때 기사가 말했다.
'승객이 열명이면 열 명 전부가 대통령 욕이에요. 한 사람 정도는 잘했다고 할 만한데. 자신들이 뽑아놓고 욕만 해대니, 나 원 참. 욕하는 데 다른 소리 할 수도 없고, 저도 따라서 예, 예 하긴 합니다만.'

그는 '택시 손님들이 불경기라고 말하는 것은 전부 거짓말이다'고 했다.
'불경기 아닙니다. 그렇게 느낀다면 그건 풍덩 풍덩 못 써서 그러는 겁니다. IMF 사태가 터졌을 때 휴대전화기는 집안에서 한 대 정도밖에 없없습니다. 지금은 사람 숫자보다 많찮아요? 일주일에 한번 목욕하던 사람도 요사이는 아침 저녁으로 합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수도물, 전기료가 있습니다. 등산 가면 돈이 별로 안드는데 굳이 골프를 쳐야겠다? 그러면서 불경기 불경기 하는데 사실은 마음대로 돈을 쓰게 해달라는 소리 아닙니까?'

그는 자녀들을 다 출가시켜놓고 부부끼리만 사는 데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고 했다.
'도둑심보가 없으면 마음이 편해요. 죄 안지으면 감옥에 갈 염려 없고,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마음대로 욕하고, 이런 나라 좋은 나라 아닙니까?'

내릴 때 보니 2900원이 나왔다. 3000원을 내면서 '됐습니다'고 했더니 그렇게 고마워할 수가 없었다. 100원 가지고도 고마움을 느낄 줄 아는 드문 사람이었다. 그러니 대한민국에 고마워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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